[리뷰] 한국사회가 더 불행한 이유는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리뷰] 한국사회가 더 불행한 이유는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다 『개인주의자 선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7.01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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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저자 문유석 서울중앙지방법원 부장판사는 한국사회가 싫다. “눈치와 체면과 모양새와 뒷담화와 공격적 열등감과 멸사봉공과 윗분 모시기와 위계질서와 관행과 관료주의와 패거리 정서와 조폭식 의리와 장유유서와 일사불란함과 지역주의와 상명하복과 강요된 겸손 제스처와 모난 돌 정 맞기와 다구리와 폭탄주와 용비어천가와 촌스러움과 기타 등등.”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로 인해 탄생하는 한국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 때문이다. 

저자는 양극화나 빈부격차, 불평등, 취업난, 저성장 등 인류 전체가 앓고 있는 보편적 질환만으로 힘든데 한국사회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우리에게 짐을 몇 개 더 얹어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가 객관적 지표로는 적어도 세계 상위 20% 또는 10% 내에 드는 장점을 많이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이민 가고 싶다고 하는 이유 역시 바로 집단주의 문화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인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저자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거나,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이기주의’나 반사회적인 ‘고립주의’로 읽혔다면 집단주의 문화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민주주의 등 르네상스기부터 현대까지 인류문명을 이끈 문화들의 엔진은 줄곧 개인주의였지만 우리나라가 개인주의를 받아들인 것은 고작 한 세대에 불과하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개인주의는 아직 미성숙하고, 우리는 아직 ‘개인주의’라는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을 수 있다.

저자가 설명하는 개인주의는 반 집단적(?)인 개념이 아니다. 개인주의자는 인간이 필연적으로 사회를 이루어 살 수밖에 없고, 그것이 개인의 행복 추구에 필수적임을 이해한다. 또한 그렇기에 사회에는 공정한 규칙이 필요하고, 자신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음을 수긍하고, 더 나아가 다른 입장의 사람들과 타협할 줄 알며, 개인의 힘만으로는 바꿀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타인과 연대한다. 자신이 비합리적일 수 있음 역시 자각하고 행동한다.   

반면, 집단주의사회에서 개인은 자신을 포함한 타인을 집단이라는 수직적인 구조 안에 끼워 넣고 그 구조에 집착한다. 개개인의 ‘다름’을 배제하고 집단 내 수직선상 어느 위치에 있느냐만을 따지는 것이다. 예를 들어 개인이 아니라 소속 학교, 학과, 학번 등 집단에 필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고 그에 따른 위계질서에 개인이 복종할 것을 강요하는 문화에서는 대학생들이 ‘과잠’으로 지위를 확인한다. 서열이 낮은 대학의 학생들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쥐꼬리만한 권력을 이용해 상대에 대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려는 ‘갑질’도 벌어진다. 반면, 집단이 개인을 지배할 수 없음을 믿으며 모두가 수평선상에 있다고 인식하는 개인주의사회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할 수 있다.  

집단주의적인 사회에서 집단주의적인 것들이 싫다고 말하면 욕을 먹거나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혹여 ‘개인주의자 선언’이라는 책의 제목과 저자의 사고방식에 거부감이 들었다면, 저자가 책의 마지막까지 꿋꿋이 "우리 모두가 집단주의 문화를 버리고 개인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말하는 이유를 읽어보길 권한다.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문학동네 펴냄│280쪽│1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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