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듣는다]#31 준강간죄, 술 취해 기억이 없다고 용서받을 수 없다
[변호사에게 듣는다]#31 준강간죄, 술 취해 기억이 없다고 용서받을 수 없다
  • 박재현
  • 승인 2019.07.01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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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회 · 문화적 현상들이 사회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본 칼럼은 ‘책으로 세상을 비평하는’ 독서신문이 형사전문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책에서 얻기 힘들었던 법률, 판례, 사례 등의 법률 정보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사회 · 문화적 소양 향상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되었습니다. <편집자 주>

날이 더워지고 야외활동이 활발해짐에 따라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간혹 남녀가 함께 술을 마시다 보면 간혹 취기가 올라 장소를 옮겨 성관계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했다가 준강간죄 혐의를 받게 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준강간 사건은 이와 같이 전혀 생각치 못했다가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준강간죄는 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해 간음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로, 형법은 강간죄의 예에 의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벌금형이 따로 규정돼 있지 않을 만큼 중범죄에 해당한다.

과거에는 술을 마셔 범죄를 저지른 경우 ‘술을 마시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생각에 용서하는 분위기가 주를 이뤘고, 재판과정에서도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되거나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아 처벌하지 않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최근에도 준강간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은 보통 술에 만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지만, 당시의 기억이 없다고 해서 판단능력이 상실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이러한 주장은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서로 술에 취한 상태에서 상대방이 거부의사를 보이지 않아 성관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으나 상대방이 만취해 심신상실 등의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된다면, 거부의사가 없었다는 점이 곧바로 성관계에 동의했다는 것으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이 역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준강간죄는 단 둘이 있는 장소에서 은밀하게 이뤄져서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피해자의 진술에 비중을 둬 판단을 하게 된다. 법률적 지식이 부족한 피의자가 혼자 대처하다가 불리한 상황이 초래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후에 이를 바로잡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근 ‘성인지 감수성’이라는 단어가 화제가 될 만큼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보호와 그에 대한 인식이 많이 변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도 더욱 악화되고 있고, 처벌 또한 엄격하게 이뤄지는 추세이다. 때문에 준강간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면 사건 초기부터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안전할 것으로 보인다.

박재현 더앤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경찰대학 법학과 졸업
-사법연수원 수료
-前 삼성그룹 변호사
-前 송파경찰서 법률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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