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
돌림노래처럼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
  • 독서신문
  • 승인 2008.03.04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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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다 마사히코의 '혜성에 사는 사람들'
▲ 시마다 마사히코의 '혜성에 사는 사람들'     © 독서신문
거칠면서 경쾌한 특유의 문체로 유머와 재치를 자랑하는 시마다 마사히코. 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무한카논』 시리즈 3부작 중 1부인 『혜성에 사는 사람들』이 출간되었다.
 
시마다 마사히코의 국내 매니아들이 가장 번역을 기다렸던 『무한카논』 시리즈는 4대의 사랑이야기를 담은 것으로써 음악에서 말하는 무한카논 - 각 성부마다 무조건 맨 처음으로 돌아와 반복 연주하는 기법 - 처럼 무한히 반복되는 사랑을 그려내면서 그 영속성을 나타내고 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부인>에 모티브를 두고 있는 「혜성에 사는 사람들」은 나비부인의 사랑, 그리고 아들 구로도의 사랑, 나아가 손자 가오루의 사랑 까지, 대를 거쳐 무한 반복되는 사랑 이야기의 구도를 가지고 있다.
 

미국에 사는 후미오가 행방불명된 아버지 가오루를 찾아 일본에 있는 고모 앙주에게 오면서 이 책은 시작된다. 그리고 앙주는 후미오에게 100년 동안 이어진 후미오의 가족이야기 그리고 사랑이야기를 들려준다.

1894년 청일전쟁 시절 미군 핀커튼에게 버림받은 게이샤(나비부인)가 어린 아들을 남기고 단도로 자살을 한다. 남겨진 아이는 핀커튼 부부의 양자가 되어 jb(벤자민 핀커튼 주니어)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살게 되지만, 어머니의 나라를 향한 동경을 멈출 수 없어 외교관의 신분으로 일본에 건너가 평범한 일본 여성과 결혼한다. 이후 아들 구로도가 태어나지만 아내가 죽게 된다.

패전 후 jb와 일본으로 돌아온 구로도는 천재적인 음악 능력을 가지고 여배우 마츠바라 다에코와 음악을 매개체로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그녀는 맥아더 장군의 숨겨진 애인이었고 맥아더가 일본을 떠나자 jb는 숨을 거두고, 구로도의 사랑 또한 끝을 맺는다. 시간이 지나 구로도는 어머니와 같은 지역 출신인 여성을 만나 아들 가오루를 얻지만, 머지않아 세상을 하직한다.

몇 년 지나지 않아 어머니의 죽음으로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가오루는 아버지의 음악성을 물려받은 채로 도키와 가문의 양자로 들어가 복잡한 가족관계 속에서 자라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 사랑이 금단의 사랑의 시작인 걸 모른 채 누나(앙주)의 친구 후지코를 좋아하게 된다. 후지코가 유학을 떠나도 가오루는 시와 음악으로 사랑을 더욱 키우고, 열여덟 살이 되었을 때 후지코를 찾아 미국 유학길에 오른다.
 

최근 몇 년간 일본소설이 우리나라에 많이 들어와 서점가를 점령하고 있지만, 워낙 많은 작품이 들어와서인지 요즘에는 소재의 진부함과 함께 가볍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시마다 마사히코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읽는 이의 감정을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하게 움직이고 있는 마력이 느껴진다.

어둡고도 슬픈 사랑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는 이 작품은 처음 접할 때 묵직한 두께에서 부담감이 느껴지지만, 몇 장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순식간에 작품의 끝을 맞이하고, 다음 시리즈를 기다리고 있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혜성에 사는 사람들
시마다 마사히코 지음 / 김난주 옮김 / 북스토리 펴냄 / 517쪽 / 13,000원
 
<송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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