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김학의·조희팔·나경원의 공통점은?… 『팩트와 권력』
[리뷰] 김학의·조희팔·나경원의 공통점은?… 『팩트와 권력』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25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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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 번 시작한 취재는 끝까지 파헤치는 '불독 기자'. 탐사 고발을 주로 하면서 '정 특종'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그에 따른 잦은 소송으로 '소송 전문기자'라는 달갑지 않은 별칭을 얻은 기자. 바로 정희상 시사인 기자다. 

이 책의 저자인 그는 "언론 소송에 이골이 났다"면서 "이젠 어느 정도 맷집이 생겼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정 기자가 당한 소송은 50여건. 나경원 의원의 1억 피부클리닉 출입 사건을 보도한 2011년에는 한해에 무려 11건의 소송을 당하기도 했다. 소송은 대체로 정 기자의 승소로 끝이 나지만, 그래도 부담이 적지 않다. 권력자들은 비판 보도에 재갈을 물리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지만, 간혹 제보자를 찾아내 응징하기 위해 소송을 이용하기에 '취재원 보호'라는 직업 철칙을 지키면서 소송을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 더 힘든 건 소송비용이다. 여러 고문 변호사가 '공익 소송'에 준하는 저렴한 수임료만 받고 재판에 나서지만, 그래도 송사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차라리 군사정권 시절처럼 안기부나 보안사 지하실에 끌려가 고문당하는 게 덜 부담스럽겠다"는 푸념을 할 만큼…

소송 전문기자답게 앞서 정 기자가 보도했던 내용은 큰 파문과 함께 거대한 후폭풍을 일으켰다. 2005년 정 기자는 '내가 김형욱을 양계장 파쇄기에 넣어서 암살했다'는 기사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다. 해당 기사는 박정희 대통령 재임 당시 중앙정보부장이었던 김형욱이 프랑스 파리 외곽에 위치한 한 양계장의 파쇄기에 넣어져 살해됐다는 공작원명 '천보산' 조용박씨의 진술을 담고 있었다. 유신정권의 일등공신이지만 박 전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배신감에 미국으로 건너가 박 전 대통령의 치부를 폭로하려 했다가 결국 살해됐다는 내용이었다. 정 기자가 4개월간 매일같이 소주를 사들고 조모씨를 설득한 결과물이었다. 

해당 보도에 국정원은 "(천보산의) 김형욱 암살 주장은 거짓"이라고 사실 관계를 부인했다. 천보산 조씨에 대해서도 "만날 필요조차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이후 국정원의 행보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천보산 조씨를 조용히 불러 돈을 지급한 것이다. 정 기자는 "김형욱 사건 수사 당시 국정원 기조실장이었던 김만복이 국정원장이 된 2006년, 국정원은 천보산 조씨를 조용히 불러 천보산이 과거 국정원 특수공작원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1억6,000만원을 조씨 통장으로 송금했다. 2007년 조씨가 직접 국정원으로부터 송금 받은 통장을 내게 보여줬다"면서 "나는 이 돈이 '더 이상 김형욱 사건에 대해 떠들지 말아 달라'는 일종의 입막음용 돈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말한다. 조씨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국정원이 입막음용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만큼, 이는 정 기자의 보도가 사실에 가깝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책에는 정 기자가 탐사 보도했던 정권·정치인이나 거악세력이 벌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 어떻게 발생했고, 어떻게 은폐됐는지, 현 상황은 어떤지에 대한 전모가 담겼다. 진실을 추구하기 보다는, 말초적인 표현으로 독자를 현혹하는 문장가 기자가 넘쳐나는 현 시기에 '어둡고 칙칙한 주제' 속에서 '팩트'를 발굴하는 정희상 기자의 '기자 정신'이 돋보인다. 

정 기자는 책 속에서 김학의 원주 별장 성폭행 사건, 김형욱·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죽음, 다단계 판매 주수도·조희팔 사건, 나경원 억대 호화 피부클리닉 출입 사건 등을 다룬다. 


『팩트와 권력』
정희상·최빛 지음 | 은행나무 펴냄│36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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