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Q 갑질’은 갑질이 아니다?... ‘언더도그마’의 교훈
‘BBQ 갑질’은 갑질이 아니다?... ‘언더도그마’의 교훈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23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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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인의 소유물로 여겨졌던 조선 시대 계집종. 죽으라면 죽는시늉까지 해야 하는 절대 약자였지만, 그렇다고 꼭 선(善)한 것은 아니었다. 시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박경리의 『토지』에 나오는 최참판댁 계집종 귀녀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잉태해 주인집 최치수의 아이로 속여 재산을 차지하려 하다 여의치 않자 결국에는 사람을 시켜 최치수를 살해한 악녀. 이와 관련해 유시민 작가는 앞서 tvN ‘알쓸신잡’에 출연해 “약자라고 무조건 선하지는 않다는 진실이 이 작품에 드러난다”고 평한 바 있다.

‘강자=악(惡), 약자=선(善)’의 인식은 확률적으로 타당할 수 있으나, 예외가 존재한다는 점에서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의 대표적 사례로 여겨진다. 강자가 선할 수도, 약자가 악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는 최근 ‘BBQ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2017년 5월 치킨 프랜차이즈 BBQ 윤홍근 회장이 봉은사점을 찾아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며 검찰에 고소한 가맹점주 김모씨가 명예훼손 혐의로 다시 검찰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2017년 당시 해당 사건은 ‘BBQ 갑질 사건’으로 보도되면서 BBQ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크게 불러일으켰다. 힘의 우위에 선 프랜차이즈 본사가 힘없는 가맹점에 가한 횡포일 것이란 선입견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후 검찰 수사에서 윤 회장의 횡포를 증언했던 주요 참고인 A씨가 김모씨의 지인이며 실제로는 사건 현장에 없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해당 사건은 무혐의로 종결됐다. 아울러 BBQ 본사가 유통기한이 임박한 닭을 공급했다는 김모씨의 주장에 따른 가맹사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특이점이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다.

이런 정황으로 인해 윤 회장이 김모씨에게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이 주목을 받았으나, 해당 건에 대해 법원은 “허위사실에 대한 인식이나 비방 목적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BBQ 측의 이의를 제기해 재수사가 이뤄지면서 김모씨가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판단은 이후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본사 앞에 약자인 가맹점주가 피해자일 것이라는 '언더도그마'(underdogma/약자는 선(善)하고, 강자는 악(惡)하다고 인식 )는 무너진 상황이다.

이런 언더도그마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조세형이다. 1970~1980년대 주로 고위층집을 범행대상으로 삼아 ‘대도’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고아 출신에다가 범죄 수익 일부를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했다는 점에서 대중의 동정과 연민을 얻었다. 이후 선교활동에 투신하고 주특기를 살려 보안업체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으나, 도벽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수차례 교도소를 들락거렸다. 지난 9일에는 일반 가정집에서 푼돈을 훔치다 덜미가 잡혀 열여섯 번째 구속을 맞이했다. 올해 그의 나이는 81세다.

비슷한 인물로는 재일교포 권희로(의붓아버지 성을 따 김희로라고도 불림)가 있다. 세 살 때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극빈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소학교(초등학교)에서조차 재일교포라는 이유로 차별당하자 학교를 그만뒀다. 이후 그는 의붓아버지의 구박에 열세 살에 가출, 음식을 훔쳐 먹다 수차례 교도소를 오갔고, 마흔이 되던 1968년에는 빚 상환을 독촉하는 야쿠자 두명을 총으로 살해하고 도주하던 중 한 온천장의 투숙객들을 인질로 잡고 4일간 대치하다 검거됐다. 당시 그는 “경찰관의 한국인 차별을 고발하고자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 끝내 경찰의 사과를 받아내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그의 이야기는 1971년 김희로공판대책위원회가 쓴 책 『분노는 폭포처럼』, 1982년 기자 출신 작가 혼다 야스히루의 책 『사전(私戰)』(1991년한글본으로 출간 『김의 전쟁』 )으로 소개됐다. 이후 그는 재일교포 사회와 일부 한국인 사이에서 영웅대접을 받았는데, 1999년 한국으로 추방되자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은 그를 극진하게 대접하며 신문에 수기를 실을 기회를 주기도 했다. 그때 나온 수기가 「어머니, 미움을 넘어섰어요」로 이후 단행본으로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삶은 순탄하지 못했다. 가정폭력으로 가정파탄을 겪기도 하고, 2000년에는 내연녀의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또다시 체포되는 신세에 놓였다. 이로 인해 그를 응원했던 많은 사람이 지지를 철회했다.

이런 예시들은 약자=선(善) 프레임에 일반인이 얼마나 쉽게 넘어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여겨진다.

미국 보수진영 전략가 마이클 플렌은 책 『언더도그마』에서 “대형 마트에 대한 비난, 동료의 승진에 대한 분노, 남의 떡이 커 보이는 현상, 노동자와 경영자의 봉급 차이, 내 자식이 다른 사람의 자식보다 공부를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리. 생각해 보면 이런 상황은 꼭 특정한 사람만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언더도그마는 우리 일상에서 그리고 전 세계인의 일상에서 생생하게 나타난다”고 말한다. 힘의 남용을 견제하고 약자의 피해를 구제해야 하는 건 맞지만, 자칫 강자에 대한 ‘인민재판’이나 약자에 대한 ‘그릇된 동정’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이성적 판단’이 주목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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