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초연결’ 시대, 마케팅은 곧 ‘하이콘텍스트’다
[책 속 명문장] ‘초연결’ 시대, 마케팅은 곧 ‘하이콘텍스트’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1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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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라는 시점에 독자성이 있다면, 독자성이라고 해도 꽤 애매한 것이긴 하지만, 그것은 과거 제각기 이뤄지던 글 문화의 다양한 진보가 동시 병행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 텍스트에 의한 변혁이란, 텍스트의 생산·복제기술의 변혁임과 동시에 텍스트의 매체나 물질성의 변혁이기도 하며, 나아가서는 독서습관의 변혁이다. 그리고 그 변혁을 특징짓고 있는 이런 세 가지 기본적인 사항이 글 문화와 우리의 관계를 근저에서 바꾸고 있다.  

그는 “텍스트가 전자적으로 표상됨으로써 결정적으로 콘텍스트(문맥)라는 개념이 변했고 의미구축의 과정 자체도 대폭 변모했다. 지금까지는 물리적인 인접성이 상이한 내용의 사본(寫本)이나 활자본(活字本)의 텍스트를 연결해줬다. 그런데 전자 텍스트의 경우는 데이터베이스나 디지털화된 집합체를 제어하는 논리적인 구축물 속에서 상이한 텍스트가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도록 배치돼 있다”면서 활자본과 전자 텍스트 사이 직무 분담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중략) 샤르티에의 예측은 현실이 콘텍스트의 개념이 변했을 뿐만 아니라 하이콘텍스트(high context, 고맥락)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중략) 전자 텍스트가 다양하게 변화하면서 점차 책을 둘러싼 인간의 모든 습관도 바뀌고 있다. <6~7쪽>

사람들은 이제 인간의 삶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합리적인 토론을 벌이지 않는다. 큰 주제를 잘게 쪼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가지만을 놓고 집중적으로 떠들며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하이콘텍스트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이 중심을 잡지 않으면 하이콘텍스트의 위력에 휩쓸려가게 마련이다. 
하이콘텍스트의 힘을 키운 것은 소셜미디어다. 그곳은 모든 문제의 집합소로, 다양하게 엮어서 문제를 키우거나 죽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곳에는 남이 올려놓은 이야기에 대한 무책임한 수용만이 존재한다.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다는, 비평과는 다소 거리가 먼 행위만 넘칠 뿐, 독창적인 사유를 통해 세상을 제대로 보여주는 안목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10~11쪽>

소셜미디어의 위세가 커지면서 커뮤니케이션의 계층성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는 ‘공감의 장치’이고 하이콘텍스트의 생명도 ‘공감’이다. 둘은 찰떡궁합처럼 잘 맞아떨어지고 있다. 우리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즉각 ‘좋아요’의 반응을 얻어내려면 임팩트가 강한 주제를 짧게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소셜미디어는 이성(머리)이 아니라 감성(몸과 마음)으로 호소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런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 확산되는 과정에서 콘텐츠 자체에 재미도 더해져 하이콘텍스트 콘텐츠와 소셜미디어는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13쪽>

우리는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 그래서 ‘책의 발견과 연결성’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하이콘텍스트가 중시되는 것도 연결성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출판 편집자는 세상의 변화를 주목하고 있다가 사건이 터질 EO마다 자신이 펴낸 책을 그 사건과 연결해 알릴 방안을 찾아야 한다. 국회의원 이은재가 국정감사를 하면서 MS와 마이크로소프트가 같은 회사인 줄도 모르고 서울시교육감에게 호통 쳤을 때 여러 사람이 만든 ‘카드뉴스’가 엄청난 화제가 된 일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출판칼럼니스트 문보배의 지적처럼 ‘우연과 전략을 연결’하는 것이 하이콘텍스트 마케팅의 핵심이다. 
결국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출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큰 테마’다. 어떤 테마를 잡아야 할까. 적어도 즉각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임팩트가 강한 테마여야 할 것이다. 검색의 시대니 한눈에 관심을 끌 수 있는 테마 발굴이 시급하다. ‘무언가를 수확한다’는 인간의 근원적 욕구에 접근하는 콘텐츠를 발굴한다면 누구라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15~16쪽>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책과 인간』
한기호 지음│북바이북 펴냄│244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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