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당신도 제2의 박막례가 될 수 있다
노인, 당신도 제2의 박막례가 될 수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13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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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서른 언저리에 서니 어떤 예감이 몰려온다. 더 이상 내 인생에 반전 같은 건 없을 거라는 불길한 예감, 대개 ‘기회’란 20대에게나 주어지는 카드 같아서”라는 손녀의 말에 구독자 90만여명을 보유한 인기 유튜버 박막례(73) 할머니는 이렇게 답한다.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 70년 평생을 허리가 굽으며 일만 하다가 병원에서 치매 위험 진단을 받은 박막례 할머니는 손녀와 함께 떠난 호주 여행을 통해 71세에 유튜버로 데뷔한다. 그리고 그 인기는 꾸준히 상승해 유튜브와 구글의 CEO까지 박막례의 존재를 알게 됐고, 최근에는 손녀와 함께 베스트셀러 에세이도 펴냈다. 

순댓국집 할아버지에서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델이 된 1955년생 김칠두 할아버지, 데뷔 2년 차 시니어 모델 최순화(77) 할머니, 구독자 30만여명을 보유한 최고령 ‘먹방’(먹는 방송) 유튜버 김영원(82) 할머니, 전국노래자랑에서 가수 손담비의 노래 ‘미쳤어’를 불러 ‘할담비’라는 별명을 얻고 유명인이 돼 광고까지 찍은 지병수(77) 할아버지…. 최근 젊은이만큼 왕성하게 활동하며 노년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있는 이들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에 따라 모델학원에 등록하거나 취미활동을 시작하는 등 멋진 노년을 준비하는 활동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노인들이 극소수의 운 좋은 사례이며, 대다수의 노인들은 이들처럼 다시 도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젊을 때보다 신체능력이 저하됨에 따라 자신감도 덩달아 낮아지기 때문인지 이러한 생각은 노년층에서 더욱 팽배하다. 그러나 자신감을 가져도 될 듯하다.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노인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있다.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노년층이 특정 부분에서는 오히려 젊은 사람들보다 뛰어나다. 미국의 노인정신의학박사 마크 아그로닌은 책 『노인은 없다』에서 “경험을 통해 육체적으로는 퇴보하지만, 정신력은 육체적 능력처럼 그렇게 뚝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정신적인 능력 중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나 통합하는 능력, 즉 ‘지혜’라고 보면 좋을 만한 능력은 오히려 노년에 들어 더 발달하기도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또한 노인의 육체 역시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향상될 수 있다고 말한다. 늦은 나이에 SNS에서 글쓰기를 시작해 10권의 책을 펴낸 박성배 작가(61)는 “노화에 대한 선입견을 바꾸면 다시 젊어질 수 있다”며 “정신적 나이가 젊어지기 시작하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며 일하고 공부할 능력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작가는 나이가 들었지만 젊다고 느끼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건강하며 나이가 들수록 증가하는 다양한 성인병 발병률과 사망률이 낮았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노년이 되면 경제적 능력 또한 저하되기 마련이지만, 노력 여하에 따라 이를 보완할 방법도 있다. 박 작가는 “내 일이 없으면 내일은 없다”며 “나만의 일이 있으면 수입이 생기기도 하지만, 인간관계도 다시 넓어지고 삶에 활력이 생긴다”고 말하며 노인이 할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추천한다. 실제로 50세 이상 55세 미만의 준고령자와 55세 이상의 고령자는 고용노동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우선고용직종에 한해 우선고용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준고령자·고령자 우선직종은 ▲큐레이터 및 문화재 보존원 ▲배관세정원 및 방역원 ▲간병인 ▲재활용 처리 및 소각로 조작원 ▲여행 및 관광통역 안내원 ▲육아시설 도우미 ▲사회복지사 ▲상담 전문가 및 청소년 지도사 ▲경비원 ▲검표원 ▲환경미화원 ▲주차 관리원 및 안내원 ▲조경원 등 적지 않다.  

노인이 젊은이만큼, 혹은 젊은이보다 뛰어날 수 있다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증명돼왔다. 독일의 철학자 칸트는 서양 지성사에 큰 획을 그은 『순수이성비판』을 그의 나이 57세에 출간했고 영국의 저널리스트 겸 소설가 다니엘 디포는 59세에 역작 『로빈슨 크루소』를 써냈다. 경영학자이자 작가 피터 드러커는 60세에 책 『단절의 시대』를 발표한 후에도 95세로 타계하는 시점까지 세계에 통찰을 선사했다. 번역가 김욱은 84세에 쓴 첫 책 『가슴이 뛰는 한 나이는 없다』로 작가로 데뷔했다. 고대 그리스의 극시인 소포클레스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꼽히는 『오이디푸스 왕』을 90세에 써냈다. 베스트셀러 『백년을 살아보니』의 저자 김형석 교수는 100세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글을 쓰고 강의를 한다. 이 외에도 노년에 대업을 이룬 사람들은 많다. “염병하네. 70대까지 버텨보길 잘했다”는 말이 더욱 많은 노인에게서 나오는 말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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