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망나니가 사는 北... 전역 232곳서 “사람이 개처럼 죽는구나”
21세기 망나니가 사는 北... 전역 232곳서 “사람이 개처럼 죽는구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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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가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극도의 기아 상태에 놓인 부자(父子)가 전선을 훔쳐 음식과 바꾸려다 체포됐다. 공개재판을 통해 사형 처분이 내려졌고, 확성기 차는 동네를 돌며 마을 사람들을 광장에 불러 모았다. 보통 때라면 죄수의 눈을 가리고 기둥에 묶은 뒤, 세명의 병사가 각자 세발씩 총을 쏴 처형했겠지만, 당시에는 극도의 물자 부족으로 총탄이 부족해 전주에 줄을 매달아 교수형에 처했다. 목에 감긴 줄이 서서히 끌어올려졌고, 산 자가 죽어가는 시간과 공간을 집합한 사람들 모두가 공유했다. 사람들은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길을 돌리지도 못한 채 처참한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신숙옥 일본 메이지대학 교수는 책 『악인예찬』에서 탈북자 증언을 인용해 이같이 북한 내 공개처형 장면을 설명했다.

공개처형은 극도의 공포감을 조성해 범죄 발생을 억제하기 위한 형벌로, 중세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다수 국가에 존재했다. 과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중범죄자에 한해 조리돌림(죄인을 군중 앞에서 망신을 주는 행위) 후 머리를 베는 참수형이 이뤄졌다. 근대 영국에서도 많은 군중 앞에서 교수형이 집행됐는데, 소설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을 집필한 찰스 디킨스는 1849년 처형 장면을 목격한 후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워 한동안 나는 악마들의 도시에 사는 것 같았다”는 말을 친구에게 적어 보냈다.

이후 인권이 존중받기 시작하면서 점차 공개처형은 찾아보기 어려워졌지만, 아직도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이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공개처형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 국가 대부분은 왕정국가나 독재국가로 권력자에 대한 절대복종을 끌어내고 정치적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해 공개처형을 이용하고 있다. 북한의 경우 살인, 마약 거래 등은 물론 남한 노래를 듣거나 드라마·영화를 시청하다 적발돼도 사형에 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한 한 탈북자는 “어린 시절 방송차가 돌아다니며 마을 사람들을 광장에 불러 모아 공개처형을 한 적이 있다. 한국행을 시도한 자, 인신매매범, 전화선을 훔친 자 이렇게 세명이 공개처형 당했다”며 “피의자의 권리 보장은 일절 없고 대개 검찰이 제시하는 내용 그대로 판결된다. 공개재판 후 바로 현장에서 형이 집행된다”고 전했다. ‘사형수는 자신이 죽는 것을 알고 재판에 임하나’라는 질문에는 “보통 공개재판 전에는 결과를 알기 어려우나, 사형의 경우 전날 배불리 잘 먹이고 담배를 피우게 하기 때문에 ‘진수성찬’이 차려지면 ‘나 죽는구나’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또 북한은 어려서부터 정권에 대한 복종심을 길러내기 위해 공개처형장 앞줄에 어린아이들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영리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지난 4년간 601명의 탈북자를 상대로 조사해 지난 10일 발표한 「살해당한 사람들을 위한 매핑: 북한 정권의 처형과 암매장」 보고서에 따르면 공개처형 시 인민학교(한국의 초등학교) 학생이 제일 앞, 그 뒤에 중·고등학생, 그 뒤에 성인들이 자리했다. 최연소 참관인 나이는 7세이며, 공개처형 대상자의 열 살 난 자녀가 강제로 형 집행을 참관하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에서 진술자는 “처형자들은 반죽음 상태로 나와 형식적 재판을 받은 후 여섯명의 총살 부대가 머리·가슴·다리를 조준해 사격했다”며 “처형된 시체는 ‘승리58’호라고 적힌 화물트럭에 실려 나갔다”고 말했다.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사진=전환기정의워킹그룹]

아울러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탈북자 진술 중 신뢰도가 높고 위치 좌표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정보 323건을 토대로 북한 전역에 위치한 공개처형·시체처리 장소가 표시된 지도를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공개처형 장소는 함경도에 200곳, 양강도에 67곳, 평안남도 20곳, 함경남도 열한곳, 황해북도 여섯곳, 자강도 다섯곳, 강원도 다섯곳, 평양 네곳, 평안북도 네곳, 황해남도 한곳 순이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측은 “한 번에 열명 이상 공개 처형된 케이스도 열아홉 건에 달한다”고 말했다. 처형된 사체는 암매장되거나 불태워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반인권적인 공개처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북한은 2013년부터 공개처형 장소에 간이 보안검색대를 설치해 휴대전화기 등 녹화·녹음 기계를 탐지·압수해 공개처형 정황의 외부 유출을 막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 측은 “확보한 상세 주소는 북한의 증거 인멸 우려가 있어 공개하지 않는다”며 “(이번 자료가) 차후에 북한 정권의 책임을 추궁하는 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 처형 피해자들의 신원을 밝히고 가족들에게 유해를 돌려주기 위해서라도 추후 시체 매장지 발굴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공개처형 공고문(1992년). [사진=연합뉴스]
북한의 공개처형 공고문(1992년). [사진=연합뉴스]

강진웅 교수는 책 『주체의 나라 북한』에서 “북한은 정치범을 숙청하고 나아가 식량난으로 굶주린 주민들의 일탈과 범죄를 강하게 응징함으로써 전근대적인 공포정치를 부활시켰다”며 공개 처형을 목격한 탈북자의 진술을 전했다. 책 내용에 따르면 외할아버지를 홧김에 밀어 죽인 주순남의 공개처형(1992년)을 목격한 탈북자 김인호씨는 “‘사람이 개처럼 죽는구나’라는 생각에 몸서리쳤다”고 전했고, 농장에서 강냉이를 훔치다 들켜 경비원을 살해한 30대 청년의 공개처형을 목격한 탈북자 여금주씨는 “수천명의 군중을 모아놓고 공개처형을 처음 보는 여학생들을 앞자리로 끌어내 구경시킨 공권력에 치를 떨었다”고 말했다.

북한에서 이뤄지는 반인권적 공개처형 정황이 공개됐지만, 정부는 북한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규탄하기보다는 달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통일부는 “빠르면 오늘, 내일 북한에 800만 달러(약 94억원)를 입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북한의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세계식량계획(WFP)과 유니세프가 벌이는 대북지원사업에 전달될 방침이다. 아울러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와 관련해 통일부는 “북한 주민들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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