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화자는 고양이다. 고양이는 주인아저씨 구샤미가 여러 지식인과 나누는 대화를 관찰하는데, 그 안에 동서양을 아우르는 유머와 풍자를 가미해 유쾌하고 풍부한 지적 유희를 전달한다. 교사 구샤미는 제자 양육에는 관심이 없고 교양 있는 척에만 관심을 둔다. 미학자 메이테이는 말장난을 하며 아는 체를 하는데, 그 모습에서 얕은 지식수준이 드러나 웃음을 자아낸다. 박사 과정생인 간세쓰에게 학위는 결혼을 위한 수단일 뿐, 실상은 스승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에 가깝다. 고양이의 시선으로 가감 없이 그려낸 인간의 허상이 왠지 모를 슬픈 감정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건 아마 그 모습이 익숙해서이지 않을까?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지음 | 김영식 옮김 | 문예출판사 펴냄│552쪽│1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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