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근 교수는 왜 책을 절판했나?... 신영준·고영성과의 ‘설전’
감동근 교수는 왜 책을 절판했나?... 신영준·고영성과의 ‘설전’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10 16:36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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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지난 4월 <중앙일보>가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의 칼럼을 표절한 사실을 밝혀내 주목받은 감동근 아주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가 자신의 저서에 약력을 허위 기재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참여하지 않은 프로젝트를 이력으로 기재했다는 비판이다. 감 교수는 앞서 심재우 <중앙일보> 뉴욕특파원의 칼럼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4월 12일 자 )가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Hidden Costs in the Fight for $15’의 사설을 사실상 그대로 차용한 사실을 밝혀내 언론 도덕성에 경종을 울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허위 약력으로 그의 도덕성이 도마에 올랐다.

감 교수의 허위 약력 의혹은 사회적 기업 ‘체인지그라운드’의 신영준 의장과 고영성 대표가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감 교수에 대한 신 의장과 고 대표의 의혹 제기는 이른바 ‘넷드링킹’ 사건으로 촉발됐다. ‘넷드링킹’ 사건은 신 의장이 자신이 담당했던 모 신간의 마케팅을 위해 저자의 페친(페이스북 친구)에게 책을 보내고 홍보를 요청했으나,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자 “택배비도 아까울 정도로 홍보 효과가 형편없다”며 작가의 지인을 공개적으로 폄하한 발언이 발단이 됐다. 비록 직접 연관성은 없지만, 해당 사건에 대해 감 교수는 “평소 무척 점잖던 분들까지도 분노를 감추지 못할 정도로 ‘역대급 광역 어그로’였다”며 신 의장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했고, 이를 기점으로 신 의장·고 대표와의 설전이 시작됐다. 감 교수가 비판한 부분은 신 의장도 인정했다. 신 의장은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에 ‘반성문’이란 글을 올려 “(신간 홍보 과정에서 ) 글과 영상에서 과장되게 (작가의 ) 지인들을 비난했다. (이 점에 대해 )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피해 입으신 분들을 ) 찾아뵙고 사과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외에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신 의장과 고 대표의 저서와 관련해 감 교수가 “방대한 레퍼런스를 요약 정리했다는 (신 의장과 고 대표가 공저한 ) 책 ‘완벽한 공부법’을 읽었는데 맥락 없이 나열되는 바람에 공허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고 작가(대표 )의 ‘부모 공부’는 더 실망스러웠다. 삶에서 체화되지 않은 내용이 맥락 없이 나열돼 심지어 충돌하기까지 했다. 신 작가(의장 )의 대표작 ‘빅보카’는 특히 심했다. 영어 교사이고 대학원에서 응용 언어학을 전공한 아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고 비판했다.

감 교수의 주장을 두고 신 의장과 고 대표는 “감 교수는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약점’을 찾고 우리 책을 ‘비하’했다”고 말하며 감 교수의 약력 문제를 들고 나왔다. 신 의장과 고 대표는 감 교수의 저서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의 저자 약력에 “2007년부터 미국 IBM 연구소에서 퀴즈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했다”고 소개된 부분을 문제 삼으면서 “(왓슨 개발을 주도했던 ) 데이비드 페루치 박사에게 (이메일로 ) 확인한 결과 ‘감 교수는 왓슨 개발은커녕 참여조차 하지 않았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이는 부풀려진 것이 아니라 허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감 교수는 “(약력이 ) 부풀려진 것은 맞다. (하지만 ) 기회가 될 때마다 이를 고백해왔다. (이런 내용은 ) 책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 서문에도 들어있다. 그럼에도 저자 소개가 저렇게(사실과 다르게) 된 것은 내 책임이고 비판은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이어 감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절판시켰다. 책 『바둑으로 읽는 인공지능』을 펴낸 동아시아 관계자는 본지와 전화 통화에서 “저자 요청으로 해당 도서를 절판하기로 했다. 오늘(10일 ) 조치를 취했고, 아마 수일 내에 (서점에서 해당 도서 판매가) 중단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을 바라보는 대중의 의견은 갈리고 있다. 감 교수가 개인적으로 도서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피력했다는 이유로 신 의장과 고 대표가 개인과 회사(체인지그라운드 )가 운영하는 유튜브, 페이스북, 브런치 등의 플랫폼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은 과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감 교수가 사용했던 방식 그대로 비판했기 때문에 문제 될 것 없다는 의견이 양립하고 있다. 또한 양측이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지식을 전달하며 청년 멘토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비판과 갈등 해결의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는데, 감정 대응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조직 행동 전문가 스티븐 파인먼은 책 『비난의 역설』에서 “건강한 비난은 잘못과 불의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수 있다. (다만 ) 비난의 문제는 비난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비난이 왜곡되고 남용된다는 데 있다. (때로는 ) 비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비난이 증폭되기도 한다”며 “이러한 방식의 비난이 일상에 널리 퍼지면 비난은 변별력을 잃게 되고 책임을 전가하거나 스스로를 정당화하는데 치중하게 되며 변화를 일으킬 기회를 닫아버린다. (또 과도한 ) 비난은 권력이나 지지를 얻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 불화와 갈등 이외에는 선택지가 별로 남지 않게 된다”고 말한다. 이어 “지도자나 교육자는 사람들이 하나 이상의 다양한 관점에서 상황을 이해하도록 독려하고 상대방을 판단하기 전에 한발 물러서서 살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비난 게임에서 벗어나야 하고 악마화에 나서는 언론 보도(SNS 활동 )를 조심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이번 갈등이 어떤 식으로 봉합될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식인으로서 멘티 양성에 힘써온 양측이 자존심 대결이 아닌 지혜로운 갈등 해결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정한 멘토의 자세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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