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인류 역사=술의 역사… 숙취 해소 탐사기 
[책 속 명문장] 인류 역사=술의 역사… 숙취 해소 탐사기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10 1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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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간은 역사의 여명기 이래로 술을 마셔왔다. 청동기시대부터 철기 시대를 거쳐 재즈시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제국이 멸망하고 전쟁이 일어나고 문명이 노예화됐는데, 이 모든 건 숙취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에 대한 기록을 읽으려 해도 기록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바버라 홀랜드가 『음주의 즐거움』에서 “오랜 옛날의 사투에 대해 논하지만 그 어디에도 숙취에 대한 언급은 없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이런 상태를 가리키는 단어조차 없었다”라고 말했듯, 『베오울프』나 『일리아드』, 1,000명의 아라비아 기사 이야기 어디에서도 술독에 빠졌다거나 잔뜩 술에 취했다는 내용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7쪽>

물론, 역사상 술이 깨지 않은 상태로 전쟁에 나갔던 이들은 비단 알렉산드로스와 그의 군대만은 아니었다. 만취한 수많은 전사가 등장하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아』를 호메로스가 쓴 이래, 역사가들은 유혈사태를 촉발하거나 지속하는 데 있어서 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인정하게 됐다. 노르웨이 신화에도 신들의 술을 마시고 취한 전사들이 한껏 흥분해 두려움 없는 상태로 전장에 나가 승리를 거두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전 세계를 돌며 술을 마신 마르코 폴로는 잔지바르(탄자니아의 항구도시)에서는 전사들이 코끼리에게 ‘투지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술을 먹이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51쪽> 

몇 세기 동안 산의 맑은 공기는 탈진, 우울, 불안, 무기력, 편집증, 망상, 신경과민 등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질병의 의학적 치료법이었다. 그리고 이 증상은 어마어마한 폭음의 여파에 따른 증상과 일치한다. 고도가 높으면 실제로 숙취가 악화되는 현상에는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된다. 그래서 심각한 고산병을 겪는 사람들은 적어도 신체적인 면에서는 지독한 숙취 증상과 다르지 않다고 느끼기 마련이다. <215쪽> 

노예제도 아래서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술을 마시면 체벌을 받거나 심지어 죽임을 당하기도 했다. 노예제가 존재했던 모든 사회에서 이런 일들이 만연했다, 스파르타인들이 두드러진 예외인데 그들은 시민들에게 숙취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경고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예로 하여금 술을 마시게 하고 고주망태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남성 중심의 역사에서 여성들은 재산의 일부로 간주됐다. 자유의 땅인 미국에서도 내전과 대외전쟁, 금주법 시대를 지나고서야 여성들에게도 술 취할 수 있는 천부 인권이 있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288~289쪽> 

『술의 인문학』
쇼너시 비숍 스톨 지음 | 임지연 옮김 | 오아시스 펴냄│448쪽│2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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