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홍준표가 만나면 벌어지는 일... “진작 만날 걸 그랬죠?”
유시민·홍준표가 만나면 벌어지는 일... “진작 만날 걸 그랬죠?”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07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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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옛날에는 아주 강성이었다. 유 장관(유 이사장 )이 이 정도로 유연한 자세일 줄 몰랐다. (지난 10년 사이 ) 내공이 깊어졌다.”

지난 3일 서울 모처에서 이뤄진 유튜브 공동 방송 '알릴레오'와 '홍카콜라TV' 녹화 현장에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는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에게 이같이 말했다. 과거 날카로운 말을 내뱉고 “깐죽거리던”(홍 전 대표 발언 ) 유시민이 아니라는 덕담이었다. 이번 토론은 2007년 서울 용산의 한 대폿집에서 언론을 앞에 두고 나눈 ‘취중 토크’ 이후 12년 만에 열린 첫 공개토론이었다. 당시만 해도 두 사람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경기 침체 책임을 ) 대통령 탓으로 돌리더라도 집권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하자, 유시민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그렇게 집권해서 뭘 그렇게 해보고 싶으냐”고 쏘아붙였다. 그 이후에도 두 사람 간 설전은 계속됐는데, 특히 2010년 홍 대표가 고(故 )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자금 차명계좌 의혹으로 특검 도입을 주장하자, 유 의원은 “(홍 대표는 ) 품격과 금도를 지킬 때가 됐다. 정치적으로 보면 철이 없다”고 맹비난하기도 했다.

과거 날카롭게 맞붙었던 두 사람이지만, 이날 이뤄진 토론에서는 서로 과거의 잘못을 일정 부분 인정했다. “옛날에 (유 이사장이 ) 아주 강성이었다”는 홍 전 대표의 말에 유 이사장은 “한나라당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탄핵하려 하고 ) 하도 괴롭혀서 저도 열 받아서 그랬다”며 ‘강성’이었음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전 대표 역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감정은 털끝만치도 없다. (다만 정치적으로 ) 우리가 참 힘들게 했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 모질게 했는데, 그 벌로 우리가 일방적으로 모질게 당하고 있다”며 과거 노 전 대통령에게 칼날을 겨눴음을 인정했다.

어찌 보면 진보와 보수 진영을 대표해 마주한 두 사람은 이날 여러 부분에서 견해차를 좁혔다. “(현재 자한당이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며 사용하는 ) ‘좌파독재’라는 말이 부적절하다”는 유 이사장의 말에 홍 전 대표는 “좌파독재라는 말은 부적절하다. 좌파 광풍 시대(가 적합하 )다”고 동조했다. 북핵 이슈와 관련해서도 ‘핵 균형’을 주장하는 홍 대표에게 유 이사장은 “북한은 조건이 맞으면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도 “(홍 전 대표의 주장도 ) 논리적으로 가능하다”고 인정했다.

노동 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노동삼권을 보호하는 것도 좋지만, 강성 노조를 제압하지 않고는 이 나라의 경제가 살 수가 없다. 노조의 부당한 행위까지 보호해서는 안 된다”는 홍 전 대표의 말에 유 이사장 역시 “경청할 대목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강성 노조가 있다고 해서 파업이 많은 건 아니다. 독일 금속노조는 (강성 정도가 )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파업 일수가 유럽 최저 수준인데, 이는 독일의 상장 대기업의 경우 법적으로 (기업 경영을 논의하는 ) 감사위원회에 노조 대표를 꼭 포함하도록 해, (노조 대표가 ) 기업 정보를 모두 열람하기 때문”이라며 “중요한 건 사주에 대한 ‘신뢰’다. 사주가 돈을 빼돌리거나, 회계 분식을 하거나, 돈이 많이 남는 사실을 노조에 숨기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이 끝난 후 유 이사장은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두 시간 넘게 활발하게 이야기 나눠서 느낌이 괜찮다”고 말했고, 홍 전 대표는 “좌우 논객이 만나서 나랏일을 허심탄회하게 나눠 참 좋았다. 유 장관(유 이사장)도 과거와 달리 상당히 유연한 자세를 보여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공동 방송을 ) 한 번 더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변상욱 국민대 초빙교수 역시 “이정도면 양측 진영의 좋은 사람 만나서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통로가 돼 (보수와 진보가 ) 만나고 흩어지는 게 반복되다 보면 중도 진영이 넓어지면서 ‘우리 정치 지형도 중도를 중심으로 새롭게 형성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고 말했다.

일본의 교육심리학자 사이토 다카시는 책 『내가 대화하는 이유』에서 “어떤 대립되는 관계라도, 극과 극이라도, 이해는 할 수 있다. 모든 사물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다. 그것을 이해하도록 노력해보자”며 “이해를 깊어지게 하기 위한 최적의 방법은 서로 마주하는 것이다. 사람은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현재 정치적으로는 청와대와 자한당이 대화 테이블에 마주하는 형태(5당+자한당 단독 회동, 3당 교섭단체+자한당 단독 회동 )를 두고 아옹다옹하고 있다. 이런 중에 이뤄진 홍 전 대표와 유 이사장의 만남이 전하는 교훈은 뭘까? ‘상대 입장을 이해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가급적 자주 만나는 게 답’이란 교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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