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오해 받는 자유한국당?... ‘막말’ 논란, 문제는 ‘고통 이해력’
자꾸 오해 받는 자유한국당?... ‘막말’ 논란, 문제는 ‘고통 이해력’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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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시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열린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 듣는 이를 유쾌하게 하는 말은 강력한 힘을 지닌다. 또 대수롭지 않은 말도 어떤 어감으로 전하느냐에 따라 ‘공감’을 자아내 ‘감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다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불쾌감’과 ‘분노’가 일어나기 마련이다.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잇따라 국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막말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포문은 정용기 자유한국당 정책위의장이 열었다. 정 의장은 지난달 31일 충남 천안 우정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자한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보다 지도자로서 더 나은 면모도 있는 것 같다"고 발언해 논란을 야기했다. 자한당이 문 대통령을 ‘좌파독재’로 규정해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3대 세습 독재 중인 김 위원장을 문 대통령보다 높이 평가하면서 논란을 확대한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 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최근 회전문 인사 논란과 관련해) 인사권자로서 대통령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한 얘기가 왜곡됐다”고 주장했으나 거센 질타는 피해갈 수 없었다.

정 의장 발언과 관련해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정 의장 발언에 ) 부적절하고 과한 부분이 있었다. 이 부분은 국민께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다음날(1일) 이번엔 민경욱 자한당 대변인이 막말 논란을 일으켰다. 민 대변인은 헝가리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사고와 관련해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타깝습니다. 일반인들이 차가운 강물 속에 빠졌을 때 이른바 골든타임은 기껏해야 3분입니다”라고 적어 논란을 더했다. 많은 누리꾼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냐?”며 “실종자 가족이 마음 졸이는 상황에서 사망선고 하는 거냐?”며 민 대변인을 몰아세웠다. 이에 민 대변인은 다시 페이스북에 “세월호 구조대를 지구 반 바퀴 떨어진 헝가리로 보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중요한 건 속도’라고 했다”고 적으면서 “7,000㎞ 떨어진 곳에 가는데 속도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고 정부 비판적 태도를 내비쳤다. 희생자·실종자 가족에 대한 걱정보다는 해당 사건을 정쟁 도구로 삼으려는 태도에 민 대변인을 향한 비판 여론은 더욱 고조됐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역시 지난 3일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 대변인 발언은 ) ‘정부가 호들갑 떨면서 그곳에 구조대를 왜 보내냐’는 듯한 비아냥거리는 소리로 들린다”며 “국민대표라는 사람이 그 상황에서 어떻게 이런 발언을 하느냐. 이게 정치로 이해득실 따질 일인가”라고 비난했다.

계속되는 막말 논란에 황 대표는 지난 3일 열린 당 최고위원회 비공개회의에서 “국민이 듣기 거북하거나 국민 마음에서 멀어지는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말실수가 되고, 막말 논란으로 비화된다”며 “문재인 정권과 여당, 여당을 추종하는 정당과 단체의 무례한 언행에 똑같이 응수하면 안된다. 저도 항상 삼사일언(三思一言 ), 즉 세 번 생각하고 한 가지 말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신중한 언행을 당부했다.

하지만 황 대표의 당부가 무색하게 이번에는 한선교 자한당 사무총장이 막말 논란에 휩싸였다. 한 총장은 최고회의 직후 질의응답을 위해 바닥에 앉아 대기하던 취재진을 향해 “걸레질을 하는구먼, 걸레질을”이라고 말해 도마에 올랐다. 황 대표의 당부가 끝난 지 10분도 채 지나지 않아서다. 논란이 커지자 한 총장은 뒤늦게 입장문을 내고 “취재환경이 열악해 고생한다는 생각에서 한 말로 상대를 비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듣는 이가 느낀 모멸감을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 총장은 지난달에도 당직자에게 “XXX, X 같은 놈” 등의 욕설을 해 비판 받은 바 있다.

그렇다면 왜 막말 논란이 끊이지 않을까? 이에 대해 소설가 김훈은 지난 1일 열린 한 강연회에서 “악다구니, 쌍소리, 욕지거리, 거짓말로 날이 지고 샌다. 사람들이 생각 없이 혓바닥을 너무 빨리 놀리며 혀가 마음껏 날뛰게 내버려 둔다”며 “우리 사회는 남의 고통을 이해하는 능력이 너무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공감력 없는 메마른 감정이 혀를 통해 여과 없이 터져 나온다는 지적이다.

프랑스 작가 발자크는 소설 『고리오 영감』을 통해 당시 파리 사회의 악덕과 권력지향, 물질만능주의를 꼬집었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고리오 영감은 돈으로 두 딸의 환심을 사려하지만, 재산만 탕진했을 뿐 두 딸에게 버림받고 쓸쓸히 임종을 맞이한다. 그러면서도 그는 “돈(권력)이면 그만이다. 돈이면 딸까지도 휘어잡을 수 있다”며 돈에 대한 집착을 저버리지 못한다. 민심 수렴보다는 정파 다툼과 정치적 치적 쌓기에 열중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모습이 비쳐지는 모습이다. 고리오 영감을 두고 발자크는 “통이 작은 사람들이란 끊임없이 지저분한 짓으로 좋건 나쁘건 자기감정에 만족하는 법이다”라고 적었다. 공감능력 없이 자기감정에만 충실한 통 작은 사람을 드러내는 혀. 유권자가 정치인의 혀에 집중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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