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남주의 ‘사하맨션’에는 누가 살고 있나
[리뷰] 조남주의 ‘사하맨션’에는 누가 살고 있나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06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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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대부분 ‘조남주’라고 하면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소설가 조남주는 2016년 출간된 『82년생 김지영』 외에도 2011년 문학동네소설상을 받은 『귀를 기울이면』과 2016년 황산벌청년문학상을 받은 『고네마치를 위하여』 등의 작품을 써낸 중견 소설가다. 조남주가 신작 『사하맨션』으로 돌아왔다.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기업의 인수로 탄생한 기묘한 도시국가 ‘타운’과 그 안에 위치한 퇴락한 도시 ‘사하맨션’을 배경으로 한다. 이 두 지역의 거주자들은 계층이 극명하게 나뉜다. ‘타운’에는 주민권이나 체류권을 지닌 사람,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타운에서 인정하는 전문능력을 갖춘 사람들만 거주할 수 있다. 반면, ‘사하’라고 불리는 맨션에는 소모품이나 폐품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산다. 

모두 12장으로 구성된 소설의 주인공들은 비참한 인생에 등 떠밀려 ‘사하’로 흘러들어온다. 어머니의 추락사를 자살로 둔갑시킨 사장을 죽인 도경과 도경의 누나, 본국에서 낙태 시술을 하다가 사고가 발생해 도망쳐 온 꽃님이 할머니, 태어날 때부터 오른쪽 눈이 없었던 사라… 『82년생 김지영』에서 그랬듯 약자에게 가해지는 사회의 직간접적인 폭력이 드러난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보면,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들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는 공동체로서, ‘타운’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비상구로서 역할을 하는 ‘사하’가 아이러니하게도 ‘타운’보다 못할 것이 없다고 여겨지는 때가 있다. 끝까지 함께 살아가기를 다짐하는 ‘사하’ 공동체를 비추며 소설은 작가의 의도를 드러낸다.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제를 반영하는 소설이다. 

『사하맨션』
조남주 지음│민음사 펴냄│372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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