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여름휴가철, 당신이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본격 여름휴가철, 당신이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6.0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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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인생과 여행은 그래서 신비롭다. 설령 우리가 원하던 것을 얻지 못하고, 예상치 못한 실패와 시련, 좌절을 겪는다 해도, 우리가 그 안에서 얼마든지 기쁨을 찾아내고 행복을 누리며 깊은 깨달음을 얻기 때문이다.” 소설가 김영하의 베스트셀러 에세이 『여행의 이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그는 이 책을 쓴 이유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여행은 나에게 무엇이었나, 무엇이었기에 그렇게 꾸준히 다녔던 것인가, 인간들은 왜 여행을 하는가, 같은 질문들을 스스로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으니, 앞의 문장은 이 질문들에 대한 답 중 하나이리라. 본격적인 여행철이 다가오고 있기에 이맘때면 여행 계획을 세워보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여행을 주저하고 있다면 작가들이 말하는 ‘여행의 이유’에 대해 읽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여행의 품격』의 저자 박종인이 여행을 떠나는 이유는 “지금 밟고 있는 땅에 대해 알기 위해서”이다. 박종인은 “우리는 땅에 산다. 그 땅에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며 “모든 사람이 사학자일 필요는 없지만, 여행길을 떠난 사람이라면 그 땅에 얽힌 이야기를 눈꼽만치라도 알고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즉, 그에게 여행이란 품격을 찾는 일이고, 그 품격이란 밟고 있는 땅의 뿌리를 아는 것이다. 그리고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적은 것처럼, 땅의 역사를 아는 만큼 여행은 더 즐거워진다. 

기자 출신 여행작가 채지형은 책 『안녕, 여행』에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떠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 있어서”라고 말한다. 그는 “가끔 사람들은 착각에 빠진다. TV 리모컨만으로 남극에 다다를 수 있다고. 따끈한 방 안에서 알래스카에 사는 북극곰을 만날 수 있다고. 인터넷에선, 멀리 있는 이들과 이야기도 나눌 수 있고 사진도 교환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이 자리에서 세상 어디든 닿을 수 있다고 믿는다”며 “그렇지만 인터넷이나 TV를 통해서 만나는 세상은 평면일 뿐이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바람의 감촉을 느낄 수 없고, 해 질 녘 아카시아 나무 뒤로 넘어가는 해넘이의 감동을 느낄 수 없다. 생명력 넘치는 그 생생한 현장에 녹아드는 경험은 아이맥스 4D 영화관에서도 얻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성공’을 여행의 이유로 꼽는 작가도 있다. 책 『타이탄의 도구들』에서 팀 페리스는 “이 책을 쓰면서 이른바 세상에서 가장 큰 성공과 혁신을 거둔 인물들을 만나봤다.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산책하고, 식사를 하고, 회의를 하면서 알게 된 사실들 중 하나는, 그들은 대부분 ‘배거본더’(vagabonder, 방랑자)였다는 것”이라며 하고 있는 일을 멈추고 최소한 6주 이상 일상에서 벗어나 하는 여행인 ‘배거본딩’(vagabonding)을 권했다. 페리스는 “베거본딩은 불확실함에 대처하는 능력을 길러준다. 인생과 세계관을 바꿈으로써 우리가 이 세상에 온 근본적인 이유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해준다”며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두려움과 마주하고, 습관을 바꾸고, 새로운 삶과 새로운 공간에서 창의적인 관심과 흥미를 가꿔나가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조금 철학적일 수 있지만, 여행을 다룬 일부 소설에서는 여행이 주인공들로 하여금 지나간 삶을 성찰하게 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게 한다.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된 소설 『관상』, 『명당』, 『궁합』의 저자 백금남의 신작 소설 『십우도』에서는 조선시대 소를 잡는 백정이 어느 날 소를 잃어버린다. 소설은 그 소를 찾아 머나먼 ‘구도(求道) 여행’을 떠나는 백정을 그린다. 주인공인 백정은 순탄치 않은 여행의 과정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결국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게 된다. 김정남 작가의 소설 『여행의 기술』에서는 자폐아 아들과 함께 생의 마지막 여행길에 오른 주인공이 자신의 비참했던 과거와 아픈 상처를 돌아보며, 생을 담담이 받아들이는 과정을 그린다.

기자 출신 작가 한수희는 책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에서 여행의 이유에 대해 “또 다른 나를 찾기 위해”라고 말한다. 한수희는 “(여행지에서) 나는 이 낯선 장소에서 모국어라는 갑옷을 입지 않은 나를, 이 사회의 시스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는 나를, 마치 어린아이나 촌뜨기로 돌아간 것 같은 나를 발견한다”며 “길게는 20시간씩 비행기를 갈아타고 몇 달 치 생활비를 며칠 만에 탕진하고 낯선 숙소에서 외로움과 두려움에 벌벌 떨며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에 눈물을 흘리고 사기꾼과 호객꾼에게 당하고 온종일 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걸어 다니는 이 모든 비이성적이고 비효율적인 일들을 통해 내가 이역만리 타국에서 찾게 되는 것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그게 ‘진정한 나’라고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 자신의 일부인 것은 확실하다”며 “그리하여 여행이 끝날 때마다 나는 같은 사람인 채 다른 사람이 돼 돌아온다. 그건 마치 기대하지 못했던 보너스 같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쯤 되면 여행을 떠나야 할 명분이 꽤 많이 생겼을 것 같다. 이제 주저하지 말고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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