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숙청·총살... “北 김영철·김성혜·신혜영, 정치범 수용소行”
실수=숙청·총살... “北 김영철·김성혜·신혜영, 정치범 수용소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6.02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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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 청취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월 김 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실무대표단의 보고 청취 자리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큰일났다. 빨리 왕궁으로 가자!" 봉화대에 외적이 쳐들어왔다는 신호가 오르자 제후와 군사들이 앞다퉈 왕궁으로 집결했다. 사람과 말이, 수레와 수레가 뒤엉키는 아수라장 속에 대병력이 집결했지만 적군은 어디에도 없었다. 제후와 병사들만이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을 뿐이었다. 그 모습에 절세미녀 포사는 단순호치(丹脣皓齒·붉은 입술에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모처럼 환히 웃었다. 좀처럼 웃지 않는 포사를 웃게 하기 위한 주나라 유왕의 꾀가 적중한 것이다. 이후 포사의 웃음을 위한 봉화는 매일같이 올랐고, 사람들은 지쳐갔다. 이후 견융족의 침입으로 진짜 봉화가 올랐으나, 마치 양치기 소년의 이야기처럼 아무도 무기를 들지 않았고 그렇게 주나라는 멸망하고 말았다. 절대 권력을 지닌 왕의 폭주로 벌어진 참극이었다.

지금이야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사실이 상식처럼 여겨지지만, 불과 백여 년 전만 해도 대다수 국가의 주인은 왕이었다. 그중 어질고 덕이 뛰어난 성군이 없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왕의 말 한마디에 국가 대사(大事)가 결정되고, 때로는 여러 사람의 목숨이 떨어져 나갔다. 비록 아직 몇몇 국가에 왕이 존재하기는 하나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존재일 뿐이지만, 예외 국가가 있으니 바로 3대 독재가 이뤄지고 있는 북한이다.

현재 북한의 최고 권력자는 김정은 국방위원장으로 옛 왕조 국가의 왕과 같은 권력을 누리고 있다. 법치국가이긴 하나 법이 사실상 최고수령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정상국가와 큰 차이를 보인다. 자신의 권위를 넘본다는 이유로 고모부 장성택을 사형에 처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당시 고사포를 이용해 잔인하게 숙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권력을 다지기 위한 공포정치를 구사한 것이다.

이런 공포정치는 권력자 입장에서 효과적인 통치 수단이다. 때로는 권력의 달콤함을 맛보이며 욕망을 자극하고, 때로는 숙청의 총칼을 들이밀며 두려움을 일으켜 그들의 충성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선 사람의 절박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북한 외교가 강해 보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는데,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숙청은 북한 외교가 강한 이유 중 하나다. 북한은 항상 체제 위기를 숙청으로 수습해 왔다”며 “(북한 외교는) 기본적으로 생존을 위한 외교로, 절박하기 때문에 강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 같은 일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하노이 회담’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전격 정상회담을 열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난 데 대해 북한 내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문책·숙청이 이뤄진 것이다. 당시 회담 실무를 담당했던 김혁철 전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는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선일보>는 대북 소식통을 인용해 “김 대표는 미국 의중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스파이로 몰려 지난 3월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관 경제 참사, 2등 서기관, 북한 외무성의 베트남 업무 담당 서기관 등 4명도 함께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미 협상을 총괄했던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그의 참모 역할을 했던 김성혜 통전부 통일책략실장은 정치범수용소 처분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노이 회담에서 여성 통역관으로 눈길을 끌었던 신혜영 역시 ‘실전 경험’ 부족으로 여러 차례 실수를 저지르면서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소식통을 인용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신혜영은 ‘노딜’을 선언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이 다급하게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고 말한 것을 통역하지 못했다.

반면 외무성 리용호 외무상과 최선희 제1부상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는데, 하노이 회담 준비 과정에서 전통적으로 북핵·대미 협상을 담당했던 외무성 라인은 김 위원장에게 ‘신중한 접근’을 주문한 반면 지난해부터 대미 협상 업무를 맞았던 통전부 라인은 ‘낙관적 보고’를 전한 것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의 숙청을 이용한 공포정치에 대해 “북한 외교가 강한 이유 중 하나지만, 숙청은 충격 요법에 불과하다. 일시적으로 강해진다고 해도 그것이 영속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역시 “수십 년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남협상 전면에 나섰던 통전부 고위급 인사 중 무사히 은퇴한 사람이 거의 없다”며 “내 칼럼을 읽을 통전부 간부들은 나는 아닐 것이라고 제발 착각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최근 펴낸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 따르면 김 위원장 집권 5년간 총살·숙청된 인원은 340명에 달한다. 이들은 만일 북한이 정상 국가였다면 고사포와 화염방사기로 공개 처형되지 않았을 사람들이다. 아직도 왕조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김 위원장은 우리 역사 속 폭군의 말로가 어떠했는지 주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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