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결혼식 하객은 몇 명?... 하객 품귀, ‘돈’으로 해결된다고요?
내 결혼식 하객은 몇 명?... 하객 품귀, ‘돈’으로 해결된다고요?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31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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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한동안 연락하지 않고 지내던 친구 혹은 지인의 이름이 전화기에 표시된다. 반가운 마음, 궁금한 마음이 이는 가운데 혹시나 하는 마음도 불현듯 일어난다. “보험 하나 들어 달라” “돈 빌려 달라”는 들어주기 어려운 부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 시기가 날 좋고 마음 싱숭생숭한 오뉴월이라면 다른 용무일 가능성이 크다. “결혼하니 와서 자리를 빛내 달라”는 간곡한 부탁.

7년 차 직장인 김모(35)씨는 얼마 전 졸업 후 연락하지 않고 지냈던 대학동창의 연락을 받았다. “잘 지냈냐. 그간 어찌 지냈냐”며 안부를 묻는 짧은 인사말이 오갔고 친구는 “종종 연락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며칠 뒤 그 친구의 결혼 소식을 알리는 모바일 청첩장이 카톡(카카오톡 )으로 날아 들어왔다. 순간 김씨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이 친구와 내가 얼마나 친했던가? 축의금은 얼마가 적당할까? 결혼식은 누구와 가야하지?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김씨는 황금 같은 주말 시간과 축의금, 친구와의 우정을 저울질하다가 문득 그런 자신의 모습에 씁쓸한 웃음을 내뱉었다.

최근 허례허식과 부모 세대와 같은 ‘보험성’ 인간관계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체면과 명분보다는 실용성을 중시하는 풍조가 자리 잡으면서 “내가 결혼할 계획이 없으니 다른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할 마음도 없다”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설령 어렵게 가기로 마음먹었다 해도 당일 입고갈 옷이며 축의금 액수, 어떤 말로 축하해야 할지, 누구와 함께 가야할지 등이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실제로 최근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미혼남녀 380명을 대상으로 ‘결혼식 참석 이유’를 설문조사한 결과 ‘지인의 행복한 결혼식을 위해서’란 응답은 22.9%에 불과했다. ‘결혼하는 지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서’(11.1% )란 응답을 더해도 ‘도리상 참석한다’(48.4% )는 응답에 못 미쳤다. 자발적 참여라기보다는 각종 인간관계가 가하는 무언의 압박을 못 이겨 반강제적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객들이 신경 쓰는 부분, 다시 말해 고민하며 스트레스 받는 부분으로는 남자는 옷(35.8% ), 축의금(28.3% ), 식장 도착 시간(12.3% )순이었으나, 여자의 경우 옷(49.7% ), 헤어메이크업(15.5% ), 동행자(15.5% )순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다른 누군가의 결혼식 참석은 ‘귀찮은 일’로 여기지만 본인의 결혼식에는 많은 하객이 와줬으면 하는 모순된 모습도 드러난다. 한국갤럽이 4월 23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희망하는 결혼식 하객 수에 대해 조사한 결과 50·60대보다 20·30대가 결혼식 하객이 많은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식을 (친지 외에 )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좋다’는 항목에 40대 이상의 19~26%만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 20·30대는 32~44%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이런 심리 때문인지 요즘 결혼식가에서는 하객 알바가 성황을 이룬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조건’을 따지지 않는 인간관계가 예전보다 줄어든 데다, 결혼식 참석을 귀찮은 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결혼식 하객은 품귀현상을 빗고 있다. 이 때문에 하객을 돈으로 사는 경우까지 등장했는데, 실제로 알바모집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하객 알바 구인 광고’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일면식도 없는 신랑, 신부지만 마치 오래 알고 지낸 벗처럼 인사하고 박수치고, 환호하고, 단체사진을 찍으면 1만5,000원에서 3만5,000원의 금액을 벌어갈 수 있다. 식권을 받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하객이 최저 인원(예식장별로 상이하지만 보통 120명 )에 못 미치는 경우 무료 식사 기회를 얻기도 한다. 2시간 단기알바치고 적지 않은 금액, 뷔페도 맛볼 수 있어 꿀 알바로 꼽히고 있다.

김난도 교수는 책 『트렌드 코리아 2018』에서 “급격히 빨라지는 서비스화 진행에 따라 서비스 중심의 신산업 비즈니스 모델 또한 생기고 있다”고 최근 추세를 분석하며 이를 ‘만물의 서비스화’라고 지칭한 바 있다. 만물의 서비스화에 따라 하객 알바, 조문객 알바란 서비스 중심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한 현시대 상황에서, 해당 사업이 흥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에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좁아지고 삭막해진 인간관계에 울어야 할까? 선뜻 대답하기 어렵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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