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인북] 당신의 친구가 미얀마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
[포토인북] 당신의 친구가 미얀마에서 보내는 위로의 편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31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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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오르골 출판사]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여행은 지금 있는 자리에서는 좀처럼 치료하기 어려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떠나는 여정일 수 있다. 꽤 오랜 시간 영화감독을 꿈꾸다 현실에 벽에 부딪혀 포기한 이 책의 저자는 미얀마에서 만난 따듯한 사람들과 풍경을 통해 위로받는다. 실패기인 동시에 치유기라고 할 수 있다. 실패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기에 이 책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또 치유를 돕는다. 

책은 편지 형식으로 쓰여져 더욱 정겹다. 매 장이 ‘수영’이라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다. 독자는 마치 여행을 떠난 절친한 친구가 자신에게 보낸 편지를 읽는 듯한 기분이 든다. 영화계에서 오래 머문 덕분인지 책에 담긴 80여장의 사진들은 그 의도가 명확하며 예술성이 느껴진다. 

[사진= 오르골 출판사]

수십 척의 배 위에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서 누군가는 양곤을 떠났고, 누군가는 양곤으로 돌아왔어. 강물에 하루가 다 담겨 있는 것 같더라. 저 많은 사람들의 시간이 모여 강물이 이뤄지고, 또 많은 기도가 모여 노을이 되는 게 아닐까. 그 순간 얼마나 강으로 뛰어들고 싶었는지 몰라. 왠지 그러면 나도 분위기에 섞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 하지만 차마 용기가 나지 않았어. 그래도 고마웠던 건 노을빛이 수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나도 같이 비춰줬다는 거야. <24~25쪽>

[사진= 오르골 출판사]

우리나라에서 교육은 외국어를 배우거나 적성을 살리는 일 같은 거잖아. 그런데 이곳의 교육은 일단 끼니를 해결하는 것부터 시작해. 더 정확히 표현하면 ‘내가 밥을 먹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란 걸 가르쳐야 하지. 우리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지만 여기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돼. <37쪽>

[사진= 오르골 출판사]

아침에 본 그는 세상 걱정 없이 밝은 사람이었고 웃는 상에 동그란 안경테가 잘 어울렸어. 내게 만달레이에서 가볼 만한 곳을 여러 군데 소개해줬고, 담배를 피운 다음엔 사탕도 줬어. 하지만 딱 그 정도까지의 거리였어. 본인의 가장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유쾌하게 이야기 나눈 뒤 헤어지는. 여행을 하면 이렇게 스치는 사람이 참 많아. 그게 여행 친구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어떨 땐 그 밝은 모습 때문에 더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해. <55쪽>

[사진= 오르골 출판사]

그동안 미얀마를 여행하며 다양한 불상을 봤어. 온몸에 금장을 두른 불상,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불상, 이렇게 몸통만 남은 불상까지. (중략) 그래서인지 눈앞의 불상을 보고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 나 역시 어떤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실패한 영화인’ 말고 다른 이름을 얼마든지 가질 수 있다고 말해 주는 것 같았거든. <173쪽>

『신발을 벗고 들어오세요』
박원진 글·사진│오르골 펴냄│248쪽│1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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