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보기 전에 읽어야 할 봉준호 영화 ‘관전 포인트’
‘기생충’ 보기 전에 읽어야 할 봉준호 영화 ‘관전 포인트’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3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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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프랑스 칸영화제는 독일 베를린국제영화제,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와 함께 세계 3대 영화제라고 불리지만, 이 세 개 영화제 중에서도 단연 그 위상이 으뜸이라고 평가받는 영화제다. 따라서 칸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은 과장을 좀 보태면 노벨상에 비견되곤 한다. 지난 25일 한국에서 최초로,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 한국영화가 100주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엄청난 경사라는 말이 나온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칸영화제를 사로잡은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유로 수상작을 결정하지 않는다. 감독이 누구이고 어느 나라 영화인지도 중요하지 않다. 영화 그 자체로만 평가한다.” 
아직 영화는 국내 개봉하지 않았지만, 이번 칸영화제에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멕시코 출신 감독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가 기자회견장에서 한 말을 들어보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봉 감독이 지금까지 내놨던 영화들처럼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이슈도 담고 있지만, 이번에는 예술성이 많이 가미돼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2000 )부터 ‘살인의 추억’(2003 ) ‘괴물’(2006 ), ‘마더’(2009 ), ‘설국열차’(2013 ), 그리고 2017년 개봉한 영화 ‘옥자’까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사회비판적’이라는 평을 받고, 영화의 사회비판적 요소는 학자들에게 분석의 대상이 된다. 

봉 감독의 작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 하나인 ‘살인의 추억’은 국민을 위험에 방치하는 국가의 무능에 대해 꼬집는다. 동국대 영화학과 이론학회 출신 연승은 2007년 논문 「봉준호, 그래도 나는 고발한다!」에서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한 ‘살인의 추억’에서는 연쇄살인범을 잡을 수 있었던 기회가 세 차례 있었다”며 “연쇄 살인극을 통해 국가와 시스템이 어떻게 국민을 방치하는지 132분 동안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사회비판은 블랙코미디의 형식을 차용한다. 범죄현장에서 범인의 발자국일 수 있는 발자국 위로 경운기가 유유히 지나가는 장면이나, ‘백광호’(박노식 )를 무조건 범인으로 몰려는 형사 ‘박두만’(송강호 )과 ‘박두만’을 신뢰하지 않는 ‘서태윤’(김상경 ) 때문에 진범을 세 번이나 본 증인 ‘백광호’가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은 코미디언 유병재가 그의 책 『유병재 농담집 블랙코미디』에서 블랙코미디에 대해 정의한 것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에 빠지게 되는 코미디”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괴물’의 사회비판적 요소는 학자들 사이에서 연구대상이 될 정도로 다채롭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의 모티브가 된 사건은 주한미군이 2000년 다량의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맥팔랜드 사건’이다. 또한, 영화는 이 독극물을 먹고 생겨난 괴물을 퇴치하기 위해 ‘에이전트 옐로’라는 약품을 ‘첨단 화학 약품’이라는 이름으로 등장시키는데, 이 약품은 미군이 1960년 베트남전쟁 중 가장 많이 사용한 고엽제 ‘에이전트 오렌지’와 이름이 비슷하다. 베트남의 정글을 파괴한다는 명목으로 사용된 이 고엽제는 베트남인에게 암, 유산, 피부병 등 장애나 질병을 일으켰고, 고엽제 제조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은 1971년 고엽제 사용이 중단되기까지 독성을 숨겼다. 영화는 미국을 비판하는 것 외에도 한강에 나타난 괴물은 보도하되 한강에 방류된 독극물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국내 언론의 행태도 비꽜다.

영화 ‘설국열차’의 문제의식은 ‘계급사회’라는 평이다. 영화 평론가 강성률은 ‘설국열차가 재현한 계급투쟁이 그렇게 거북한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어떻게 보더라도 설국열차는 자본주의사회 계급문제를 정 중앙에서 다루고 있다”며 자본주의 사회를 공고히 하고 산업혁명을 탄생시킨 ‘기차’를 영화의 배경으로 사용한 것과 열차를 운행하고 지배하는 통제자의 이름이 미국 산업화의 핵심 인물인 ‘포드’와 비슷한 ‘윌포드’라는 것, 기차의 칸이 각각의 계급을 나눈다는 것 등을 언급했다. 강성률은 “명확한 것은 이 영화는 점점 가속돼가는 신자유주의 사회의 현실적 계급 모순을 특정한 상황과 공간 속에 밀어 넣어 인류가 과연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묻는 영화라는 것이며 그 중심에 분명히 계급과 그 투쟁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를 먼저 본 이동진 영화평론가는 지난 27일 MBC 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기생충에 대해 설명하면서 “직업이 없는 상황에서 장남이 고액 과외선생으로 어떤 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 블랙코미디이면서도 사회 문제에 대한 예리한 의식이 살아 있는 그런 작품” “봉준호 감독의 영화들은 사실 날카로운 사회 문제가 바탕에 깔려 있고요. 또 특히 계급적인 빈부격차 문제라든지…”라고 말했다. 30일 개봉한 ‘기생충’, 이 영화가 사회의 어떤 모습을 비판하는지, 그리고 그 비판은 얼마나 예술적인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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