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러시아 푸티니즘, 그 정체는? 그리고 미래는?
[책 속 명문장] 러시아 푸티니즘, 그 정체는? 그리고 미래는?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29 10: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러시아는 지배 엘리트들의 정치적·경제적 이해관계를 협상하는 권력가들로 이뤄진 내밀한 네트워크의 지배를 받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임기 동안 국가의 정경계 상황을 과거부터 현재까지 조종해온 비공식적인 그룹으로 이뤄진 이 권력 피라미드 정점을 나는 푸틴 신디케이트라고 칭한다. 모든 공공의 통제를 벗어나 러시아의 딥 스테이트(deep state, 민주주의 제도 밖의 숨은 권력 집단 )가 광범위한 사안들을 결정한다. 그와 동시에 형식적 민주주의의 공식 기관, 즉 의회와 내각이 이런 실제 권력 구조에 편입돼 있다. 이 기관들은 비밀스러운 기관들은 비밀스러운 신디케이트에 종속돼 정치적 권력을 행사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통치체제는 어떻게 작용하고 어떻게 스스로를 정당하며, 얼마나 굳건한가? 그리고 러시아의 이런 새로운 종류의 현상을 무엇이라고 명명할 수 있을까? 이 현상에 대해 사람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푸티니즘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왔다. 

하나의 특별한 통치체제로 푸티니즘은 많은 요소와 연관돼 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스스로 주권적인 민주주의와 제3의 길, 고유의 국가 문명이라고 공공연하게 높게 평가하는 반면에 러시아 내 푸티니즘 반대자들은 좋아봤자 모방한, 조작된 민주주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의 비판가들은 푸틴 시스템이 완벽히 독재적이거나 전체주의적인 통치형태가 아니라면 적어도 반독재적(semi-dictatorial)인 시스템이라고 본다. 1인 통치체제, 즉 독재주의도 적지 않게 언급된다. 그러나 푸틴이 홀로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 자주 간과된다.

푸티니즘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정치 문화, 열강 이데올로기, 정치적 기술 그리고 특히 프로파간다가 이 시스템의 주요 특징이라고 강조한다. 일부 관측통들은 비밀경찰의 두드러지는 역할이 결정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이들은 오히려 국가자본주의와 이른바 도둑정치의 추세에 초점을 맞춘다. 러시아 사회학자 레프 구드코프는 이 시스템의 주요 특징을 하나의 사상으로 묶는다. 그에게 푸티니즘의 핵심은 “비밀경찰이 관료주의 분파들과 국영기업들의 사적인 이익 충족을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 특별한 포스트 전체주의적 통치체제”다. 구드코프의 분석에 의하면, 푸틴 정권에는 오히려 과거에 사용됐던 과두정치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이때 과두정치란 국가와 재계의 최고 권력자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것을 뜻한다. 푸틴은 비밀경찰과 재계 거물들로 구성된 신디케이트를 대표하고 있으나, 전권을 가진 일종의 회장이 아니라 동료 중 일인자에 불과할 뿐이다. 

푸틴 신디케이트의 집단적 통치에 대해 엘리트 카르텔, 기업 이사진, 크렘린 주식회사, 러시아 주식회사 등 다른 명칭들도 유행했다. 심지어 전능한 소련 정치국을 모방해 비공식적일지라도 재탄생된 정치국이라는 개념이 크게 주목받았다. 소련에서처럼 이 정치국 역시 정치국원, 그리고 권력 집권을 앞에 두고 대기하는 정치국 가입 후보국원으로 분류된다. (중략 )

지금까지 푸틴 숭배 연출은 정권의 정치적 적법성을 확보하기 위한 궁극적 요소로 여겨져왔고, 따라서 이에 대해 설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체제 안정화를 위한 정권의 새로운 수단으로는 국가근위대의 창설이 두드러지고, 오랫동안 푸틴 곁에 있었던 고위 관료 조력자들이 퇴장하면서 정치 엘리트들은 젊은 기술 관료들로 대체됐다. 이는 비공식적인 크렘린 그룹이 다시 새로운 균형을 이루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아마 이런 현상도 푸틴에서 또 다른 적절한 후계자로 권력이 이양되는 전조가 아닐까? <6~12쪽>

『푸틴 신디케이트』
마르가레타 몸젠 지음│이윤주 옮김│한울엠플러스 펴냄│280쪽│29,5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