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묵의 3분 지식] 감정노동자가 자살 충동을 4.6배 더 느끼는 이유는?
[조환묵의 3분 지식] 감정노동자가 자살 충동을 4.6배 더 느끼는 이유는?
  • 조환묵 작가
  • 승인 2019.05.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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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노동과 스트레스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감정노동자와 마주친다. 아파트를 나서는 주민에게 반갑게 인사하는 경비원 아저씨, 식당에서 손님에게 밥상을 차려주는 아주머니, 백화점에서 변덕스러운 고객의 비위를 맞춰주는 판매직원, 불만 가득한 소비자의 전화를 친절하게 받아넘기는 콜센터 상담원, 고객의 무리한 배달 요구에 응답할 수밖에 없는 택배기사. 이들은 슬프거나 괴로워도 친절해야 하고 부당한 상황에도 화를 낼 수 없어 정신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곤 한다. 

감정노동(Emotional Labour)이란 배우가 연기하듯 직업적 필요에 의해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타인의 감정에 맞추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1983년 미국 UC버클리대학의 사회학 교수 앨리 혹실드(Arlie Russell Hochschild)가 이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다. 

예전에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비행기 승무원에게 손찌검한 일명 ‘라면상무’ 폭행사건이 있었다. 모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는 50대 여성이 주차요원의 무릎을 꿇게 한 뒤 폭언을 해서 고객의 갑질 논란이 일었다. 이동통신사 고객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고3 여고생이 고객의 폭언과 상사의 실적 압박이라는 이중고를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016년 연세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는 다른 직업 종사자에 비해 자살 충동을 최대 4.6배 더 느낀다고 한다. 또 감정노동자는 일상적 폭언과 폭행 등으로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질병에 시달리고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환경 등으로 이직률이 높다고 한다. 실제로 2013년 서울시 자료에 의하면 콜센터 상담원의 이직률은 68.5%로 전체 노동자 이직률인 4.5%보다 현저히 높았다. 감정노동자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 차원의 관리도 필요하지만, 그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법적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할 것이다.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에는 크게 3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 항상 밝은 미소를 짓는 긍정적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다. 콜센터·백화점·호텔·식당·항공사 같은 일반 서비스업이 이에 속한다. 둘째 되도록 화난 듯한 목소리를 내거나 위압적 태도를 보이는 부정적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다. 경찰·검찰·조사관·감독관·채권추심원 등이 이에 속한다. 셋째 무표정한 중립적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다. 판사·스포츠 심판·장의사·카지노 딜러 등 전문직 사람들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직업에 상관없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감정노동자라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인간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삶을 이어가기 때문에 누구나 ‘사회적 얼굴’ 하나쯤은 갖기 마련이다. 어떤 때는 자신의 진심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또 어떤 때는 본심을 숨긴 채 상황에 맞춰 대처하기도 한다. 

물론 감정조절과 감정노동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다. 일반 직장인의 감정조절은 개인에 달려있지만, 감정노동자의 감정조절은 문서화된 계약에 달려있다. 

회사에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직원은 직장생활이 조금 힘들어지겠지만 당장 해고당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콜센터 직원은 계약서에 명시된 친절을 베풀지 않으면 해고 사유가 된다. 또 일반 직장인의 감정조절은 업무에서 부수적인 것으로 취급되지만, 감정노동자는 별도의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각종 매뉴얼에 따라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일반 직장인의 감정조절은 직무평가의 대상이 아니지만, 감정노동자는 항상 감시받고 평가되며 실적에 휘둘린다.

[사진= 연합뉴스]

“상사 이름도 모르냐? XXX(욕설)!”
“고객님, 전화 먼저 끊겠습니다.”

최근 콜센터 상담원의 ‘끊을 권리’가 확산되고 있다. 언어폭력, 성희롱 등 고객의 부당한 전화를 상담원이 먼저 끊을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든 것이다. 실제로 한 카드회사 콜센터는 월평균 300여 건이던 막말 전화가 60% 이상 줄었다고 한다.

감정노동자의 근무여건 개선이나 인권보호 조치들이 점차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감정노동자를 향한 성숙한 시민문화가 하루빨리 정착되기를 바란다. 

(출처: 『직장인 3분 지식』)

 

■ 작가 소개

조환묵
(주)투비파트너즈 HR컨설턴트 & 헤드헌터. 삼성전자 전략기획실, IT 벤처기업 창업, 외식프랜차이즈 등 다양한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실용적이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는 『당신만 몰랐던 식당 성공의 비밀』과 『직장인 3분 지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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