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농부가 농사만 지을 수 없는 이유… 『상품기획의 정석』
[책 속 명문장] 농부가 농사만 지을 수 없는 이유… 『상품기획의 정석』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27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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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많은 농부들은 자신의 상품이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알려지기만 하면 '전국에서 갱년기를 걱정하는 모든 여성들'이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와 피로감을 느끼는 모든 남성들'이 전국적으로 구매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아직 한 번도 그런 제품이 출시된 일이 없는데도 이들의 기대는 좀처럼 가실질 않는다. 농부든 농부가 아니든 상품기획을 할 때 시장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마친 후 해야 하는 일은 표적고객을 정하는 것이다. 고객을 정하지 않으면 브랜드도 정할 수 없고 포장도 정할 수 없다. 용량도 가격도 정할 수 없다. <25쪽> 

열심히 영농 활동을 하고 작품에 대한 이해도 높은 농부들이 기획하거나 만드는 상품들은 종종 지나치게 고차원적인 부분까지 고려되면서 상품들이 너무 깊은 것까지 다뤄지는 경우가 있다. 소비자들은 인터넷이나 종편 방송, 혹은 단편적인 기사를 통해 한 두 번 들었을 뿐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아직은 많지 않은데 말이다. 농부들은 자신이 다루는 작물이 종편TV에라도 나오면 마치 전 국민이 그것으 다 봤고, 내용 전체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듯하다. 상품은 쉬워야 한다. 좋은 상품은 낯설지만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해서 한 번만 봐도, 혹은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알 수 있는 상품이다. <42~43쪽> 

농부들이 100%에 빠지는 또 다른 이유는 굳이 뭔가를 공부하고 연구해서 기획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나의 소재로 100%의 상품을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생에만 문제가 없도록 갈아서 넣으면 되고 말려서 넣으면 되고 짜서 넣으면 된다. 맛에 대한 고민도 필요 없다. 누가 맛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건 원물 고유의 맛이 원래 그래요"라고 하면 된다. 책임이 농부에게 있지 않고 작물에 있다는 식으로 둘러대기도 편하다. 그렇게 하면 제품을 구매할지 안할지는 전적으로 소비자의 책임이다.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폭이 없으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다. 그러면 농부들은 '소비자들이 아직 제품을 모른다느니' 맛을 모른다느니' '이렇게 하지 않으면 효과가 안 난다'는 말로 소비자들이 느끼는 불편을 무마하려고 한다. 농부두릉느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는 것을 자랑처럼 얘기하지만 그 말의 끝은 '깊게 연구하지 않았다'는 말과도 닿아 있다. <58~59쪽> 

농부들이 더 이상 농사만 지을 수 없는 이유는 이미 농부들의 지식이 '농사만 지어도 될 만한 수준'을 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지식을 가지게 된 농부들이 머릿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일을 하며 얼마의 이익을 남길 것인지를 계산하면서 본인은 농사만 짓겠다는 것은 실현이 어려운 일이다. 계통출하가 아니고서는 생산량을 처리할 수 없는 대농이거나 대형유통업체와의 꾸준한 직거래를 통해 사전계약 재배를 하는 곳은 농사만 짓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그럴 수 없다면 요즘 농부는 농사만 지어서는 안 된다. 농부 스스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122~123쪽> 

『대한민국 농가농촌을 위한 상품기획의 정석    』
이영빈·최낙삼 지음 | 새빛 펴냄│204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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