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배우를 폭력배로’ ‘윤창호법은 유명무실’ 한지선과 알콜사회
‘여배우를 폭력배로’ ‘윤창호법은 유명무실’ 한지선과 알콜사회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24 14:3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한지선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만취는 모순덩어리다. 만취는 만사를 긍정하게 만든다. 폭력을 일으키는가 하면 평화를 유도한다. 만취하면 노래가 나오고 잠이 온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술은 자제력을 시험하는 도구였다. 바이킹에게는 좋든 나쁘든 시의 원천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통치자의 도락이자 몰락의 원인이다. 가난한 사람에게 위안이 되지만 가난의 원인이기도 하다. 정부 입장에서는 폭동의 원인이자 수입원이다. 남성성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남성성을 제거하는 요인도 된다. 유혹의 수단이자 결혼의 원인이다. 만취는 전염병이고 사망원인이며 신의 선물이다.” 

영국 작가 마크 포사이스는 책 『술에 취한 세계사』에서 ‘만취’, 즉 술에 잔뜩 취한 상태를 이렇게 표현했다. 그는 이 책에서 신석기 시대 주술사가 영혼의 세계와 소통하기 위해 마신 술부터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의 술, 성경 속 술, 중세부터 미국 서부개척시대까지의 술, 근현대의 술 등을 다루며 ‘술이 움직인’ 세계사를 그린다. 술이 얼마나 대단한지, 세계의 역사까지 바꿔왔다는 것이다. 

포사이스가 설명했듯, 술은 분명 우리네 인생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술이 바꾼 역사는 술에서 깬 후 겪는 지독한 숙취처럼 그 뒷맛이 좋지 않다. 최근 몇몇 사례만 봐도 그렇다.

술은 한 여배우를 폭력배로 만들었다. 배우 한지선(25)이 지난해 9월 60대 택시기사 A씨와 경찰관을 폭행해 폭행 및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벌금 500만원과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일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채널A의 보도에 따르면, 한지선은 만취 상태로 이미 다른 승객이 탑승해 있던 택시에 올라탔다. 이후 택시기사 A씨의 머리를 보온병으로 내리치고, 뺨을 때렸으며 신고를 받고 온 경찰관의 뺨을 수차례 때리고 팔을 물고, 다리를 걷어차는 등 주폭(酒暴)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기사 A씨가 한지선에게 사과를 듣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은 더욱 커졌다. 또한, 한지선의 소속사 제이와이드컴퍼니가 23일 “정확한 사실 파악을 위해 본인에게 확인을 한 결과, 지난해 택시 운전 기사분과 말다툼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사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혀 폭행을 단순한 ‘말다툼’으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도 비난이 일었다. 이에 SBS 드라마 ‘초면에 사랑합니다’의 일부 시청자들은 이 방송에 출연하고 있는 한지선의 하차를 요구했고, SBS 측은 24일 한지선을 드라마에서 퇴출했다. 

그러나 여배우 한 명만 나무랄 것은 아닌 듯싶다. 술은 많은 이들을 깡패(?)로 만든다. 최근 경찰이 병원 응급실이나 가게 등에서 술에 취해 행패를 부리는 소위 ‘동네 주폭’에 대해 집중단속을 벌인 결과 두 달 동안 무려 1,700명이 붙잡혔다.  

술이 만드는 것은 폭력만이 아니다. 술은 법을 만들고, 동시에 그 법을 깨는 무법자도 만들었다. 지난해 국회에서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를 위한 윤창호법을 발의 및 통과시켰다. 지난해 8월 배우 박해미의 전 남편이자 뮤지컬연출가 황민이 극단 소속 직원 및 배우 4명을 차에 태우고 음주 상태로 운전하다 화물트럭을 들이받고 두 명을 사망하게 한 사건과 지난해 9월 부산 해운대에서 전역을 앞둔 윤창호씨(22)가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다가 만취한 운전자의 차에 치여 사망한 일이 일어나면서 음주운전에 대한 비난 여론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18일부로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내면 기존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그러나 술의 힘이 어찌나 큰지, 지난 2월에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3달이 채 지나지 않아 배우 안재욱과 김병옥이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 일반인이라고 다를 것은 없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후 반짝 감소한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지난달 윤창호법 시행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술 때문에 뜨거웠던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술에 의해 다시 차갑게 식었다는 말이 나온다.

술과 관련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니, 식당마다 거리마다 잘 나가는 연예인이 술잔을 들고 있는 포스터나 입간판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우리나라는 유독 주류 광고가 많다. 반대로, 술로 인해 발생하는 폐해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공익광고 등은 드물다. 소설가 현진건이 1921년에 발표한 『술 권하는 사회』가 그 의미를 달리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술은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바꿀 힘이 있고, 그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이제는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 하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비회원 글쓰기 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오양 2019-05-26 12:47:20
한지선.한지성..한끝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