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하면 행복? ‘몰입’에 답 있다... 대도서관 “성취 욕구는 중독 아냐”
게임하면 행복? ‘몰입’에 답 있다... 대도서관 “성취 욕구는 중독 아냐”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24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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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너 이렇게 게임만 하다 진짜 죽을 수 있어”

학교수업은 물론 유흥을 위한 외출마저 끊고 기숙사에 들어앉아 게임에만 몰두하는 김영훈(가명·25 )씨에게 주변인이 전한 우려다. 부모의 권유로 고등학교 시절부터 홀로 중국 유학길에 나선 김씨는 대학에 입학한 후 현실세계보다는 게임 속 가상세계에서 만족감을 찾고 있다. 밥은 인스턴트 음식, 물은 콜라로 대신하며 일상생활을 이어가는 김씨에게 게임 속 세상은 외롭고 무료한 외국생활을 견디게 하는 도피처이자, 성취욕을 자극해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자아도취의 공간이다.

김씨와 같은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게임 중독자’로 불린다. 하지만 그간 ‘게임 중독’은 통상적인 개념으로 다뤄졌을 뿐 정식 질병으로 다뤄지지는 않았다. 게임 중독에 정신 질환의 꼬리표를 붙이는 것은 게임에 대한 과도한 경계를 낳고 과잉 의료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 컸기 때문이다. “게임에 집착한 건 외로움과 성취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이었지 게임 자체가 굉장한 중독성을 발휘한 것은 아니다”라는 김씨의 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가 ‘게임중독=질병’을 예고한 데 이어, 오는 2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하는 제72회 WHO 총회에서 ‘게임 중독’에 질병코드(정식 질병으로 인정 ) 부여를 예고해 큰 논란이 예상된다. 만일 이번 WHO 총회에서 ‘게임 중독’이 정신 질환으로 확정될 경우 2022년부터 최소 5년 유예기간을 거쳐 각 나라에 반영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당장 우리나라 정부 부처부터 엇박자를 내며 논란을 가중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게임의 정신 질환 지정에 반대 의사를 표한데 반해 보건복지부는 찬성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문체부는 지난달 게임중독의 정신 질환 지정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WHO에 전달하면서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 요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게임이용,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에 참석한 박승범 문체부 과장 역시 “게임을 플레이할 때 나오는 도파민(중독 유발 물질 )은 도박보다 낮고, 낚시를 해도 같은 양이 발생하지만 아무도 낚시이용장애(낚시중독 )를 말하지 않는다”며 “의학적인 부분으로 사회구성원을 설득하려면 보다 명확한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다.

반면 보건복지부는 “게임이용장애(게임중독 )를 겪는 사람이 소수라 하더라도 치료나 예방 등이 필요한데, 현재는 질병코드 등이 없어 진단을 내리거나 조치를 취할 수 없어 WHO의 질병코드화가 필요하다”며 “질병 관리를 위한 통계파악을 위해 기호를 붙여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사안을 두고서는 일반 대중의 의견도 갈린다. 21일 방송한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김윤경 인터넷 과의존 예방 시민연대 정책국장은 “게임은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아이가 게임을 끊을 수 없다”며 게임의 연속성을 지적했다.

이에 해당 방송에 출연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본명 나동현 )은 “게임의 연속성은 인간의 기본적인 자아실현이나 성취 욕구다. 또 학교에서 학원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시스템에서 아이들이 성취욕을 느낄 수 있는 건 게임뿐이다”라며 “게임중독은 질병이 아니다. 게임을 더 잘하고 싶다는 욕구를 중독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고 반박했다.

대도서관의 발언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갈렸다. 일각에서는 “대도서관이 아직 아이가 없어서 그렇다. 아이 낳고 키워보면 저런 소리 못할 것” “게임방송하는 사람이니까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것” 등의 의견으로 비난했고, 또 다른 일각에서는 “아무리 좋은 것에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일도 중독되고, 커피도 중독된다. 긍정적인 면을 잘 사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아이들에게 게임은 만족감ㅍ을 느끼기 위한 몰입의 도구다. 게임을 제한하기 전에 게임 외에 몰입의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어른들이 반성해야 한다” 등의 의견을 전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몰입을 행복의 도구로 꼽는다. 베토벤은 “괴로운가? 무언가에 몰두하라. 그것이 불행을 잊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했고, 긍정학자 칙센트미하이는 책 『몰입(flow)』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증언한 ‘정말 즐겁고 만족했던 경험’은 무언가에 집중해 내 존재 자체마저 잃어버린 순간”이라며 “몰입은 누구나 일상 속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이다”라고 말했다.

게임 외에 좀처럼 몰입의 행복감을 느낄 수 없는 아이들에게 “게임은 정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엄포를 놓을 것이 아니라, 게임 외에도 몰입을 경험할 여러 방안을 제시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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