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동 여경 논란, 남성들의 트집 잡기?... “믿음직한 경찰 필요해”
대림동 여경 논란, 남성들의 트집 잡기?... “믿음직한 경찰 필요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2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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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구로경찰서]
[사진=구로경찰서]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여성 경찰(여경 )이 주취자를 제대로 제압하지 못했다는 의혹이 자질 논란으로 번지면서 며칠째 온라인에서 열띤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범인 하나 혼자 힘으로 제압 못 하는 사람이 무슨 경찰이냐”는 주장과 “그 정도면 잘 대응했다. 여경이 남경보다 잘하는 부분도 많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 13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동 여경 폭행’이란 제목의 영상이 오르면서 불거졌다. 영상은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주취자 두명이 난동을 부리는 내용을 담았는데, 영상 속에는 한 취객이 출동한 경찰(남경)의 뺨을 때려 남경에게 제압당하자 이를 지켜보던 또 다른 취객이 여경을 밀치고 남경을 잡아끄는 등의 행동이 담겼다. 또 여경이 “남자 분 나와 주세요. (수갑 ) 채우세요”라고 하자, 누군가가 “(수갑) 채워요?”라고 묻는 목소리도 담기면서 ‘여경이 혼자 힘으로 제압 못 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도움받는 입장에서 시민에게 명령조로 말했다’ 등의 비판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구로경찰서는 “수갑을 채운 건 시민이 아닌 인근에 있던 교통경찰이었다”며 “출동한 경찰관들의 대응은 정당했다”고 밝혔으나, 여경의 대응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여경과 관련한 논란이 사람들 입에 오르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9월에도 부산 지역의 한 교통사고 현장에서 일반 남성 시민이 차량에서 운전자를 구조하면서 현장에 있던 여경 네명에게 거센 질타가 쏠린 바 있다. 이런 배경에는 문재인 정부가 여경 선발 비율을 급격히 높인 데 대한 반발 여론이 자리한 것으로 추측된다. 현 정부(2017 )들어 여경 채용비율은 기존 12%에서 25%(지난해 하반기 )로 훌쩍 뛰어올랐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여경 인원은 1만3,000여명으로 전체 경찰 12만여명의 11.3%를 이루고 있다. 과거에 비해 상당히 진전된 수치지만, 정부는 이런 여경 비율이 미국(14.1% ), 영국(28% ), 캐나다(21% )에 비해 낮다며, 2022년까지 여경 비율을 15%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정부는 일부 선진국 수준으로 여경 비율을 끌어올린다는 심산이지만, 여경이 남경에 비해 강력사건 대처능력이 떨어진다는 일부 국민의 인식은 극복해야할 과제로 남아있다. 선진국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여경 비율만 참조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받는데, 실제로 영국, 캐나다, 싱가포르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여경 비율이 높긴 하지만, 채용 과정에서 여경과 남경이 동일한 체력검정 기준을 요구받는다는 점에서 다르다. 남녀를 막론하고 경찰 업무 수행에 적합한 체력을 지닌 사람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성별로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데, 현행 순경채용 체력검정기준에 따르면 악력의 만점 기준은 남 61㎏, 여 40㎏으로 여성이 남성의 65% 수준을 요구받고 있으며, 100m 달리기는 남 13초, 여 15.5초, 1,000m 달리기는 남 230초, 여 290초다. 팔굽혀펴기는 1분에 남 58회, 여 50회로 횟수 차이도 있지만, 여성은 무릎을 바닥에 대는 변칙을 적용해 체력 소모도 적은 편이다. 이 때문에 “여경의 체력 시험이 치안업무를 담당하는 경찰 체력 수준에 부합하지 못한다”라는 비판이 꾸준히 일어왔다. 지난 19일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 여경이 신뢰를 회복하려면 체력 검사 기준부터 아시아권 보편적 수준으로 강화해야 한다”며 “일본 여경은 (과락을 면하려면 ) 정자세 팔굽혀펴기로 15회 이상을 해야 한다. 싱가포르 여경의 경우 (연령별로 상이한데 ) 22세는 15회 이상을 해야 한다”고 적었다.

일각에서는 “여경은 섬세함이 필요하거나 비폭력적인 대민봉사 업무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여경이 굳이 높은 수준의 체력시험을 통과해야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다. 반면 다른 측에서는 “강력사건은커녕 리어카 끄는 어르신들을 도와줄 정도의 체력도 없다면 굳이 경찰을 할 이유가 없다. 여경이 남경보다 세심하고 배려심 깊다고 해서 남경이 그런 노력을 아예 안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왜 여경은 하고 싶은 것만 하려고 하느냐”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1910년 미국 최초의 여성 보안관보 콘스턴스 콥의 실화를 다룬 소설 『레이디 캅 소동을 일으키다』에서 콘스턴스는 “지난 두 달 동안 범죄에 연루된 부인들이나 아가씨들이 체포될 때마다 호송차에 동승했다. 불법 동거 혐의를 조사했고, 기차를 타고 도망치려는 젊은 여자를 쫓아가 잡았고, 양복점 위층 도박장에서 아편에 취해 빈사 상태로 발견된 알몸의 매춘부에게 옷을 입혔다. 토사물 범벅의 매춘부를 씻겨야 했고, 기차 타고 도망가려던 여성은 내 팔을 물었지만 그래도 나는 그보다 더 만족스러웠던 때가 없다고 단언한다. 희한하게 들릴지 몰라도, 마침내 나는 내게 맞는 일을 찾은 것”이라며 “나는 여자도 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최초의 사람 중 하나로, 총과 수갑을 가지고 다녔고 여느 보안관보처럼 범인을 체포할 수 있었다. 남자들과 똑같은 급여를 받았다”고 말한다.

국민에게 경찰은 자신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믿음직한 존재다. 교통경찰처럼 특화된 영역에서만 활동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국민 ‘생명과 재산’은 남경이 지키고 여경은 ‘친절 봉사’만 책임진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또 여경에 대한 논란의 주된 원인이 여성의 사회력 확대를 시기하는 일부 남성의 ‘트집 잡기’란 주장도 있지만, 그럼에도 경찰은 여경에 대한 국민 신뢰도 제고를 위한 모종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논란이 될 때마다 매번 “매뉴얼에 이상 없다”는 해명은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기에 부족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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