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께 ‘철면피’ 상을 드립니다… to 승리·황교안·국회의원
당신께 ‘철면피’ 상을 드립니다… to 승리·황교안·국회의원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16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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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철면피’(鐵面皮)라는 말이 있다. 우리말로는 보통 ‘얼굴에 철판 깔았다’ 정도로 해석되는 이 단어는 중국 송나라 사람 송광헌이 지은 고전 『북몽쇄언』에 등장하는 왕광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나왔다고 알려졌다. 권력자와 친분을 얻기 위해서는 문전박대나 채찍질을 당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웃어넘기는 왕광원을 보고 사람들이 “광원의 낯가죽은 열 겹의 철갑처럼 두껍다”라고 했다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그런데 이 단어는 정반대의 뜻도 있다. 중국 원나라 역사서 『송사』에는 이 단어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강직하게 부정을 적발한 ‘철면어사’(鐵面御史) 조변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철면어사’는 없고 ‘철면피’만 존재하는 듯싶다.    

지난 14일에서 16일 각종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에는 ‘승리가 승리했다’라는 문장이 올라왔다. 성매매 알선, 횡령 등의 혐의를 받는 승리(29, 그룹 ‘빅뱅’의 전 멤버 )가 14일 오후 10시 50분께 구속을 면하게 됐다는 이유로 일어난 반응만은 아니었다. 구속영장이 기각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다음 날 오후 10시 30분께 승리가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는 모습이 한 언론사에 의해 포착됐기 때문이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체육관에서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승리의 형광색 바람막이 차림과 승리의 표정에 대해 비판했다. 지난 1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마치고 포승줄에 묶여 고개를 숙인 채 유치장으로 향하던 승리의 모습과는 180도 달랐다는 의견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올해로 39주년을 맞는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겠다고 한 것도 ‘철면피’ 논란을 일으킨다. 지난 2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5.18공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이 5.18민주화운동을 폭동이라고 폄훼했지만, 제명당한 이종명 의원을 포함한 두 의원의 적합한 징계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앞서 두 의원을 징계하지 않은 것은 두 의원이 지난 2월 27일에 열린 전당대회 후보자로 출마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끝난 후에도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이 사임하는 등으로 한 차례 더 미뤄졌고, 지난달 8일 새 윤리위원장이 임명됐으나 김진태 의원은 '당원권 3개월 정지', 김순례 의원에게는 '경고'를 내렸고, 이종명 의원의 제명 처분은 유예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16일 일제히 망언 의원 징계부터 요청했지만 이날 오전 황 대표는 “갔다 와서 빠른 시간 안에 처리하도록 하겠다”고 또다시 징계를 미뤘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1987년 광주학살의 주범인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선 후보가 지역감정을 부추기기 위해 일부러 광주에서 유세를 한 것과 비교한다. 이를 두고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난 12일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시민문화제’에서 “얻어맞으려고 오는 것”이라 평하기도 했다. 『북몽쇄언』의 왕광원이 생각나게 하는 말이다. 

그러나 ‘철면피’는 자유한국당만이 아니다. 16일 트위터에는 국회의원들의 ‘무노동 월급 1,140만원’이 화제가 됐다. 지난달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핵심으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를 위한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싸고 ‘동물 국회’를 연출하며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않은 국회의원들이 월급으로 받은 돈이 1,140만원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달에는 국회 사무처에 해외출장 일정을 신고한 국회의원만 30명. 심지어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원내 부대표단 8명은 사비를 들여 지난 11일 포르투갈로 여행을 떠났다. 추가경정예산과 민생법안 처리 등 해야 할 일이 산적한 가운데 5월 임시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국회는 휴가 중이다.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어느 왕조 유물이기에/이다지도 욕될까” 「참회록」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시가 이렇게 쉽게 씌여지는 것은/부끄러운 일이다” 「쉽게 쓰여진 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 「서시」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길」

독립운동의 일선에서 투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그는 부끄러워했다. 시가 쉽게 쓰여짐이 부끄러웠다. 거울을 보면서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 거울을 문질러 닦았고, 돌담을 더듬다가도,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윤동주 시인의 ‘부끄러움’이 더 돋보이는 것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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