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소를 찾아 떠나는 백정, 그 求道의 길… ‘관상’ 백금남 신작
[리뷰] 소를 찾아 떠나는 백정, 그 求道의 길… ‘관상’ 백금남 신작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16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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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눈먼 백정 정풍정의 아들 정산우는 어느 날 한 마리의 소를 잡다가 놓쳐버린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별문제가 아니지만, 소설상에서 이는 큰 문제다. 조선시대 백정은 소를 잡는 직업이며, 소가 없는 백정은 백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소는 곧 백정의 본질이자 그 존재의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산우는 소를 찾으러, 즉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러 떠난다. 그리고 기어코 소를 잡아 돌아온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와 유사한 단순하기 그지없는 플롯이지만, 이 소설의 포인트는 ‘노인과 바다’가 그러했던 것처럼 인물이 목적한 바를 찾아가며 겪는 고난에 있다. 작가가 차용한 선불교에서는 인간의 본성을 소에 비유하니, 『십우도』가 좇는 목적은 인간의 본성이다. 작가는 『십우도』라는 제목처럼, 한 백정이 소를 찾아 떠나고, 그 소를 찾아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열 단계로 펼쳐놓았는데, 한 인간이 자신의 본성을 찾아 떠나는 구도(求道)의 과정에 대한 열 단계의 상징인 것이다. 

이 작품은 불화의 일종인 ‘만다라’가 떠오르게 한다. 티베트의 승려들은 돌가루를 이용해 ‘진수’ 혹은 ‘본질’이라는 의미인 ‘만다라’를 애써 완성한 후 흩어버린다. 소설 속 주인공 정산우가 소를 찾아가며 겪는 고난의 목적이 결국 소를 죽이는 데 있다는 것과 비슷하다. 

문학평론가 서정기 교수는 이 작품을 “한(恨)이라는 감상적인 이야기로 끝날 수 있는 백정의 이야기를 도(道)로 승화시킨 점이 아마 가장 훌륭한 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김선학 교수는 “백정의 일상사인 소의 도살을 통해 깨달음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 것이며 진여와 실상의 체득이 또한 지난한 것임을, 그러나 쉽게 접근해 이야기로 풀어내는 소설”이라고 평했다. 

천만 관객 영화 ‘관상’의 원작 소설 『관상』과 역시 영화로 제작된 소설 『명당』, 『궁합』의 저자 백금남의 작품이다.   

『십우도』
백금남 지음│무한 펴냄│456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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