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근무제=버스비 인상, 탈원전=전기세 인상?
주52시간 근무제=버스비 인상, 탈원전=전기세 인상?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15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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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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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전국적으로 일어날 뻔했던 교통 대란이 버스 기사 임금 인상으로 합의점을 찾으면서 큰 혼란 없이 넘어갔다. 정부는 준공영제(운송수입 적자를 지방자치단체 재원으로 보전)를 확대 적용해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정부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 등 대선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번번이 국민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세금으로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14일 경기도가 발표한 시내버스 요금 인상안에 따르면 일반형 버스는 200원(인상 후 1,450원), 직행좌석(광역버스)은 400원(인상 후 2,800원 )이 인상돼 오는 9월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경기도 버스는 한해 2,072억원의 추가 이익을 얻게 됐으며, 아직 버스 기사의 임금 인상률은 결정되지 않았다. 서울시의 경우 버스 요금 인상 없이 버스 기사 임금만 3.6% 인상하기로 합의했으나, 서울시내버스는 준공영제를 적용받는다는 점에서 한해 수백억원의 세금이 추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버스 적자분을 메우는데 매년 2,900억원가량을 투입하고 있다. 서울시를 포함해 현재 8개 지자체가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매년 보조금 1조652억원이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기도광역버스 등이 추가로 준공영제를 적용받으면 그 폭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버스 파업은 버스업계가 주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 보전 등을 요구하면서 일어났다. 현재 서울시내버스 기사의 월 급여는 400만원, 인천 354만원, 경기도 310만원가량인데, 주52시간을 적용하면 경기도의 경우 70만원의 격차가 발생해 버스 노조의 반발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워라밸을 주장하며 주52시간 근무제를 도입했지만, 적절한 재원마련 없이 모든 부담을 국민에게 돌렸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버스 요금 인상도 준공영제에 따른 세금 지출도 결국 모두 국민 호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지적이다.

사실 이런 비판은 다른 분야에서도 계속돼 왔다. ‘탈(脫)원전’ 역시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데, 그간 정부는 80%(2016년 )에 달했던 원전 가동률을 재작년 71%, 지난해 66%까지 줄이면서 지난해 한전은 1조1,50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에는 6,299억원(전년 동기 -1,276억원 )의 영업 손실로 충격을 더했다. 한전은 한때 영업이익 12조원(2016년 )에 달하는 튼실한 기업체였지만 이제는 적자에 허덕이는 상황을 맞이했다. 이와 관련해 한전과 정부는 “최근 한전의 실적 악화가 탈(脫)원전과는 무관하다며 미세먼지 대책에 따른 화력발전 출력을 제한하고 그 감소분을 단가가 비싼 LNG발전으로 대체하면서 전력구입비가 증가했다”고 해명하지만, 석탄발전 역시 줄어든 원전 가동률을 대체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탈원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결국은 전기세를 인상하거나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 정권의 핵심 공약인 최저임금 인상도 문제를 낳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3일(현지 시각) 발간한 「2019년 연례협의 결과보고서」에서 “한국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빨라 고용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률을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연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에 대해서도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실제로 최근 2년간 정부는 최저임금을 30% 가까이 올리면서 영세업체와 자영업체에서 일하던 수많은 노동자가 직장을 잃는 결과를 낳았다. 이후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저소득층을 위해 3년간 약 77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편성했지만, 노인 용돈 벌이나 단기 알바 양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올해 각 공기업에서 7,000명 규모로 진행하는 ‘체험형 인턴 모집’ 역시 5개월 근무 이후 정규직 채용으로 연결되지 않는 점에서, 통계상 취업률을 높이려는 눈속임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 『사람이 먼저다』에서 “일자리 수 못지않게 질을 개선해야 합니다. 일자리 상황판을 집무실에 두고 직접 챙기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가장 신경 쓰겠다고 했던 일자리 문제가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모습에 국민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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