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류현진·손흥민처럼 만들고 싶다면 OO 먼저 파악하라
내 아이, 류현진·손흥민처럼 만들고 싶다면 OO 먼저 파악하라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14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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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메이저리거 류현진이 13일 8이닝 무실점, 아홉 개의 삼진을 기록하며 시즌 5승에 성공했다. 류현진은 지난 등판에서의 완봉승에 이어 또다시 빛나는 승리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줬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손흥민도 13일(현지시각 ) 런던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총 4개의 트로피(‘올해의 선수’와 ‘올해의 주니어 선수’ ‘공식 팬클럽 선정 올해의 선수’ ‘올해의 골’ )를 들어 올리며 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프로 골퍼 강성훈(CJ 대한통운 )도 미국프로골프(PGA ) 진출 8년 만에 생애 첫승을 거두며 우승상금 약 16억7,000만원을 획득했다. 

이처럼 대한민국 운동선수들의 겹경사가 들려오면 부모들 사이에서는 “내 아이도 운동이나 시켜봐?” 하는 심리가 일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러한 심리의 저변에는 “열심히 하면 안 되는 일은 없다”는 논리가 깔려있다. 말콤 글래드웰이 저서 『아웃라이어』에서 적었듯, 1만 시간의 훈련을 통해 누구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면, 내 아이도 못 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심리를 경계한다. 스포츠에서는 1만 시간의 법칙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라는 말이 나온다. 미국 스포츠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책 『스포츠 유전자』에서 “아이들이 환경만 제대로 갖춰 주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고, 원하는 어떤 운동 능력이든지 빚어낼 수 있는 진흙 덩어리와 같기를 바라는 우리의 마음에 와닿는 이야기다. 한 마디로 자기 계발의 가능성 쪽에 가장 초점을 맞춘 설명이자, 다른 설명들보다 자유 의지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열어 놓는 이야기다”라며 “하지만 타고난 재능의 기여도를 무시하는 설명은 스포츠 과학에 안 좋은 부작용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콜로라도 대학교 K. 앤더스 에릭슨(K. Anders Ericsson) 연구진이 다트 선수들을 연구한 공동 논문이 이를 뒷받침한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1만 시간의 법칙이 선수의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 사례는 단지 28%에 불과했다. 엡스타인은 “사실 스포츠 기량 습득을 다룬 모든 연구들은 예외 없이 운동선수마다 같은 수준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다르며, 엘리트 선수들은 최고 수준에 도달하는데 1만 시간까지 걸리는 일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실력이 더 좋은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연습 시간이 훨씬 더 많긴 했지만, 성적이 비슷한 선수들을 보면 연습 시간이 10배까지도 차이가 났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심리학자 볼프강 슈나이더와 독일 테니스 연맹이 1978년 독일에서 가장 뛰어난 8~12세 테니스 선수 106명을 10년 동안 조사한 결과 역시 예로 들 수 있겠다. 106명의 선수 중 10명은 세계 상위 100명에 들었고, 이들 중 몇은 세계 상위 10명에 들어갔는데, 이들의 차이를 가른 것은 ‘일반 운동 능력’(전반적으로 타고난 운동 능력 )이었다. 예를 들어 추후 프로 구단에 입단한 선수는 다른 아이들보다 달리기 속도가 평균적으로 약 0.2초가 더 빨랐다. 

책 『How to Make Pro Baseball Scout Notice You』(어떻게 프로야구 스카우터들이 당신에게 관심 갖게 할 것인가 )의 저자 앨 골디스(Al Goldis)는 “선수가 시각 기능(거리지각, 시력 등 )이 더 뛰어나다면, 투수가 공을 던졌을 때 2.5m나 5m 더 일찍 투구를 파악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배트 속도가 아니라, 시각 기능이다. 그 미미한 차이로 평범한 선수와 비범한 선수가 나눠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993년 안과의사 루이스 로젠바움이 프로야구 선수 387명의 시각기능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평균시력이 1.53이었으며, 메이저 리그 선수가 마이너 리그 선수보다 시력이 더 좋았다. 메이저 리그 야수(타석에 서야 하는 선수들 )는 오른쪽 눈의 평균 시력이 1.81, 왼쪽 눈은 1.67이었다. 또한,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선수 중 약 2%는 시력이 2.22가 넘는다고 알려졌다. 비슷한 예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미국 올림픽 선수들 중 소프트볼 선수의 평균 시력은 1.81이었고, 양궁 선수들도 LA 다저스 선수 못지않게 시력이 좋았다. 

한편, 고려해야 할 것은 재능만이 아니다. 재능이 있어도, 자녀 본인이 하고 싶어 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엡스타인은 “유전자의 중요성을 건성으로 다룬 몇몇 대중서들은 타이거 우즈를 1만 시간 모형의 이상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그의 부친이 일찍부터 엄청난 양의 훈련을 시켰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즈 자신은 그저 자신이 골프를 치고 싶어 했기에 부친이 하게 해준 것뿐이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즈는 2000년에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아버지가 내게 골프를 치라고 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내가 아버지에게 치게 해달라고 말했지요. 중요한 것은 치고 싶어 하는 아이의 욕구입니다. 치게 하려는 부모의 욕구가 아니에요.” 자녀가 스포츠의 길을 걷게 하기 전에, 재능과 의지를 먼저 파악한 후 고려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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