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호르몬’을 찾기 위한 인류의 기묘한 시행착오들
[리뷰] ‘호르몬’을 찾기 위한 인류의 기묘한 시행착오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09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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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호르몬은 인간의 대사, 행동, 수면, 기분 변화, 면역계, 투쟁, 도피를 조절하는 화학물질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중요한 물질이다. 그러나 인간이 호르몬의 정체와 역할을 정확하게 파악하게 된 것은 20세기 중반으로,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동안 호르몬을 파악하기 위한 갖은 시행착오가 있었다는 의미다. 

의사이자 의학작가인 랜디 허터 앱스타인은 이 책에서 호르몬과 관련된 흥미로운 역사를 소개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는 1800년대 과학자들이 기인들의 용모가 특이한 이유를 밝히기 위해 시체를 도굴하는 장면이 묘사된다. 도굴 대상이 된 시체는 생전 몸무게가 230kg이 넘었던 ‘전 세계에서 가장 풍만한 소녀’ 블랜치 그레이였다.

1900년대 초 러시아 과학자 윌리엄 베일리스와 어니스트 스탈링은 전신에 산재한 ‘분비샘’들이 신경을 통해 연결돼있음을 증명하려다 불가사의한 화학물질(호르몬 )의 존재를 눈치채게 된다. 그들은 소화관의 메시지가 신경을 통해 췌장으로 전달돼 소화액이 분비된다는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그들이 갈색 테리어 한 마리를 마취한 후 소화관 근처 신경을 끊어놨음에도 불구하고, 테리어의 췌장에서는 소화액이 분비된 것이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 도서관의 제1열람실 아래층에는 뇌로 가득 찬 방이 있다. 20세기 초 신경외과학을 주름잡았던 하비 쿠싱이 수집한 뇌들이다. 뇌종양 환자를 수술할 때마다 잘라낸 뇌 조각을 챙겨 유리병 속에 보관한 것이다. 쿠싱은 이 뇌들 덕분에 당시 과학자들의 미스터리였던 호르몬 분비샘 뇌하수체를 연구할 수 있었다. 뇌는 당시 누구도 접근하기 어려웠기에 쿠싱만의 독보적인 분야가 될 수 있었다.  

현대 인류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호르몬을 발견하기까지 인간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읽으며 호르몬에 대한 다양한 지식들도 얻을 수 있다.   

『크레이지 호르몬』
랜디 허터 엡스타인 지음│양병찬 옮김│동녘사이언스 펴냄│452쪽│19,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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