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통념을 깨는 ‘수상한 질문’과 위험한 생각들
[책 속 명문장] 통념을 깨는 ‘수상한 질문’과 위험한 생각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0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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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은 바로 이런 고민에서 나온 책입니다. 우리가 은연중에 ‘원래 그래!’ 하면서 당연시해 온 통념에 의문을 제기해 보고, 더 나아가서 그런 질문에 먼저 답한 위험한 생각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바라보는 도전적이고 대담한 시각도 제시하고요. 
‘선거는 정말로 민주주의의 꽃일까?’ ‘일부일처제에 기반을 둔 결혼 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도시는 환경 파괴적이고 시골은 환경친화적일까?’ 같은 정말로 ‘수상한 질문’도 있습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로봇, 생명공학, 블록체인 등의 과학기술이 일상생활로 깊숙이 들어왔을 때 삶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서 해 본 ‘위험한 생각’도 담았습니다. 가능한 한 최신의 정보와 토론의 결과를 갈무리하면서, 우물쭈물 얼버무리지 않고 저의 생각을 밝히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이 책에 제시된 견해는 ‘정답’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토론입니다. 저자로서 가장 행복한 일은 이 책이 계기가 돼서 세상에 더 많은 ‘수상한 질문’과 ‘위험한 생각’이 넘쳐나는 것입니다. <7~8쪽>

특히 트럼프가 인종차별, 여성 혐오 같은 정서에 호소하면서 지지를 얻은 사실이 중요합니다. 그가 지지층을 끌어모으는 데 구심점이 된 보호주의, 반이민 정책 등의 공약에도 혐오적인 색채가 짙습니다. 한때 미국의 주류였으나 지금은 경제적 약자로 전락한 교외와 농촌의 백인 중하층은 이 같은 혐오 코드에 강렬하게 반응했습니다. (중략 )
바로 이 대목에서 우리는 심각한 질문을 한번 던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에서 많은 표를 얻은 사람을 대통령 같은 지도자로 추대하는 현대의 대의제 민주주의는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을까요? 마침 트럼프가 임기를 시작한 2017년, 우리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국민 다수가 지지한 대통령이 시민과 국회로부터 탄핵당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게 됐습니다. <18쪽>

묵묵히 한 가지 연구 주제만 파고든 과학자가 노벨상을 받습니다. 예를 들어 ‘청색 LED’ 개발에 기여한 공으로 2014년 노벨 물리학상을 제자(아마노 히로시)와 함께 수상한 아카사키 이사무는 이렇게 말했어요. “유행하는 연구 주제에 매달리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계속하다 보니 어쩌다 노벨상까지 받게 됐습니다.” 그도 40년간 똑같은 연구에 매달렸습니다. (중략 )
‘녹색 형광 단백질’ 연구에 기여한 공으로 2008년 노벨화학상을 받은 시모무라 오사무는 1960년부터 50년 가까이 해파리 같은 발광 생물의 원리 해명에 전력을 다했습니다. ‘해파리 외길 인생 50년’에 노벨상이 보상으로 주어진 것이지요. (중략 )
한국과 비교해 볼까요? 2016년 3월,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이기는 것을 보자마자 인공지능 광풍이 불었습니다. 인공지능과 관계가 없는 과학자조차도 너도나도 인공지능을 연구 계획서에 넣기 시작했어요. 왜냐고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로부터 연구비를 받아 낼 수가 없으니까요. 정부부터 나서서 유행을 조장하고 있으니 과학자는 분위기를 맞출 수밖에요. 
이런 상황에서는 뚝심 있게 한 가지 연구 주제를 평생 파고드는 과학자가 등장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과학 연구를 눈앞에 보이는 성과(돈 )와 연결하고, 유행에 휩쓸려 이 분야 저 분야를 기웃대는 분위기를 조장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하겠어요?
가끔 한국에서 과학 분야 노벨상이 나올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받습니다. 그때마다 고개를 가로젓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한국의 과학 분야 노벨상은 글렀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는 심정이 답답합니다. <60~62쪽> 

『수상한 질문, 위험한 생각들』
강양구 지음│북트리거 펴냄│300쪽│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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