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5월, 독서가 답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도서
‘가정의 달’ 5월, 독서가 답이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추천 도서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06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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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가정의 달’ 5월. ‘가정의 달’이라는 단어가 앞에 붙은 것만으로 이달에는 어떤 ‘마력’이 생긴다. 이 ‘마력’은 평소 서먹했던 사이더라도, 가족끼리 서로를 돌아보게 한다. 어린이날 선물을 준비하고 카네이션을 만들면서, 부모는 자녀를, 자녀는 부모를 생각한다. 부모는 자녀에게 귀감이 되고자 하고, 자녀 역시 부모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자 하면서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5월은 말 그대로 ‘가정을 위한 달’인 것이다.   

‘가정의 달’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독서를 해보는 게 어떨까. 미국의 심리학자 J. 반듀라의 연구에 따르면, 자녀는 그들의 독서습관 중 75%를 부모로부터 모방해 배운다. 자녀의 책 읽는 모습만큼 부모를 흐뭇하게 하는 일도 없으니 부모도 자녀도 책과 함께하는 5월이길 바라본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이 추천한 5월의 책을 소개한다. 

■ 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정은길 지음│청림LIFE 펴냄│232쪽│14,500원

세상의 모든 변화는 ‘내가 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느라 내 마음을 늘 뒤로 미뤄둔다면 행복은 멀게만 느껴질 것이다. 내가 원하는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은 나 자신이며 내 기분을 가장 먼저 다독여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나다. 이 책은 저자의 담담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 진정성이 느껴진다. 시작에 앞서 서툰 내 모습 때문에 조급할 때, 여름처럼 폭주하는 뜨거운 마음을 달래야 할 때, 남들이 정해놓은 인생의 적령기에 아무것도 이루지 못해서 위축될 때, 꽁꽁 얼어버린 마음에 찬바람이 쌩하고 불어 닥칠 때 등등 저자는 비교를 거부하고 자신을 들여다보기까지 겪어야 했던 수많은 시행착오를 사계절의 색에 비유하여 말하고 있으며, 주변의 애정 없는 참견이나 비교급 행복에 지친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먼저 챙기라고 말하면서 사계절의 온도가 마법처럼 자신에게 행복의 순간들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의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조언이 우리의 마음을 울리는 위로가 되어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감자와 고구마는 비슷한 친구 같지만 다른 점이 많다. 감자는 이른 봄에 심고, 고구마는 늦은 봄에 심는다. 수확하는 시기도 감자가 훨씬 먼저다. 그렇다고 감자가 우월하고 고구마가 뒤처지는 건 아니다.” <64쪽>

■ 그래서 좀 쉬라고 호르몬에서 힘을 살짝 빼준 거야 
막심 레오·요헨 구취 지음│모래의책 펴냄│원성철 옮김│256쪽│13,800원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젊음을 누리다 늙어가고 결국 죽게 된다. 그 일련의 과정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공평한 삶의 주기이다. 하지만 평생 단 한 번 주어진 인생인지라, 각각의 삶의 단계에서 나에게 처음으로 찾아오는 변화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특히 빛나고 생기 넘치던 젊음을 뒤로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는 것은 더욱 인정하기 힘든 일이다. 이 책은 힘차게, 열심히 자신의 트랙을 달려오다 어느덧 머리가 벗겨지고 배가 나왔으며 아이들에게 나이 든 사람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한 중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노안이 찾아왔다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 조물주를 원망하고, 아내와 아웅다웅하면서 서로가 나이 들어감을 느끼고 아쉬워하며, 꼬마 여자아이에게 달리기를 지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 등은 우리 옆의 누군가, 혹은 자신과 닮아 있어서 안쓰러우면서도 친근하다. ‘조물주가 이제 쉬라고 힘을 살짝 빼줬다’고 표현한 문구처럼, 이 책이 선사하는 유쾌한 웃음과 함께 잠시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쉬어보는 것은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어느 시인은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우는 것이 풀이라고 했던가? 중년의 남자는 바람보다 빨리 우는 풀보다도 더 빨리 운다.” <59쪽>

■ 북유럽 그림이 건네는 말
최혜진 지음│은행나무 펴냄│272쪽│15,800원

주변 나라와 오랫동안 전쟁을 하며 상실의 아픔을 많이 겪었기 때문인지, 북유럽 국가 시민들은 겉으로 보이는 성취보다는 삶의 작은 기쁨에도 감사하며 자기 운명에 만족하는 등 내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북유럽의 이런 경향은 미술 작품에서도 나타났는데, 이 책에서는 강렬한 충동을 전해주지는 않지만 쉼 없이 잔잔한 감동을 주는 북유럽의 그림들을 소개한다. 북유럽 화가들은 작품 속에서 일상과 예술을 분리하지 않았다. 특히, 화가 비고 요한센의 작품에서 북유럽 특유의 정서가 잘 드러난다. 그는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그림 연습을 하는 모습, 동료 예술가 부부와 이야기하는 모습 등 일상의 순간들을 작품에 담으며,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모습이 아닌 사소하더라도 자신이 행복했던 순간, 즐거웠던 순간을 표현했다. 이름이 낯선 작가들이 많지만, 마지막 장까지 읽으면 어느새 친근해진다. 바쁜 일상을 보내느라 지쳐있을 때 이 책을 읽으며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책 속 한 문장 

“강력한 중앙집권제 수도였던 바티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던 땅, 유럽식 봉건 제도에 거의 노출되지 않은 땅, 유럽 역사에서 주인공 자리에 서본 적 없는 이들의 비주류 감성이다.” <158쪽>

■ 철학으로 현대음악 읽기
박영욱 지음│바다출판사 펴냄│272쪽│18,000원

서양 고전 음악은 1550년부터 1900년까지 대위법, 화성학 등의 근대적 음악 이론을 바탕으로 작곡된 완벽한 화음으로 이루어진 조성 음악인데, 20세기 들어 새로운 도전을 받게 된다. 새롭게 등장한 음악가들은 “과연 음악에서 음이란 무엇이며 이들을 어떻게 하나의 곡으로 만들어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이때부터 현대음악의 시기가 열린다.
현대음악가는 음과 소음의 구분은 무의미하며 소음이든 음이든 그것은 소리라는 하나의 카테고리에 속한다고 보았다.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기계적으로 답습하지 않고, ‘음’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무한한 가능성을 탐구하는 자세는 음악 해석 및 창작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책은 다섯 장에 걸쳐 바흐, 쇤베르크에서 전자음악까지 현대음악의 시작부터 흐름을 철학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현대음악가의 음악적 사유, 음악의 이론 및 구조와 발전의 역사도 살펴볼 수 있다. 자칫 난해하다고 느끼기 쉬운 현대음악이 무엇인지, 어떤 점에서 혁명적인지 명쾌하게 서술해 준다.

책 속 한 문장

“예술가가 기존의 규범을 거부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파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무엇인가를 만들기 위한 창작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과정의 일부다.” <7쪽>

■ 나는 감이 아니라 데이터로 말한다
신현호 지음│한겨레출판사 펴냄│272쪽│15,800원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전 분야에서 ‘빅데이터’ 활용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플라스틱의 사용을 줄이려는 노력에도 ‘빅데이터’가 사용됐다. 영국에서는 종이컵을 사용할 경우, 커피값에 0.25파운드를 더 내게 하는 ‘라테세’(latte tax)가 법안으로 제출됐다. 우리나라처럼 영국도 종이컵 대신 일반 컵을 사용하면 커피값을 할인해 줬는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사람들은 같은 금액일 경우라도 ‘할인의 기쁨’보다 ‘추가 납부가 주는 고통’을 더욱 크게 느끼기 때문에 ‘라테세’를 도입하면 종이컵 사용량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리라 예측했다. 이 책은 20년 넘게 대학 연구소, 컨설팅 기업에서 데이터를 분석한 저자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이슈를 데이터 분석의 관점으로 바라본 내용을 담고 있다. 딸들이 아빠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딸 효과’, 로또 명당 분석, 정치인의 외모가 선거 결과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 흥미로운 주제가 펼쳐진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데이터와 차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저자의 친절한 설명도 인상 깊다.

책 속 한 문장

“서양에서 언론인들은 차트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한 장의 그림은 천 개의 단어만큼 가치가 있다(A Picture is Worth a Thousand Words)’는 구절을 자주 인용합니다.” <9쪽>

■ 보통 사람들의 전쟁
앤드루 양 지음│장용원 옮김│흐름출판 펴냄│368쪽│16,000원

기술의 발달로 인해 이미 여러 분야에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미국에서 자동화 때문에 없어진 제조업 일자리만 해도 2000년 이후 약 400만 개에 이른다고 한다. 기술 발달의 가속화로 앞으로는 더욱 많은 종류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며, 지극히 평범한 ‘보통 사람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는 이러한 기술 혁명과 노동시장의 변화를 미국 사회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각종 통계자료와 자신이 기업을 운영하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미국의 현 상황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앞으로 다가올 변화를 예측한다. 부정적인 미래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자유 배당’ ‘기본소득제’ ‘디지털 사회 신용 제도’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있으며, 특히 이러한 제도를 실행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한다.

책 속 한 문장

“우리 경제 체제는 보통 사람의 운명을 더 낫게 만드는 방향으로 초점이 바뀌어야 한다. 인간이 시장을 위해 일하도록 만드는 자본주의가 아니라 인간의 목적을 위해 봉사하는 자본주의가 필요하다.” <278쪽>

■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김민경 지음│휴머니스트 펴냄│248쪽│15,000원

2017년 살충제 달걀 파동, 2018년 침대 매트리스 라돈 검출 사건 등 화학 물질이 우리의 먹거리와 생활을 위협하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우리는 화학 물질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심지어 화학 물질 자체를 거부하는 ‘노케미족’도 생겨났다. 화학 물질 없이 사는 것이 가능할까? 이 책의 저자는 우리 주변에 가득한 화학 물질을 화학 공포증 때문에 무조건 거부하기보다 합리적이고 올바르게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확하게 알고 사용하는 화학 물질은 우리에게 해로움보다 편리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염화칼슘을 통한 ‘어는점 내림 현상’, 생선을 굽고 난 뒤 비린내를 없애는 ‘중화 반응’, 세제를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새집 증후군을 없애는 방법 등 생활 속 화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책 속 한 문장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하던 물질도 기술의 발달로 인해 대단한 화학 물질로 새롭게 주목받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모든 화학 물질은 결국 사람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운명이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위험한 물질이라도 충분히 안전한 보호 장구와 환경을 갖춘 상황에서 사용하면 정말 중요하고 필수적인 화학 물질이 될 수 있지만, 별다른 생각 없이 그냥 사용할 경우 자동차의 메탄올 워셔액처럼 생각지도 못한 피해를 줄 수 있다.” <108쪽>

■ 어느 칠레 선생님의 물리학 산책
안드레스 곰베로프 지음│김유경 옮김│생각의길 펴냄│264쪽│15,000원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는 사람들보다 두려움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의 저자는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과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며 보다 많은 사람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물리학 법칙들을 쉽게 풀어낸다.
이름만 들어도 어려운 ‘열역학’, ‘양자역학’ 등의 물리학 이론들도 친숙한 비유와 예시를 통해 설명한다. 레옹이 레베카에게 전화로 사랑을 고백하는 이야기를 통해 파동의 원리를 알려 주며, 뜨거운 커피가 식는 현상으로 열역학 제2법칙을 설명한다. 
그동안 물리학을 어렵게만 생각했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과학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책 속 한 문장 

“과학은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는다. 그저 단순히 증거들을 모으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이론을 정립할 뿐이다. 과학 지식은 절대 ‘진리’가 아니다.”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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