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세계금융위기’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책 속 명문장] ‘세계금융위기’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에는 공통점이 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5.04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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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오후 4시 58분, 기관사가 비상 제동을 걸자 규칙적으로 덜컹대던 바퀴 소리가 끽하는 소리와 함께 멈췄다. 그리고 곧 유리 깨지는 소리와 금속이 구겨지는 소리, 비명이 뒤섞인 불협화음이 몰아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112호 열차가 선로 위에 멈춰서있던 다른 열차와 충돌했다. 충격에 부서진 좌석, 천장패널, 철제 기둥이 한데 뭉친 13피트 두께의 잔해 더미가 112호 열차를 덮쳤고, 데이비드아 앤을 포함해 일곱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런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선로 길이가 100마일이 넘는 워싱턴 메트로는 열차를 탐지하고 제어하기 위해 전체가 하나로 연결된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에 따라 열차들이 서로 지나치게 근접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게 돼 있다. 그러나 그날 112호 열차가 커브를 돌 때, 실제로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어쩐 일인지 선로 센서에는 잡히지 않은 또 다른 열차 한 대가 그 앞에 멈춰 서 있었다. 하지만 센서에는 선로가 비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었고, 112호 열차는 자동으로 가속했다. 기관사가 멈춰 선 열차를 발견하고 비상 제동을 걸었을 때는 이미 충돌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중략 )
또 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다면 미스터리를 풀어야 했다. 축구장 길이의 두 배나 되는 긴 열차가 어째서 센서에 포착되지 않을 걸까? <12~13쪽>

21세기를 산다는 것은 전력망, 상·하수 처리장, 대중교통 시스템, 통신망, 보건, 법률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복잡한 시스템에 의존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시스템은 종종 무너진다. (중략 
멕시코만 석유 유출 사고나 후쿠시마핵발전소 사고, 세계 금유위기 같은 큰 규모의 멜트다운을 포함한 이런 실패들은 아주 상이한 문제들로부터 발생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근본적인 요인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이런 사건들에는 공통된 DNA가 있는데, 연구자들은 이제 막 그 정체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그 공통된 DNA가 뜻하는 바는 특정 산업에서 발생한 실패가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도 교훈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중략 )
이 책은 2부로 이뤄져 있다. 1부에서는 시스템이 왜 실패하는지 살펴보겠다. 스리마일섬 핵사고, 월스트리트 붕괴, 영국의 지역 우체국에서 발생한 기이한 스캔들 등 겉보기에는 아주 다른 사건들 속에 같은 원인이 숨어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이를 통해 시스템이 갖춰질수록 복잡도는 늘고 융통성은 줄어들어 작은 실수가 거대한 실패를 불러올 수 있다는 진보의 역설을 탐구해 볼 것이다. (중략 )
책 대부분을 차지하는 2부에서는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작은 오류에서 더 큰 위협이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내는 방법, 상사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해 누군가의 목숨을 살려낸 접수 담당자의 사례, 초기에는 ‘교양수업’이라며 조종사들에게 무시당하던 훈련 프로그램이 비행을 그 어느 때보다도 안전하게 만드는 데 기여한 연구 성과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다양성이 커다란 실수를 막는 데 어떤 도움을 주는지, 에베레스트 등반 원정대와 보잉 항공기 기술자로부터 배울 수 있는 단순함의 힘이란 무엇인지도 살펴볼 것이다. <15~16쪽>  

『멜트다운』
크리스 클리어필드·안드라스 틸시크 지음│장상미 옮김│아르테 펴냄│388쪽│2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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