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의 저자 김건숙은 이 책에서 성인이 읽는 그림책에 주목한다. 저자에게 그림책은 그 자체로 상징과 함축성이 강한 ‘시’와 비슷하다. 간결한 문장과 그림으로 풍부한 내용을 전달하는 그림책은 특히 풍부한 경험을 한 이에게 더욱 다채롭게 해석할 여지를 선사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그림책을 인생에 세 번(아이였을 때, 아이를 기를 때, 그리고 인생 후반이 됐을 때 ) 읽어야 한다는 『마음이 흐린 날엔 그림책을 펴세요』의 저자 야나기다 구니오의 말을 언급한다. 이 책에는 ‘시적인’ 그림책과 시인의 시, 그리고 저자의 산문이 담겼다.
사노 요코의 『아저씨 우산』. 나는 세찬 우박에도 쓰러지지 않고 꼿꼿하게 잎을 세우고 오이를 지켜내고 있는 그 덩굴을 봤을 때 남편이 떠올랐다. 그다음엔 『아저씨 우산』이, 마지막으로는 안도현의 시 「모과나무」가 떠올랐다. 시에서 화자는 처마 밑에서 비가 긋기를 기다리다가 온몸이 다 젖도록 그대로 서서 비를 맞는 모과나무를 본다. 그는 왜 바보처럼 비를 피하지 않느냐고 모과나무에게 묻고 싶다. 나도 남편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중략 ) 여보, 지금 한번 떠나봐요, 시간은 냉정해서 오래 기다려주지 않으니까!“ <17~21쪽>
앤서니 브라운의 『윌리와 구름 한 조각』. 이 책에 나오는 윌리는 언뜻 본 구름 한 조각에 온 신경이 몰려 있다. 자신만 따라오는 것 같다. 사라졌나 하면 또 있다. 윌리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하다. 공원으로 간 윌리는 오들오들 떨며 꼼짝 못 하고 앉아 있다. 그곳에 모여 있는 사람들 모두가 엄청나게 재미난 것 같은데 혼자만 두렵다. 꼭 SNS가 아니어도 내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할 때면 나만 그런 것 같고, 남들은 모두 행복에 겨워하는 것 같다. (중략 ) 이에 적절한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 국가대표 스케이팅 선수들을 담당한 밥 데용 코치가 선수들에게 했다는 말이다. “속도를 내려고 애쓰지 말고 속도가 나를 따라오도록 하라.” <25~29쪽>
미야자와 겐지의 『비에도 지지 않고』. 장형숙 할머니의 삶이 『비에도 지지 않고』와 어찌 그리 닮았을까. 주인공은 비에도 지지 않고 바람에도, 눈에도, 더위에도 지지 않는 튼튼한 몸으로 화내지 않으면서 늘 조용히 살고 싶어 했으며, 그런 삶을 살았다. (중략) 누군가의 가슴이 무너지는 것을 막고, 누군가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거창한 것을 해야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마음이 있다면 장형숙 할머니처럼 소박한 방법을 생각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42~43쪽>
『책 사랑꾼 그림책에서 무얼 보았나?』
김건숙 지음│바이북스 펴냄│256쪽│1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