횟집 사장, 국회의원, 장관, 국정원장의 ‘관행 범죄’... “재수 없게 걸린 게 아닙니다”
횟집 사장, 국회의원, 장관, 국정원장의 ‘관행 범죄’... “재수 없게 걸린 게 아닙니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03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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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KBS]
[사진=KBS]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가게를 가 봤더니, 1,000원짜리 돈(퇴직금 700만원 )을 초장 박스에다가 담아 놓은 거예요.”

보령의 한 횟집에서 4년간 일했던 A씨가 당한 이른바 ‘1,000원 퇴직금’ 사건으로 인한 ‘갑질’ 논란이 불매운동과 검찰 수사로까지 번지면서 후폭풍이 거세게 일고 있다. A씨가 해당 횟집에서 일하기 시작한 시기는 2014년 5월, 올해 1월 1일 일을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요구했고 가게 주인은 300만원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법적으로 A씨가 지급받아야 할 금액은 700만원이었기에, A씨는 대전고용노동청 보령지청에 진정을 넣었고 노동청은 해당 횟집 주인에게 700만원 지급을 권고했다. 이에 화가 난 횟집 주인은 700만원을 1,000원짜리로 지급하는 ‘갑질’ 논란을 일으켰고, 급기야 검찰 조사(퇴직금 지급기한 넘겨 근로기준법 위반)까지 받게 됐다.

그렇다면 횟집 주인은 왜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했을까? 문제는 관행이었다. 횟집 주인 B씨는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1,000원짜리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은 ) 그분에게 미안하고 죄송하다. (하지만 그분을 ) 지금까지 (일했던 ) 다른 분들과 똑같이 대했을 뿐이다. 애초에 퇴직금을 300만원으로 합의했는데 뒤늦게 고용노동부에 신고한 뒤 700만원을 요구했다”며 “(나도)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상황이어서 3개월 동안 한 달에 230여만원씩 나눠 입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한 번에 달라’고 하더라. (퇴직금을 주기 위해 ) 연금통장을 깨고 돈을 찾으면서 너무 성질이 났다. 그땐 너무 서운하고 괘씸했다”고 말했다. 그간 법에 어긋나지만 합의에 따라 이뤄져 온 관행이 문제가 됐다는 것이었다.

사실 이런 관행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피아노 강사 C씨는 최근 8년간 근무했던 피아노 학원을 그만두면서 퇴직금을 한 푼도 받지 못했다. 하루 6시간 근무에 월 100만원가량을 받으며 일했지만 ‘퇴직금을 받지 않기로 합의했다’는 이유로 퇴직금을 한 푼도 손에 쥘 수 없었다. C씨는 “퇴직금은커녕 신혼여행 떠난 4일치 봉급도 월급에서 까더라. 노동청에 신고하면 퇴직금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욱 하는 마음도 생겼지만, 그동안의 정도 있고 학원 형편도 넉넉하지 않았기에 참았다”며 “최근에는 나아지는 추세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퇴직금 받는 피아노 강사는 많지 않았다. 일자리가 없으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한다.

이 외에도 우리 사회에서 논란이 되는 관행은 부지기수다. 대다수가 프리랜서로 일하는 방송작가의 경우에도 한주 근로시간이 40시간을 넘는 경우가 62.9%(2019년 방송작가 노동실태 조사·590명 대상 설문 )지만, 주 15시간 이상 근무할 경우 가입해야 하는 4대 보험가입자는 3.1%에 불과했다. 그 이유로는 ‘구두 계약 관행으로 인한 계약서 미작성’ 응답이 33.7%로 집계됐다. 또 지난해에는 국회의원이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온 ‘관행’이 드러나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회의원 모두 감옥 가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기도 했다.

이른바 ‘환경부 블랙리스트’도 관행 논란의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환경부·한국환경공단 임직원을 내보내려고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사직서 제출을 강요한 혐의를 받는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에 대해 법원은 “공공기관의 장이나 임원들의 임명에 관해 청와대와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협의하거나 내정하는 관행이 장기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3월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발언은 보은 인사로 꼽히는 낙하산 인사가 ‘관행이라 괜찮다’는 식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는 앞서 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 특활비(36억5,000만원 )를 청와대에 상납한 혐의로 구속 수감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법원이 “정보기관과 정치 권력 간 유착은 청산돼야 할 불법적인 관행”이라고 꾸짖으며 ‘국고손실죄’로 실형을 선고한 것과도 대비돼 “법원의 법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진 문학박사는 책 『아줌마 아저씨의 우리대한민국』에서 “관행을 빌미로 그 보호막 아래서 짓는 죄는 전부가 개인적인 죄일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다 했는데 왜 재수 없게 나냐’고, 그것은 재수 없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죄를 지었기 때문에 죄를 묻는 것”이라며 “관행은 헛것이며 (재수 없게 걸렸다고 생각하는 ) 바로 당신이 관행을 만들고 계속 살아있게 하는 장본인이다”라고 꼬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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