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폭행·불화·몰카, 문제는 독서?... ‘가독만사성’의 비밀
갑질·폭행·불화·몰카, 문제는 독서?... ‘가독만사성’의 비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5.0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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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거든, 사람들에게 책 좀 읽으라고 해 주세요.” (2505년 바이어가 )

바이어는 전투 경험이 많은 군인이다. 점차 전쟁이 줄고 전투 경험을 갖춘 군인이 사라지는 것을 우려한 정부가 경험 많은 군인을 동면하기로 결정하면서 바이어와 리타가 시범인원으로 선발돼 1년간의 시험 동면에 들어간다. 하지만 동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군 책임자가 개인 비리로 구속되면서 두 사람은 잊혔고, 500년이 지나서야 깨어나게 된다. 2505년, 눈을 뜬 두 사람 앞에 펼쳐진 세상은 바보들의 천국이었다. 인류는 섹스, 코미디, 폭력물에만 몰두할 뿐, 다른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간수 역시 멍청하긴 매한가지, 몸에 바코드가 없다는 이유로 체포된 바이어의 “저 오늘 출소하는데요”라는 거짓말에 속아 순순히 석방을 허락한다. 이후 바이어는 바보들보다 상대적으로 똑똑하다는 이유로 내무부 장관에 올라 식량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 하지만,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에 다시 수감되면서 면회 온 리타에게 “과거로 돌아가면 사람들에게 제발 책 좀 읽으라고 해달라”고 당부한다. B급 영상물이지만 S급 의미를 지닌 작품으로 평가받는 영화 ‘이디오크러시’(2006년 ) 내용이다.

비록 영화가 책 읽지 않는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극단적으로 묘사하긴 했지만, 아직 다가오지 않은 미래의 일이라는 점에서 마냥 허구로 치부하기에는 꺼림칙한 감정이 남는다. 특히 성폭력과 갑질(폭행 )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오늘날의 모습은 해당 영화가 실제 500년 후 우리 사회의 모습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오늘날 우리 사회는 책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모습이다. 온라인 상에 오른 댓글만 봐도 “옛날이나 책이 중요하지 이제 인터넷만 켜면 훨씬 더 양질의 실용적인 정보가 널렸는데 굳이 책을 찾을 필요가 없지” “문학 작품을 꼭 책으로 봐야 하나? 드라마로 많이 나오잖아” “책은 이미 죽은 정보 아닌가” 등 책을 읽지 않아도 될 주관적 이유가 즐비하다.

그렇다면 정말 독서는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적 정보 습득 방식일까? 인생의 성공을 거둔 많은 사람은 “독서의 가치는 여전하다”고 말한다. 152억달러(약 15조원)의 자산가 일론 머스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하루에 열 시간씩 독서에 빠져 살았고 그때 쌓았던 지식을 바탕으로 현재 전기차 브랜드 ‘테슬라’, 우주여행 기업 ‘스페이스X’ 등을 이끌며 인류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지금도 관심분야가 생기면 독서를 통해 ‘게걸스럽게’ 지식을 흡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매년 5억 달러(약 5,000억원)씩 재산 절반을 자선사업에 내놓은 빌 게이츠 역시 독서의 가치를 강조한다. 그는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의 도서관이었다.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라고 독서를 성공 원인으로 꼽았다. 또 독서는 그의 시선을 이 땅의 소외된 자들에게 향하게 했다. 그는 “먹고 입을 것이 충분한 날 위해 더 이상 돈 쓸 데가 없다. 돈의 쓸모는 모름지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데 있다”고 말해 자선과 사업에 모두 성공한 사업가로 박수 받고 있다.

이처럼 외국에는 존경받는 기업가들이 많지만 왜 유독 우리나라 재벌에게는 부정적인 시선이 쏠릴까? 많은 사람이 가정에서 독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지목한다.

기생충 박사로 잘 알려진 서민 박사는 책 『서민 독서』에서 “책 읽기는 힘을 가진 이에게 특히 더 필요하다. 가진 게 없는 이들은 다른 이의 감정을 늘 헤아려야 하지만, 권력자는 그런 경우가 없다”며 “재벌 회장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그래서 배려심이 눈곱만큼도 없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과 일가친척이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회사 돈을 빼돌리면서 공장에서 일하던 이가 산업재해를 입었을 때 그 보상에는 인색하다. 생산성을 향상시켜 이익을 남기려 하기보단 비정규직을 고용해 인건비를 아낌으로써 이익을 내는 쪽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이어 “배려와는 담을 쌓은 이런 행동은 재벌들이 책을 읽지 않은 데서 비롯된다. 고생을 해 본 재벌 창업주와 달리 2세, 3세들은 책을 읽을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다”라고 지적한다.

독서의 장점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깊고 넓게 생각하고 여러 분야에 해박한 지식을 갖게 해, 돈 잘 버는 이른바 잘 나가는 사람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하지만 독서가 선사하는 가장 큰 선물은 다른 사람 입장을 헤아리는 ‘공감력’이다. 제 아무리 돈을 잘 벌고 좋은 자리에 올라간다 한들 공감 능력이 없다면 그에게 성공은 주위 사람을 짓밟고 올라선, 혹은 이용했던 결과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줄을 쥐고 있다는 이유로 막말과 폭행을 가하고, 자신보다 직급이 낮다는 이유로 천대하는 재벌가의 이야기가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또 자신의 재력을 배경삼아 마약을 즐기거나 자신의 인기를 믿고 여성의 몸을 유희거리로 여겨 희희낙락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혹 이들이 어려서부터 독서교육을 통해 공감력을 키웠다면 그래서 상대가 느낄 수모와 수치의 감정을 헤아렸다면 어떠했을까? 그래도 ‘그런 짓’을 서슴지 않았을까? 가화만사성(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 ) 이전에 가독만사성(가족이 독서해야 모든 일이 잘된다 )이 필요한 5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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