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박유천·윤지오로 본 ‘불신사회’
자유한국당·박유천·윤지오로 본 ‘불신사회’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3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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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자유한국당 정당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전례 없는 열띤 참여로 진기록을 세워 가고 있다. 해당 청원은 게재 8일째(지난 22일 게재)인 30일 동의자가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우며 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번 갈등의 시작은 국회의원 선거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수를 배분하는 내용의 선거제 개혁안과 함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 설치,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 법안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이 지난 22일 합의하면서부터다. 야3(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의 경우 투표 나이를 만 18세(현 19세 )로 낮추는 한편, 국회의원 300석 중 지역구를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를 75석(현 47석)으로 늘리면서 정당득표율 중 50%를 의석수(지역구+비례대표제 )에 반영하는 연동제 비례대표제(득표수에 따라 각 정당에 의석 배분 )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자유한국당(자한당)은 결사반대 입장을 내세우고 있는데, 앞서 선거제 개편 시뮬레이션 결과 정당 득표율이 높은 군소정당의 의석수는 늘어나고 민주당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자유한국당은 최대 20석 이상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검찰로부터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 받아 전·현직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하는 공수처에 대해서도 자한당은 “공수처가 대통령의 홍위병이 될 수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결국 따지고 보면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른 알력다툼이란 평이 나온다. 다만 서로 다른 입장 가운데서 어떤 주장이 국민의 이득에 부합하는가가 중요한 대목인데,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경우 국민 표심을 현행 선거제도보다 더 정확히 반영한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또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의 권력 분배를 위한 방안의 일환으로 마련된 공수처 역시 수장을 대통령이 아닌 국회가 임명해, 대통령의 전횡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 평가가 적지 않다. 이런 배경 하에 누군가가 “한국당은 걸핏하면 장외 투쟁을 벌이고 입법 발목잡기를 한다”며 “이미 통합진보당을 해산한 판례도 있다. 정부에서 정당해산 심판을 청구해달라”고 요청, 10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이번 국민청원은 보수와 진보의 다툼으로 비춰지기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입으로는 국민을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실속만 챙기는 정치권을 향한 ‘불신의 분노 표출’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로 한 누리꾼은 “불법 감금·점거에 드러누워 떼쓰는 모습에 열통이 터진다. 솔직히 국민보다 자기 실속 챙기려고 혈안된 것 아니냐. ‘국민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라는 그들의 말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누리꾼 역시 “국민은 무단횡단 같은 경범죄 처벌도 쉽사리 피하지 못하는데, 국회의원은 불법을 저질러도 또 그냥 그렇게 우야무야 넘어갈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이처럼 국민 불신을 초래하는 사회적 분위기는 최근 점점 우려스러운 방향으로 흐르는 모습이다. 최근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된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은 전 연인이었던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씨와 마약을 투약한 결정적 증거에도 모르쇠로 일관하다 끝내 혐의를 인정했다. 앞서 박유천은 마약 혐의가 제기되자 기자회견을 자처해 “나는 결코 마약을 하지 않았다”며 “정신과에서 처방한 수면제로 겨우 잠들곤 하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마약 복용은 정말 말이 되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마약업자에게 송금하는 모습이 담긴 CCTV가 확보되고, 다리털에서 마약 양성 반응(마약성분 검출)이 나온 상황에서도 “억울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던 그는 결국 구속된 후에야 자신의 혐의를 인정했다. 국민은 그가 마약을 했다는 것보다 ‘대국민 사기극’을 벌였다는 데 더욱 분노했다.

이 외에도 아직 많은 일들이 국민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교무주임인 아버지가 전해준 시험답안으로 좋은 성적을 얻었다는 의혹을 받는 숙명여고 쌍둥이는 여러 정황증거에도 “열심히 공부했을 뿐이다. 1등은 실력이며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기 어린 모함을 하고 있다”며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쌍둥이가 시험문제를 미리 받아봤다는 결정적 증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이지만, 시험 정답이 적힌 시험지와 암기장, 부실한 풀이과정, 휴대폰에서 발견된 영어 서술형 정답, 갑자기 1등으로 뛰어오른 내신 성적 등은 많은 국민에게 불신의 감정을 일으키고 있다.

또 고(故) 장자연이 강제로 동원된 술자리 등에 함께했다고 주장한 윤지오씨 역시 거짓말 논란으로 불신에 휩싸였다. 윤씨는 책 『13번째 증언』을 출간하며 정관계 고위층 인사가 대거 포함된 해당 사건의 진실규명에 나서 ‘용기 있는 증언자’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최근 이와 상반되는 내용의 주장이 나오면서 일각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6일 박훈 변호사는 “윤지오가 신변의 위협이 없는데도 일반 교통사고를 테러로 둔갑시켜 사람들을 기망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윤지오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또 책 『13번째 증언』 출간을 도왔던 김수민 작가 역시 “윤씨가 제대로 본 것이 없는데도 ‘장자연 리스트’를 봤다고 주장한다”며 윤씨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한 바 있다.

여성가족부와 경찰로부터 호텔비 900만원을 지원받으며 신변보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윤씨는 고소 당한지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24일 돌연 “아프신 엄마 간병을 위해 출국한다”며 캐나다로 떠났지만, 이후 “사실 (방송에서) 심리치료사라고 말했던, 옆에서 공룡처럼 코를 골던 분은 제 엄마였다”며 한국에 엄마와 동거했던 사실을 고백해 ‘거짓말 논란’이 크게 일었다. 이후 윤씨는 자신을 고소한 상대에 대해 맞고소할 입장을 밝힌 후 아직까지 실제 고소장을 제출하지는 않았으며, 앞으로는 UN과 CNN과 접촉하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윤씨가 책 판매를 통해 얻은 인세는 3,000만원가량이며 모금을 통해서도 적지 않은 금액을 후원받았다. 이에 대해 윤씨는 “인세는 故 장자연 유족에게 전달하고 모금된 돈은 공익제보자들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적 불합리함을 고발하고 나선 윤씨의 용기에 많은 사람이 응원을 보내지만, 그 과정의 정당성에 비판이 제기되면서 적지 않은 사람의 마음에 혹시나 하는 ‘불신’이 싹트고 있다.

데이비드 A. 캐플런 뉴욕대학교 교수는 책 『신뢰의 힘』에서 “대중의 신뢰도 배신당할 수 있다. 대표적 사례가 사이클 선수 랜스 암스트롱의 약물 복용 사건”이라며 “투르 드 프랑스 대회를 일곱 번이나 제패한 암스트롱은 결국 금지 약물 복용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때도 자신의 승리가 정당했다고 합리화하려 했고 ‘모든 선수들이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에 자신도 공평한 입장에서 그들과 경쟁했을 뿐이다’라는 식으로 결백을 주장했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대중의 믿음을 배신한 사람이 깨끗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사안을 얼버무리고 갖은 핑계를 대며 어물쩍 넘어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진실은 밝혀졌고 그는 처참하게 몰락했다”며 “신뢰는 대부분 한번 망가지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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