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그림이 지닌 가치 중 하나는 그림에 담긴 그 당시의 사회상이다. 그림은 표현된 주제, 그려진 시대에 일어난 사건, 화가의 사연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착안해 출간된 이 책은 그림 속에서 경제와 맞닿는 이야기를 끌어내고 그것으로 경제를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다. 경제적 선택, 수요와 공급, 시장 가격, 실업 등의 경제 개념은 청소년은 물론 경제 지식이 부족한 성인에게 지적 확장을 경험케 한다.
2017년 11월 15,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살바토르 문디'(세상의 구원자란 의미 )가 미술계 역사상 가장 비싼 4억5,030만 달러에 판매됐다. 약 4,850억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비싼 금액에 팔렸을까? 이유는 천재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거의 유일한 유화 완성작이기 때문이다. 과학, 건축, 토목 등 여러 가지 방면에 다재자능했던 만큼 다빈치는 늘 바빴기에 완성한 그유화는 20여 점에 불과했다. 그런 데다 대다수 작품은 박물관 등에 보관돼 있어 개인이 소장할 수 있는 작품은 '살바토르 문디'가 유일했기 때문에 희소성의 가치에 영향을 받아 비싼 값에 판매됐다.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한 비운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 900여 점의 그림과 1,100여 점의 습작품을 남겼지만, 생전에 판매한 작품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 유일하다. 그림을 배우러 간 미술 학교에서 제적당하고, 작품이 '야만적'이라는 비평을 들으며 동생 테오반 고흐에게 생활비를 지원받으며 근근히 삶을 이어가다 결국 1890년 권총으로 자살하고 만다. 고흐가 좋아했던 프랑스 남부 지역의 한 마을의 모습을 담은 '아를의 붉은 포도밭'은 1890년 400프랑(약 150만원)에 팔렸다. 생활비조차 없었던 고흐에게 적은 금액은 아니었지만 지금의 위상과 비교해 보면 아주 초라한 금액이었다. 1906년 되팔린 해당 그림의 가격은 1만 프랑으로 16년 만에 스물 다섯 배 뛰어 올랐다.
렘브란트가 그린 단체 초상화 중 가장 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그림이다. 암스테르담 민병대의 대장 프란스 반닝 코크와 그 대원들을 그린 해당 그림은 민병대원들이 자신의 회의실에 걸어 놓기 위해 렘브란트에게 돈을 주고 주문한 그림이었다. 렘브란트는 이 초상화를 마치 연극의 한 장면처럼 명암 대비가 뚜렷하고 인물을 역동적으로 묘사해 그렸다. 하지만 등장인물마다 비중이 너무 달랐고, 누군가는 명암 때문에 얼굴이 가려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당시 그림을 받아 본 민병대원들은 렘브란트에게 강력히 항의하면서 단체 초상화 화가로 유명했던 렘브란트의 인기도 크게 사그라들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케테 콜비츠의 그림 '독일 어린이들이 굶고 있다'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독일의 열악한 모습을 담고 있다. 전쟁으로 도시는 숙떼밭이 되고 물가는 폭등해 빵 한 조각이 무려 1조원을 넘었다. 빵을 사기 위해서는 수레에 돈을 싣고 가야 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사실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물가는 자연스럽게 오르는데, 이런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당시 독일의 상황은 경제 성장이 아닌 무분별한 화폐 발행에 따른 것이었다. 패전에 따른 막대한 전쟁 배상금을 지불하기 위해 화폐를 마구 찍어내면서 경제적 혼란과 부작용을 불러오게 됐다.
『그림이 보이고 경제가 읽히는 순간』
태지원 지음 | 자음과모음 펴냄│264쪽│1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