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률 -0.3%” 우리나라는 ‘수축사회’?… “욜로하면 위험하다”
“경제성장률 -0.3%” 우리나라는 ‘수축사회’?… “욜로하면 위험하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26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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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픽사베이]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몇 달 전부터 유튜브와 SNS에서는 누군가가 6,000만원 짜리 중고 외제차를 샀다는 영상이 인기다. 그는 외제차 구입을 위해 수면시간을 3~4시간 정도로 줄여 아르바이트 3개를 뛰었고, 월 200만원을 벌었다. 그 차가 자신의 ‘드림카’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고 한다. “난 오늘만 산다”라는 어느 영화 대사가 퍽 어울린다. 

그런데 유튜브나 SNS를 돌아보면 ‘오늘만 사는’ 영상이 꽤 많다. ‘욜로’(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라는 사회 풍조가 이 정도까지 발전한 사실에 주목하게 된다. 한 번 사는 개인의 인생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는 없지만, 우리사회조차 점차 이렇게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기 때문이다. 우리사회만이 아니라 전 세계가 향후 50년간 ‘수축사회’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2018년 4/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치 )’에 따르면 저축률과 투자율은 모두 전년보다 하락했다. 지난해 총저축률은 34.8%로 전년보다 1.4%p 하락했으며 국내총투자율은 전년보다 0.8%p 하락한 30.4%를 기록했다. 총저축률 하락에는 민간 및 정부 소비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 해당하는 민간 소비는 전년 대비 2.8% 증가해 2011년 이후 증가폭이 가장 높았고, 정부 소비는 5.6% 증가해 11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덜 저축하고 더 소비하는 와중에 가계부채는 늘어만 갔다. 지난달 말 한은이 내놓은 ‘3월 금융안정’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2018년말 현재 1,534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5.8% 증가했다. 이는 가계소득증가율(3.9% )을 웃도는 수치다. 특히, 저소득·저신용인 취약차주 부채규모는 86조8,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조1,000억원 늘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우리나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7.9%로, 세계(평균 59.6% )에서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러한 이유에 대해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SNS의 발달을 원인으로 지목하기도 한다. 타인의 소비를 보면 이를 모방하고자 하는 ‘동조소비’ 심리가 생긴다는 것이다. 또는 주머니사정이 미래에도 나아지지 않으리라 생각하기 때문에 현재만 중요시하는 ‘욜로’가 생겼다고도 분석한다. 

그러나 대다수 경제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미래에 대한 대비 없이 안일하게 사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판단일 수 있다. 증권계 미래학자로 통하는 애널리스트 홍성국과 <이코노미스트> 수석 편집자 라이언 아벤트는 그들의 책 『수축사회』와 『노동의 미래』에서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 경제가 ‘확장사회’였던 과거 500년과 비교해 전례 없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에 따르면 앞으로 세계는 마치 수축을 하듯 저성장 기조가 장기간 지속된다. 이에 정치, 경제, 환경을 비롯한 사회 모든 영역의 기초 골격이 바뀌고, 인간의 행동규범, 사고방식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수축사회』에서 홍성국은 “지난 시절 미래는 늘 희망적이었다. 현실이 다소 어렵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삶이 크게 향상될 거라고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미래는 암울하고 불확실한 것이 됐다”라며 “그 이유는 사회의 기초 여건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성국은 그 원인으로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와 양극화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일어난 공급과잉의 상시화를 지적했다. 이는 ▲고도로 숙련된 전문가의 생산성 증가로 인한 노동력 과다 현상 ▲자동화와 세계화 ▲최악의 불평등이 사회적 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쳐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는 라이언 아벤트의 견해와도 맥을 같이한다.     

상황이 나아진다기보다는 향후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설상가상으로 이 같은 미래에는 줄어든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너 죽고 나 살기’ 식의 이기적인 투쟁과 갈등이 모든 분야에서 입체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다. 앞으로 경제가 악화하더라도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누군가도 없으리라는 예측이다. 

암울한 미래는 타개할 방법조차 멀게만 보인다. 홍성국은 “수축사회를 돌파하는 유일한 방법은 인류 모두가 이타적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나는 수축사회의 해법으로 공동체 전체의 번영을 위한 이타주의와 세계적 차원의 도덕혁명을 제시하고 싶다. 이기주의에 기반한 모든 이데올로기, 생활방식 등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아벤트는 “인간은 존재 자체만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생산적인 사회제도와 세대를 거쳐 전해온 지식에 의해 창출된 부를 공유할 권리를 갖는다”고 생각하기를 요구한다. 즉, 빈민가에서 태어난 사람도 부자와 마찬가지로 사회적 부에 대한 정당한 상속권을 갖는다고 생각하라는 의미다.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는 『미래 대예측』에서 “이 세상 모든 이타주의적 주체들, 즉 다음 세대의 행복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나타나서 번영하고, 이들이 우세를 점하지 않는다면, 그러기 위해 필요한 세계적 자원의 법규가 수립되지 않는다면, 결국 인류는 파괴적인 폭발을 거듭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 와중에 25일 우리나라의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1.8%에 그치며 2009년 3분기(0.9% )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낮았다는 수치가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은 직전분기와 비교하지 않지만,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3%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4분기(-3.3% ) 이후 최저치다. 미래는 암울해 보이고, 타개할 방법은 막막하다. 그러나 “우리는 오직 눈앞의 짧은 거리만을 볼 수 있지만, 여기서 해야만 하는 무수히 많은 것들을 볼 수 있다”라는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의 말처럼 언제나 미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재의 달콤함과 맞바꾸기보다는 암울한 미래를 마주하고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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