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서울대 23인 석학이 전망한 한국의 미래
[책 속 명문장] 서울대 23인 석학이 전망한 한국의 미래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25 1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인간과 기술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한다. 그동안 인간이 한 걸음씩 지식을 쌓아 가면서 다음 단계의 기술을 만들어 가는 과정, 즉 인간이 기술의 발전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비교적 잘 알려진 반면, 새로운 기술이 인간의 인식 지평과 사회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었다. …… 기술이 인간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따져 묻다 보면 기존의 논의와 다른 인문학과 사회학적 통찰이 요구되고, 그렇게 변화된 인식의 경계에서 새로운 기술 혁신의 아이디어가 싹틀 수도 있다. 인간과 기술의 공진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는 기술 결정론과 기술 공포증 사이에서 균형추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정동, 「들어가며: 기술과 인간의 공존과 지속 가능성을 찾아서」 중에서 <10쪽> 

인간에게 새로운 도전이 펼쳐지고 있다. 크리스퍼-카스9(CRISPR-Cas9)를 통한 유전자가위 기술은 생태계에서 인간의 지위를 ‘유전자 기계(gene machine)’에서 ‘유전자 편집자(genome editor)’로 변화시킬 가능성을 지닌 기술이다. 사피엔스는 지난 20만 년 동안 자신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연을 길들여 왔다. 특히 1만 년 전쯤부터 인위 선택(artificial selection)을 통해 동물을 길들이고 식물을 재배해 왔다. 하지만 이런 길들임에는 늘 한계선이 있었다. 육종이란 기본적으로 우리가 선호하는 유전적 조합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선택적 교배를 통해 우연히 나오기만을 기다려야 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전자가위 기술은 인공적 효소 가위를 통해 특정 염기 서열을 자르고 붙일 수 있는 기술로서 대상 생물의 유전체 내에서 새로운 유전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신기술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의 유전자 편집 기술을 우리가 해독한 후 자연이 수많은 세월 동안 느릿느릿 해 왔던 일을 빠른 속도와 대용량으로 수행해 보는 응용 기술이다. 장대익, 「1부 유전자가위 기술의 진화사적 의미」 중에서 <60쪽>

“최인철(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내 주변 사람들 각각을 인공지능으로 대체해도 괜찮은가에 대해 조사를 해 보니, 상사나 부하 직원 같은 아주 친밀하지는 않은 인간관계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어도 상대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가족 관계가 안 좋은 사람들은 가족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는 비율이 높게 나왔거든요. 평소에 행복감이 낮은 사람이 가까운 사람들도 인공지능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거죠. 이를 보면 인공지능이 어떤 직업군을 대체해도 되는가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할 때에도 개인의 심리적인 특징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됩니다.” 대담: 인공지능과 인간은 함께 진화한다」 중에서 <300~301쪽>

“홍석경(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미국의 드라마는 전 세계적으로 아주 창의적인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마치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팀을 가지고 일하는 것처럼 제작 과정이 시스템화되어 있습니다. 쇼러너(showrunner)라고 불리는 제작 총책임자는 드라마의 모든 시즌을 관통하는 세계관을 비롯한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작업을 한 후 드라마 안에 들어갈 새로운 세계를 만들 사람들을 모아 합숙하거나 협업의 다이내믹스를 만들어 드라마를 제작합니다. …… 드라마를 제작하는 팀 내에는 시나리오 작가가 아니라 만화가, 음악가, 시인, 소설가 등 다양한 연령과 분야의 사람들이 투입됩니다. 이들의 개별 능력들을 융합해 드라마에 부가 가치라고 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를 만들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내는 것이 쇼러너의 역할이고 이는 무엇과도 대체하기 힘듭니다. 인간이 기계와 협업할 때 기계가 해 줄 수 없는 어떤 것을 만들어 가는 것이 전문성이라면 적어도 인문 사회 과학 쪽에서는 쇼러너의 역할 같은 것이 전문성이 될 것입니다. 「4부 대담: 새로운 교육미디어, 배움의 본질을 묻다」 중에서 <380쪽>

『공존과 지속』
이정동·권혁주·김기현·장대익 외 지음 | 민음사 펴냄│516쪽│25,000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 논현로31길 14 (서울미디어빌딩)
  • 대표전화 : 02-581-4396
  • 팩스 : 02-522-6725
  • 청소년보호책임자 : 권동혁
  • 법인명 : (주)에이원뉴스
  • 제호 : 독서신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379
  • 등록일 : 2007-05-28
  • 발행일 : 1970-11-08
  • 발행인 : 방재홍
  • 편집인 : 방두철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 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 고충처리인 권동혁 070-4699-7165 kdh@readersnews.com
  • 독서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독서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readersnews.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