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잠재적 범죄자?... “낙인 효과가 참사 부른다”
조현병=잠재적 범죄자?... “낙인 효과가 참사 부른다”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2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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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력범죄가 잇따르면서 조현병 환자를 향해 따가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매도하는 분위기까지 조성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어디 섬 같은 곳에 조현병(환자) 가두는 곳을 만들어라. 조현병이란 이유로 살인이 허락되는 꼴 못 보겠다” “조현병 환자 여러분 조두순 좀 살해해 주세요” 등 온라인상의 댓글에는 조현병 환자를 격리 대상으로 여기거나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는 댓글이 즐비하다. 지난 17일 조현병 환자 안인득으로 인해 11명의 사상자(사망 다섯 명·중상 세 명·경상 세 명)가 발생하고 이어 24일 조현병 전력이 있는 A(18)군이 이웃 할머니를 살해하면서 조현병 환자에 대한 우려는 더욱 높아지는 모습이다.

하지만 통계적으로 보자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정상인에 비해 높지 않다. 2017년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 비율은 0.136%로 전체 인구 범죄율 3.93%에 비해 적은 수치를 차지한다. 강력범죄의 경우에도 정신질환자 비율은 0.014%로 전체 강력범죄율 0.065%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강력 범죄에 대해서도 “예방할 수 있다”며 “격리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는 “조현병 환자가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대다수 조현병 환자는 일반인보다 덜 폭력적이고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며 “약물요법과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조현병 환자가 병원 치료를 기피한다는 것이다. 정신보건복지법상 인권 보호 차원에서 본인의 동의가 없으면 병원 입원이 어렵기 때문에 본인이 치료 의지가 없다면 주변에서 강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본인과 가족의 치료 의지가 중요한데, 아직 많은 환자는 병을 숨기기에 급급하다.

이런 배경에는 조현병을 치료 불가능한 정신병으로 간주해 기피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영향을 끼친다. 발병 원인과 완전한 치료법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정상인처럼 생활할 수 있음에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사회적 낙인이 조현병 환자 본인과 가족으로 하여금 병을 숨기게 한다는 것이다.

조현병은 완치는 불가능하지만 충분히 관리가 가능한 질병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존 인물로 35년간 조현병에 시달렸던 미국의 수학자 존 내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공산주의자에게 쫓긴다는 망상과 환청에 시달렸지만 입원과 약물치료 등을 통해 병을 극복하면서 리만가설을 풀어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강현식은 책 『꼭 알고 싶은 심리학의 모든 것』에서 “속상했던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면서 쌓였던 감정이 올라와 실컷 울고 나면 마음이 후련해지는 경험, 이것이 정화다”라며 “억눌린 감정을 풀어내는 정화는 (조현병 환자의) 변화와 성장에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충고한다. “약물치료와 심리 상담을 병행하면 분명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대한조현병학회 측의 설명처럼 조현병은 치료하면 변화할 수 있다. 문제는 조현병 환자의 치료 의지를 꺾는 편견 어린 사회적 낙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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