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 명문장] 우리 엄마 이름은 ‘엄마’가 아니다
[책 속 명문장] 우리 엄마 이름은 ‘엄마’가 아니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24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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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세상에 수많은 엄마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처음으로 엄마라는 이름에 혼란이 왔다. 앞집 친구 엄마 이름도 엄마였고, 옆집 친구라고 상황이 다르지는 않았다. 나는 친구의 엄마를 부를 때면 너네 엄마, 누구 엄마처럼 꼭 엄마 앞에 다른 말을 덧붙였다. 같은 이름을 가진 민지들을 3반 민지, 5반 민지로 구분 짓고 나랑 가장 친한 1반 민지를 그냥 민지야, 하고 다정히 부르듯이. 그러면서 엄마로 부르기 위해 ‘엄마’라는 특별한 호칭으로 구별해서 불러야 한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6~7쪽>

십년 넘게 엄마와 살아오면서 엄마의 예전 이름을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더 당황스러웠다. 결국 나는 구구절절 엄마를 설명하는 마지막 답안지를 택했다. 상대방이 담미 딸이구나, 하고 말했을 때 깨달았다. ‘엄마’라는 이름보다 ‘김담미’라는 이름이 누군가에게는 엄마를 더 명확하게 표현하는 단어일 수 있겠구나. <8쪽>

내 말이 앞뒤가 맞지 않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내 이름 하나 불러주지 않았다고 서운해하면서, 20년을 넘게 이름 없이 산 엄마한테는 서운해하지 말라는 꼴이라니. 속으로 자책을 하는 내게 엄마는 엄마가 돼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고 넌지시 말했다. 김담미로만 살다가 처음 엄마가 됐을 대는 자신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다 문득 엄마의 생도 자신의 일부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살 수 있음에 감사해하기로 마음을 고쳐먹었다고 했다. (중략)

내가 엄마, 하고 불러줬을 때 비로소 자신은 엄마가 됐고, 어머니 하고 부르던 시절에는 이 아이를 위해 생계를 꾸려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책임감이 너무 무거워 잠시 나를 떠났을 때도 자신은 여전히 엄마였다고 고백했다. 그런데 아이들이 다 자라고 나니 자신도 잃어버린 날들을 찾아야 하는 게 맞는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193쪽>

『우리 엄마의 이름은 엄마?』
김진빈 지음│다독임북스 펴냄│226쪽│1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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