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다운 일상을 산다?… "나는 행복해" 
[리뷰] 나다운 일상을 산다?… "나는 행복해"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23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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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일본 최고의 문학상 와쿠타가와상 후보에 오른 작가 소노 아야코의 에세이다. 미래의 거창한 행복보다는 오늘의 일상에서 소소한 만족을 찾으며 나다운 일상을 유지하는 힘과 의미를 되새겨 준다. 

저자는 본인의 집을 '미니 양로원'이라 칭한다. 두 곳의 별채에 시부모님과 친정어머니가 본채에는 저자 부부가 기거했기 때문이다. 아흔이 다 된 시아버지는 직장암을 선고받고 긴급 수술 후 인공 항문을 달았다. 최근 이 병에 대한 처치법이 발달했지만 이미 아흔이 된 노인이 시대와 신체 변화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침구와 잠옷이 오물로 더러워지는 일이 빈번했다. 

그런 오물의 청소를 맡아야 했던 저자는 "대충대충 적당히 하는 성격이 딱이었다"고 말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계속되는 빨래에 지친 저자는 급기야 이불세탁이 가능한 폴리에스테르 솜이불로 전부 교체한다. 아깝긴 하지만 큰맘 먹고 이불전용 세탁기도 들여놨다. 저자는 "겨울인데 노인에게 여름용 홑이불을 겹겹이 덮게 하는 것은 너무 야박한 노릇 아니냐는 생각과, 시아버지를 쉰 떡 취급한다고 비난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깡그리 배제했다. 부조리한 현상과 싸우려면 지혜와 유연성을 지니고, 상식 따윈 일절 신경쓰지 않는 것 외엔 답이 없다는 걸 체득했다"며 "할 도리에 약간 못 미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무시해선 그런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후 저자의 간병은 남편에게로 옮겨간다. 2015년 무렵부터 남편은 이따금 쓰러지고 인지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무서우리만큼 빠른 속도로 전개되는 병세를 돌보기에는 병원이 알맞았지만 저자는 '이 사람이 죽는 날까지 평소처럼 살다 가게 해주리라'라는 다짐으로 남편을 집으로 데려온다. 역시 어린애처럼 기뻐하며 귀가를 반겼다.

방안에 들어서 안마 의자를 떡 하고 독점한 남편을 대할때면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저자는 "상식에 맞지 않아도 그대로 둔다"는 간병 철학을 적용했다. 거의 하루 종일 안마의자에 앉아 있어 안마 볼이 닿는 피부가 상할까 걱정도 되지만 굳이 말리지는 않는다. 남편의 나이 구순. 불합리한 처사라도 그로 인해 곤란할 시간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대화와 먹는 것에는 각별히 신경쓴다. 대단한 대화가 아니더라도 말을 붙이고 음식만한 약이 없다는 생각에 입맛이 없는 남편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음식을 장만했다. 저자는 "서로의 이해만 있으면 대체로 대화는 웃음 속에 끝나고 각자의 컨디션을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대화가 가능한 사람으로 노후를 맞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집에서 가족들의 봉양을 받든, 노인 요양 시설에서 지내든 그 커뮤니티 안에서 '고마워요'라는 인사말을 습관처럼 하는 것이 노인의 임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라고 덧붙인다. 

배려있는 일상 속에서 풍겨나는 행복을 노래한다. 탐욕과 성공에 대한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게 하는 훈훈한 에세이다. 


『나다운 일상을 산다』
소노 아야코 지음 | 오유리 옮김 | 책읽는고양이 펴냄│182쪽│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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