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민스님은 ‘혜민스’?… 떠들썩한 ‘고요’에 일어나는 혐오
혜민스님은 ‘혜민스’?… 떠들썩한 ‘고요’에 일어나는 혐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21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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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 스님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혜민스님의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은 지난해 12월 출간돼 근 세 달간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지켰으며, 현재까지도 상위권에 올라있는 소위 ‘초대형 베스트셀러’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1분기까지 혜민스님이 설파하는 ‘고요’가 아이러니하게도 떠들썩하게 퍼진 것이다. 그런데 혜민스님의 인기와 사회활동이 늘어감에 따라 혜민스님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지난 9일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와 블로그의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서 ‘혜민스님’과 관련된 감성을 분석한 결과, ‘싫다’와 ‘여혐’(여성혐오)이 지배적이었으며 다른 감성들을 전부 합친 것보다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 9일 빅데이터 분석 사이트 '썸트렌드'에서 단어 '혜민스님'을 검색한 결과 [사진출처= 썸트렌드 화면 캡처]

‘싫다’라는 감정은 주로 ‘세속적’이라는 단어와 연결됐다. 혜민스님을 ‘스님 행세하는 연예인’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로 혜민스님은 책에서 ‘고요할 것’을 설파하지만, 대한민국 역대 종교인 중에 가장 ‘떠들썩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25일 개설한 유튜브 채널 ‘혜민스님TV’(지난 19일 기준 구독자 수 1만3,000여명 )는 동영상마다 광고가 붙는 수익성 채널이며, 혜민스님은 여느 유튜버들처럼 채널의 구독을 부탁한다. 그가 ‘세속적’이라고 불리는 단적인 예다. 이 밖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그가 해외여행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사진들과 박찬호 등 여러 셀럽과 함께 찍은 사진이 다수다. 

‘여혐’은 과거 일화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12년 한 누리꾼의 맞벌이로 인한 육아 고충 토로에 혜민스님이 트위터를 통해 조언한 내용이 논란이 된다. 혜민스님은 당시 “맞벌이를 하는 경우 어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지 않아 항상 미안할 것이다. 이럴 때는 방법이 있다. 엄마가 어린아이들이 일어나는 새벽 6시부터 45분 정도 같이 놀아주는 것”이라는 트윗을 남겼다. 당시 육아를 여성의 역할로 한정 짓는 발언에 비난이 쏟아졌고, 이에 혜민스님은 “틈틈이 아이들과 놀아주시라는 말로 한 이야기인데 어쨌거나 저의 부덕한 탓”이라며 사과한 바 있다.  

국적이 미국인이라는 점도 곱지 않게 인식되는 듯하다. ‘썸트렌드’에서 분석한 단어 ‘혜민스님’의 연관어 중에는 ‘미국’과 ‘국적’이 각각 3,342건, 3,334건으로 가장 많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혜민스님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다. 이에 한때 병역기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유독 젊은 층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많이 나타내는데, SNS상에서 혜민스님은 ‘혜민스’ 혹은 ‘혜민쓰’로 통한다. 호칭에서 ‘님’자를 떼어내서 존경하지 않음을 표현한 것이다. 혜민스님을 ‘혜민스’라고 부르는 한 20대 A씨는 “지금 청년층이 취업도 안 되고 각박한 현실에 처해있는데 스님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사는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고 다른 20대 B씨는 “(혜민스님은 ) 누구나 다 할 수 있을 법한 뜬구름 잡는 이야기만 하고 현실적 대안은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일각의 비난에도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이 매주 대형서점의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를 만큼 혜민스님의 인기는 굳건하다. 그는 관점에 따라 세속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신라시대 고승 원효대사와 비견되기도 한다. 고려의 일연스님이 저술한 『삼국유사』에 따르면 여행 중 해골에 괸 물을 마시고 “진리는 결코 밖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은 원효대사는 태종무열왕의 둘째 딸인 요석공주 사이에서 아들(설총 )을 낳았고, 광대 복장을 하고 불교 이치를 노래하거나, 술집이나 기생집에 드나드는 등 기행을 일삼는다. 그러나 역사는 그가 당시 귀족들만의 불교를 민중으로 전파했다고 평한다.  

다만, 혜민스님이 세속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러한 삶으로 인해 불교의 교리가 널리 전파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적 지주가 부재한 사회에서 필요한 사람이라고 보는 견해도 꽤 있다.     

“승려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 산에서 도나 닦지 뭐 하러 속세 일에 끼어드냐며 땡중이라 하고, 또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으면 중생들의 고통이 보이지 않느냐고 이기적인 중이라 한다. 이 사이에서 스님들은 고민한다.” 책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을 보면 혜민스님도 이런 종류의 고민을 안고 세상에 나온 듯싶다. 비난하려는 마음은 물론 자유이지만, 적어도 그 비난의 방향이 한 명의 ‘스님’을 향해야 할지, 사회를 향해야 할지는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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