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차 검역탐지견 메이의 죽음... “동물실험 즉각 중단하라”
5년 차 검역탐지견 메이의 죽음... “동물실험 즉각 중단하라”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19 15:4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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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전(사진왼쪽)과 후의 복제견 메이 모습. [사진출처=연합뉴스]
실험 전(사진왼쪽)과 후의 복제견 메이 모습. [사진출처=비글구조네트워크]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5년간 농림축산검역본부 소속으로 인천공항에서 검역견으로 활약하다 퇴역한 복제견 메이. 최근 동물실험에 이용된 후 앙상한 갈비뼈를 드러내고 코피를 쏟는 등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여 우려를 낳던 중 끝내 사망했다. 동물실험을 주관했던 서울대 측은 “자연사했다”고 밝혔지만 동물보호단체는 동물학대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다.

동물 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메이는 2012년 서울대학교 수의대 A교수의 체세포 복제 기술을 통해 만들어졌다. 5년간 검역탐지견으로 일하던 메이는 지난해 3월 서울대 수의대 A교수팀의 요청으로 다시 서울대로 이관돼 동물실험에 이용됐다. 서울대 측이 밝힌 이유는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실험. 이후 여덟 달 만인 지난해 11월 21일 A교수 연구팀이 “며칠만 부탁한다”며 데리고 온 메이의 모습은 참혹했다. 움푹 들어가 허리 옆으로 앙상한 갈비뼈가 드러났고, 생식기는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었다. 또 근육에 힘이 없어 제대로 걷지 못하고 휘청거렸다. 당시 A교수 연구팀은 ‘동물실험 윤리 감사 기간’이라 메이를 잠시 검역센터에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A교수의 동물 실험에 이용된 다른 복제견의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메이와 마찬가지로 A교수 연구에 이용된 복제견 ‘동’이는 지난해 10월 심한 발작을 일으켰다. 담당 수의사는 “완전 응급이었다. 애가 거의 막 눈이 완전 다 뒤집혀서 발작했다. MRI까지 찍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 발작’이었다”며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얘기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실제로 KBS가 공개한 동물 실험 영상에 따르면 ‘동’이는 목줄에 묶여 강제적으로 러닝머신 위를 달렸고, 힘에 부쳐 뒤로 밀리는 상황에서도 실험은 계속됐다. 현재 동이는 검역탐지견 업무에서 배제된 상태로 마약성분의 약을 먹으며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알려지면서 동물단체는 해당 동물실험 중단과 복제견 구조를 촉구하고 나섰다. 비글구조네트워크는 청와대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려 “우리나라 동물보호법 제24조에는 ‘장애인 보조견’ 등 사람이나 국가를 위해 사역(使役 )한 동물은 대통령령에 따라 동물 실험을 금하고 있다. 불법 여부를 떠나 5년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던 국가사역견들이 여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도록 동물실험실로 보낼 수 있냐”며 “현재 (서울 )대학교에 살아남아 있는 메이(최근 사망 ), 페브, 천왕이를 보호소로 이관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OECD 국가 중 국가 사역견이 실험동물로 쓰이는 현실은 대한민국 밖에 없다”며 “장애인 보조견들과 현역 국가 사역견들의 행복하고 안전한 여생을 보장하는 국가 차원의 정책을 마련해줄 것을 청원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청원은 19일 오후 7만7,000여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현재 A교수 연구팀은 일체의 답변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다만 ‘동물 실험 윤리 감사 기간’에 맞춰 개를 맡겼다는 점으로 볼 때 A교수 연구팀은 해당 동물 실험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상황을 인지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대학교 측은 “대학본부에 설치된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A교수의 동물 학대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동물 실험은 동물권이 주목받기 전까지 공공연하게 이뤄져 왔다. 인간의 생명을 동물의 ‘삶’보다 중요하게 여겨 임상시험 이전 단계에서 동물실험을 광범위하게 펼쳐온 것이다. 더 귀중한 가치(인간 생명 ) 추구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동물이 극심한 고통과 심각한 부작용에 시름하다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인간의 생명과 크게 연관되지 않는 실험에도 많은 동물이 이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메이의 목숨을 앗아간 ‘번식학 및 생리학적 정상성 분석’ 역시 과연 인간 목숨과 얼마나 연관성이 있는지 많은 사람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학 생명윤리학 석좌교수는 책 『동물과 인간이 공존해야 하는 합당한 이유들』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실험 결과가 인간을 치료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면 의도적으로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정당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장품이나 가루비누 같은 꼭 필요하지 않은 신제품 시험이나 무기의 살상 효과를 연구하기 위해 동물에게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도 이런 논리가 곧잘 동원된다”며 “학계에서 수행하는 심리학 및 기타 행동 연구도 이 같은 ‘덜 필수적인’ 범주에 넣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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