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한화 미세먼지 조작, SK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은닉… ‘양심’ 저버린 기업들
LG·한화 미세먼지 조작, SK 가습기살균제 유해성 은닉… ‘양심’ 저버린 기업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19 11: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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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오염물질 측정업체와 짜고 미세먼지 원인물질 수치를 조작한 것으로 알려진 LG화학 여수공장의 모습. LG화학은 지난 17일 논란이 일자 관련 시설을 폐쇄 조치하고 공식 사과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국민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벌어온 無양심 기업들의 소식이 줄을 잇는다.

여수 산업단지 내 235곳의 배출사업장이 지난 2015년부터 4년 동안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먼지와 황산화물, 탄화수소 등을 속여서 배출한 사실이 17일 환경부(장관 조명래 ) 발표로 드러났다. 235곳의 배출사업장이 4곳의 측정대행업체로부터 총 1만3,096건의 대기오염 측정기록부를 조작하거나 허위로 발급받은 것이다. 이들은 실제 배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수치를 조작했다. 즉, 미세먼지로 전 국민이 고통받던 지난 4년 동안 알려진 것보다 3배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 것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대기오염물질 측정값 조작에 공모관계 등이 확인된 4곳의 측정대행업체  ▲지구환경공사(대표 정채영 ) ▲정우엔텍연구소(대표 김회한 ) ▲동부그린환경(대표 정오용 ) ▲에어릭스(대표 김군호 )와 6곳의 배출사업장 ▲엘지화학(대표 신학철 ) 여수화치공장 ▲한화케미칼(대표 김창범 ) 여수1·2·3공장 ▲에스엔엔씨(대표 이은석 ) ▲대한시멘트(대표 지준현 ) 광양태인공장 ▲남해환경(대표 조재웅 ) ▲쌍우아스콘(대표 지현도 )을 지난 15일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하고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나머지 배출업체에 대해서는 보강수사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저유소 등에 불량 포(泡)소화설비를 공급한 업체 대표 박모씨가 기소됐다. 포소화설비는 포소화약제와 물을 섞을 때 발생하는 거품을 연소물의 표면에 분사해 화재를 진압하는 설비다. 물로 진압이 쉽지 않은 가연성 액체 등의 화재에 사용된다. 박 대표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의도적으로 포소화약제 비율을 줄여 생산했고, 전자장치를 조작하는 방식으로 한국소방산업기술원의 성능 인증을 통과했다고 알려졌다. 박씨가 생산한 불량 포소화설비 60대는 저유소와 화력발전소, 석유화학공장 등 22곳에 판매됐다. 지난해 117억원의 재산피해를 초래한 고양 저유소 화재 때도 포소화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피해가 커진 바 있다.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도 불리며 연약한 어린아이와 임산부를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지난 12일에는 환경부가 옥시의 ‘옥시싹싹 가습기당번’ 다음으로 가장 많은 피해를 낸 제품 ‘가습기 메이트’의 제조사 SK케미칼(現 SK디스커버리 )을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1년 전 환경부 현장조사에서 유해성 연구 자료를 의도적으로 제출하지 않은 혐의 )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18일에는 ‘가습기 메이트’가 출시 및 유통되던 2002년 당시 홍지호 SK케미칼 전 대표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해 인명 피해를 낸 혐의 )로 구속됐다. 이에 당시 판매사였던 애경산업의 안용찬 전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도 재청구될 것으로 보인다.

양심(良心,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하여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 

이 문제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양심의 부재’다. 일각에서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시점에서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양심과 나라를 팔아먹은 친일파가 생각난다고 말한다. 실제로 3.1운동이 전국에서 들불처럼 번지던 때 매국노 이완용은 <매일신보>에 “조선독립이라는 선동이 헛소리요 망동(妄動, 허망한 일)이라 함은 각계의 뜻있는 인사가 천 마디 말을 했다”라는 경고문을 3차례에 걸쳐 실어 양심을 팔았다. 

 책 『정의를 부탁해』의 기자 출신 작가 권석천은 ▲6월 민중항쟁을 촉발한 박종철 열사의 ‘거부하는 양심’ ▲나라의 구휼미와 군량미를 빼돌려 가족을 먹이자는 동료의 요구를 거절하고 목숨을 잃은 신라 화랑 검군의 양심 ▲국민보도연맹원을 모두 죽이라는 상부의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경찰 이섭진의 양심 ▲불의한 정권을 향해 잡지 <사상계>를 통해 경고한 독립운동가 장준하의 ‘직언하는 양심’ 등을 언급하며 “아무리 생각해도 양심을 지키며 산다는 건 남는 장사가 아니다”라며 “때로는 양심을 지키지 않을 때 부(富)와 귀(貴)라는 보상이 주어지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양심의 선구자들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고, 직언하고, 누군가의 친구가 돼주고, 양심선언을 하면서 역사는 전전해 왔다”고 덧붙였다.    

작가 김형민은 책 『양심을 지킨 사람들』에서 “‘이건 아닙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용기는 팔자를 망치며, 썩은 내 진동하는 부패 앞에서 깔끔 떨다가는 ‘유별나다’는 욕설을 들어먹기 일쑤고, 눈 앞에 펼쳐지는 부정에 눈을 부라리면 ‘까칠하다’는 비난에 직면한다. 그럼에도 양심적으로 행동하면 ‘미련하다’고 욕먹는다”며 ▲권력에 맞선 조선의 천재 예술가 김성기와 ▲백정해방운동을 이끈 양반 김상호 ▲감사원의 비밀을 밝힌 이문옥 ▲군의 선거 부정을 폭로한 이지문, ▲관권 선거를 고발한 한준수 등을 예로 들었다. 그는 “(이들도 ) 보통 사람처럼 겁도 내고 실수도 저지르고 때로는 불끈하는 마음을 누르기도 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나 그들은 결정적인 순간에 양심을 지키며 자신을 내던졌고, 역사라는 이름의 진흙탕에 피어난 연꽃으로 남는다. 그들은 역사를 주도하지는 못했지만 역사를 아름답게 만들었고, 눈을 돌려버리고 싶은 진창 같은 세상의 마중물이 됐다. 그들이 있었기에 이 암담한 세상에도 희망이 남아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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