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훈 경호처장의 제보자 색출 ‘갑질’ 의혹... “또 실수하는 건 아닌지”
주영훈 경호처장의 제보자 색출 ‘갑질’ 의혹... “또 실수하는 건 아닌지”
  • 서믿음 기자
  • 승인 2019.04.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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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주영훈 대통령 경호처장이 부하 직원을 가사 도우미로 이용했다는 보도와 관련해 청와대가 제보자 색출에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제보자 색출은 “주 처장이 경호처 내 공무직 여직원을 자신의 가족이 묵는 관사로 불러 빨래와 청소를 하게 했다”는 지난 8일 언론 보도에 뒤이어 이뤄졌다.

최근 청와대 경호처는 전체 직원 490여명 중 150명 이상에게 “휴대전화 통화 내역을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150여명 대부분은 대통령을 근접 수행하는 경호 본부 소속으로 전해졌다. 현재 제보자 색출은 경호처 내 감찰부서가 주도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한 경호처 관계자는 “감찰 과정에서 통화 내역 등을 제출하지 않으면 외부 유출자로 용의 선상에 올리겠다. 제출 안 한 사람은 총을 안 채우겠다(경호 업무 배제를 뜻함)는 말을 들었다”고 <조선일보>에 전했다. 이에 대해 경호처는 “입사 서류에 ‘내부 정보 유출에 따라 휴대전화 통화 내역 등을 조사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어 통화 내역을 제출받는 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경호처가 국가수반을 지근거리에서 경호하는 막중한 사명을 띤 만큼 그 어느 조직보다 투철한 보안의식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보안 관련 사항에 대해서는 철저한 정보통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의혹은 대통령 경호와 거리가 있는 경호처장 개인 비리를 겨냥한 문제제기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라고 합당한 근거를 들어 해명하면 그만인 문제다. 국가안보와 상관없는 개인비리 의혹 제기에 ‘기밀 유출’ 수사의 잣대를 들어 조사하는 상황에 여기저기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자유한국당은 “해당 의혹을 감추기 위해 청와대 경호처가 휴대전화 사찰을 하고 있다”며 “영장 없이 들여다보는 것은 불법이며 인권 탄압”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내 무리한 감찰로 물의를 빚고도 또 노골적으로 행동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시대에 걸맞지 않은 낡은 통치 방식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실제로 지난해 말 정부에 불리한 기사와 관련해 외교부는 간부 10여명의 휴대전화를 수거해 언론 제보자 색출에 나섰고, 11월에는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 방안이 보도되자 보건복지부는 실무자들의 휴대전화를 제출 받아 정보 유출자 색출에 나선 바 있다.

이전 정부가 도덕적 해이를 이유로 탄핵된 만큼 현 정부를 향한 국민 기대치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청렴함은 물론 제기되는 의혹을 적절히 수용하고 대처하기 바라는 마음도 자리한다. 하지만 대통령 동선이나 경호 정보 누출이 아닌 경호처장 비리 의혹 제기에 매서운 감찰의 칼날을 들이미는 현 상황은 다수의 국민 기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괘씸죄로 다스리려는 듯한 의도가 느껴지는 모습이다.

캐나다 작가 맨리 P. 홀은 책 『환생, 카르마 그리고 죽음 이후의 삶』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하다 보면 흥미로운 점을 한 가지 발견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이 매번 같은 문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진짜 이유는, 그때나 지금이나 정신적으로 나아진 게 하나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전과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새로 생긴 문제에 대응하기 때문에 또 실수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과거 야당 시절 내부 고발자를 ‘양심의 호루라기’라고 추켜세웠던 이들이 정권을 잡은 후 내부 고발자에게 입마개를 채우려는 모습에 ‘예전과 똑같은 사고방식으로 또 실수하는 것’은 아닌지 큰 우려가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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