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 항공·농업·기후변화·북한붕괴까지?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 항공·농업·기후변화·북한붕괴까지?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1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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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사진출처= 픽사베이]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국회에서 15일 ‘깨어나는 백두산 화산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전문가 100여 명이 참여하는 세미나가 열리는 등 백두산 화산 분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백두산이 가까운 미래에 분화할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다. 분화의 징조로는 ▲2002년 7월부터 백두산 천지 근방에서 화산지진이 급증해 2005년까지 화산지진이 3,000여 회 이상 일어난 것 ▲2002년부터 2009년까지는 천지(정상부)가 12cm 정도 융기했다가 가라앉는 현상 등이 언급된다. 과거 섭씨 60도 내외이던 천지 주변 온천의 온도가 2015년 83도까지 상승했으며 온천에서 채취한 화산 가스의 헬륨·수소 농도가 일반 대기의 10배 이상으로 상승한 것도 분화 징조로 꼽힌다. 

과거 백두산 화산 분화 기록에 따르면 서기 900년 이후 현재까지 약 6~7회의 분화가 있었고, 이 중 946년경에 발생한 ‘밀레니엄 분화’는 지난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발생한 가장 강한 화산활동으로 알려져 있다. 이 분화로 인해 당시 통일신라보다 대략 4~5배, 고구려보다 1.5~2배 정도의 광활한 영토를 지배했던 해동성국 발해가 몰락했다는 학설도 있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이윤수 포항공대 교수에 따르면 946년 백두산 분화 당시 방출된 화산에너지는 약 840경 줄(J)로, 원자폭탄 에너지의 16만 배, 지난 2011년 1만8,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동일본대지진의 4배에 해당한다. 이 교수는 “946년 분화의 1% 수준의 분화만 일어나도 북한 함경도·양강도 지역 300만 명의 주민이 재해 영역에 들어갈 것이고, 이로 인해 북한 지역은 사람이 살 수 없게 돼 상당수는 탈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기상청에서 백두산 화산 분화 시 피해영향과 범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천년 전 규모로 백두산이 재분화한다고 가정할 때 화산분출물은 용암류가 최대 15km 반경, 화성쇄설류(화산재와 화산가스가 빠르게 흘러내리는 것)가 60km 반경, 암설류(풍화 작용으로 파괴되어 생긴 바위 부스러기의 흐름)가 100km 반경, 이류(산사태나 화산 폭발 때 산허리를 따라 격렬하게 이동하는 진흙의 흐름)가 180km 반경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렇게 되면 북한의 양강도와 함경도, 자강도 등 사실상 북한 영토의 2분의 1이 화산분출물로 뒤덮인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화산재로 인한 간접 피해가 예상된다. 윤성민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의 논문 「백두산 화산 분화 시나리오에 따른 경제적 피해 예측」에 따르면 공기 중의 미세한 화산 먼지는  항공 산업에 직접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2010년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로 인해 유럽 전역의 공황 폐쇄나 항공기 결함으로 2조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백두산 화산 분화 시 우리나라 공항 및 항공사의 총 경제적 피해는 2014년 기준 81억원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공기 중에 떠다니다가 하늘로 가라앉는 화산재나 화산재가 모여 형성된 구름이 농업이나 임업 분야에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화산 구름은 햇빛을 가려 식물의 생장을 막고, 땅에 떨어진 화산재는 토양을 산성으로 바꿔 식물이 자랄 수 없는 환경을 만든다. 논문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농림수산 부문에서 약 4,464억원, 반도체 등 정밀산업을 포함한 그 밖의 다른 산업에서 7,081억원의 직·간접 피해를 유발할 것으로 나타났다. 

유순영 부산대 사회급변현상연구소 연구원의 논문 「백두산 화산재해 시나리오의 사회적 비용 연구」에 따르면 화산재는 기후변화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일례로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폭발 당시 방출된 수천만 톤의 화산재가 성층권에서 층을 이루면서 일사량을 30% 줄이고, 2~3년 동안 지구 온도를 0.5도 가량 낮춘 바 있다. 16세기에서 19세기 중반까지 인류를 괴롭혔던 소빙하기 당시 기온은 1950~1980년 평균보다 0.4도 낮았으며, 낮아진 기온은 농작물 생산 감소와 질병 등 인류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 소빙하기의 원인 중 하나로 당시 잦은 화산폭발을 꼽는 학자들도 있다.  

백두산 폭발이 초래할 수도 있는 북한 급변 사태를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기웅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논문 「백두산 화산재해와 북한 급변사태에 관한 소고」에서 “백두산 화산분화로 인해 북한에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북한이 처할 수 있는 여러 상황들 중에서도 특히 북한 내에서 어떠한 세력도 주도권을 획득하지 못함으로써 전반적인 통치의 공백상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수습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며 “자연재해로 인해 수많은 주민들이 북한을 탈출하고 이로 인해 체제가 붕괴되는 급변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한국정부는 이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고 통일로 연결시켜야만 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원은 이를 위해 양국의 인도적 차원의 협력 강화와 유사시 협력 강화를 위한 사전 조율 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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