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신문 서믿음 기자]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말과 겨레의 얼을 지킨 김소월 시인이 더욱 주목을 받는다.
때로는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며 맑고 고운 동심의 세계를 어루만지는가 하면 때로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라며 실연의 아픔을 절절하게 표현해내고, 또 때로는 "불러도 주인 없는 이름이여! 부르다가 내가 죽을 이름이여!"라며 나라 읽은 설움을 외쳤던 김소월.
그간 여러 판본이 출간됐지만 시화집은 없었던 김소월 시인의 첫 시화집이다. 다양한 그림이 시와 어우러져 물질만능과 경쟁으로 질주하는 현 시대 사람들에게 진정한 사랑과 그리움 등의 소중한 감정을 전한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뜰에는 반짝이는 금모래 빛, 뒷문 밖에는 갈잎의 노래/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엄마야 누나야」
당신은 무슨 일로/그리합니까?/홀로이 개여울에 주저앉아서//파릇한 풀포기가/돋아 나오고/잔물은 봄바람에 해적일 때에//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시던/그러한 약속이 있었겠지요//날마다 개여울에/나와 앉아서/하염없이 무엇을 생각합니다//가도 아주 가지는/않노라심은/굳이 잊지 말라는 부탁인지요 「개여울」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겨울의 기나긴 밤,/어머님하고 둘이 앉아/옛이야기 들어라//나는 어쩌면 생겨 나와/이 이야기 듣는가?/묻지도 말아라, 내일 날에/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보랴? 「부모」
정월 대보름날 달맞이/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새라새 옷은 갈아입고도/가슴엔 묵은 설움 그대로/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달마중 가자고 이웃집들!/산 위에 수면에 달 솟을 때/돌아들 가자고 이웃집들!/모작별 삼성이 떨어질 때/달맞이 달마중을 가자고!/다니던 옛 동무 무덤가에/정월 대보름날 달맞이! 「달맞이」
『김소월 시화집』
김소월 지음 | 박건웅 그림 | 고인돌 펴냄│324쪽│24,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