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발견이 인류에게 주는 ‘가능성 있는’ 변화들
블랙홀 발견이 인류에게 주는 ‘가능성 있는’ 변화들
  • 김승일 기자
  • 승인 2019.04.1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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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천문학자를 포함한 사건지평선망원경(EHT·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거대은하 'M87' 중심부에서 관측한 블랙홀.

[독서신문 김승일 기자] 세계 과학사상 최초로 블랙홀 관측에 성공해 블랙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국내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사건지평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 연구진이 처녀자리 은하단 중심부의 거대은하 ‘M87’의 중앙부에 있는 블랙홀 관측에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정확히 말하면 ‘블랙홀의 그림자’(Black Shadow)를 관측한 것이다. 블랙홀은 무거운 별이 고압의 중력에 의해 극단적으로 수축해 중성자만으로 구성된 중성자별이 되고, 여기서 나아가 중성자별이 원자핵의 밀도를 넘어서는 정도로 수축해 빚조차 갇히게 되는 중력을 가진 천체를 말한다. 이번에 관측한 블랙홀은 중력이 태양 질량의 65억 배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따라서 중력뿐인 블랙홀을 관측한다는 것은 블랙홀 자체가 아닌, 주변에서 내뿜는 왜곡된 빛을 확인하는 것이며 이 빛을 ‘블랙홀의 그림자’라고 부른다. 

미국 하버드 스미소니언 천체물리센터 셰퍼드 도엘레만 박사를 중심으로 한 200명의 국제 연구진은 앞서 블랙홀을 포착하기 위해 지구 크기의 거대한 가상 망원경을 구축했다. 관측은 2017년 4월 5일부터 14일까지 6개 대륙 8개 망원경을 통해 진행됐다. 아타카마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간섭계(ALMA, 칠레)와 아타카마 패스파인더(APEX, 칠레), 유럽 국제전파천문학연구소(IRAM, 스페인) 30m 망원경,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 망원경(JCMT, 하와이), 대형 밀리미터 망원경(LMT, 멕시코), 서브밀리미터 집합체(SMA, 하와이), 서브 밀리미터 망원경(SMT, 미국), 남극 망원경(SPT)이 사용됐다. 

8개의 망원경을 통해 들어온 블랙홀 고유의 전파 신호를 통합 분석하는 방식으로 관측한 것이다. 블랙홀은 다른 천체와 달리 매우 짧은 주기의 신호를 보낸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신호를 영상화하기 위한 연구는 독일 막스 플랑크 전파천문학연구소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 있는 슈퍼컴퓨터를 통해 이뤄졌다. 따라서 관측은 2017년에 했지만 관측자료를 수차례 보정하고 영상화 및 최종분석하는 데 더욱더 많은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천문연구원과 과학기술연합대학교, 서울대학교, 연세대학교 등에서 8명이 관측에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손봉원 박사는 이번 프로젝트의 의의를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대한 궁극적인 증명”이라고 설명했다.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빛도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동안 이를 개기일식 때 태양 뒤에서 오는 별빛의 경로가 휘어짐을 통해 관측할 수 있었다면 블랙홀을 통해서는 광자가 강력한 중력에 빨려 들어갈 수도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바야흐로 블랙홀을 관찰하며 연구하는 시대가 열렸다고 평한다. 그동안 천채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의 정체를 이론적으로만 추정할 뿐이었다. 안타깝게도 블랙홀을 실제로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은 그의 책 『코스믹 커넥션』에서 블랙홀의 정체를 둘러싼 몇 가지 흥미로운 가능성을 소개한다. 첫째는 블랙홀 자체가 사실상 독립된 우주라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우리 우주 안에는 엄청나게 많은 우주들이 존재할 수 있다. 세이건은 심지어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도 방대한 블랙홀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한다. 

더 흥미로운 관점도 있다. 세이건은 “회전하는 블랙홀 속으로 뛰어든 물체가 다른 장소와 다른 시간에, 어쩌면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와 시대로 가는 입구일지도 모른다”며 “어쩌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치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블랙홀로 들어간 주인공 ‘쿠퍼’가 딸의 방 책장 뒤편으로 이동하는 것처럼 말이다. 블랙홀은 무엇이든 조각내어 당겨버리는 ‘조석력’이 있지만, 세이건에 따르면 고도로 진보한 기술문명이라면 ‘조석력’을 견뎌낼 기술을 고안해 블랙홀을 통해 여행을 할 수도 있다. 세이건은 “나는, 비록 어디까지나 순전히 사변적이기는 하지만, 은하 규모로 블랙홀을 이용한 고속 운송 체계를 구축한 거대한 연합 문명을 상상해 본다. 각종 수송 장비가 종횡으로 연결된 블랙홀 네트워크를 이용해 그 목적지에 가장 가까운 블랙홀로 급행한다”고 적었다. 

상상은 더 커진다. 세이건은 인류가 블랙홀을 통해 행성과 행성, 은하와 은하 사이를 넘나들며 휴양을 보내는 모습을, 블랙홀 근방에서 성장할 위대한 ‘은하 문명’을, 그리고 결국 우주가 하나 되는 미래를 봤다. 지금은 단지 ‘관측’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전개될 인류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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